대학

4차 산업혁명 대비 기존 제도 틀 깨는 ‘민간 산업체 주도형 교육모델’ 도입 활발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2018.10.03 08:53

해당기사 크게보기 해당기사 작게보기 이메일발송 해당기사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내년부터 ‘이노베이션 아카데미ㆍIBM P-TECH’ 추진

기사 이미지
/ 조선일보 DB

최근 들어 정부가 급변하는 미래사회에 대비해 핵심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고자 다양한 형태의 교육 프로그램을 기업과 함께 마련하고 있다. 정부가 기업과 손을 잡고 추진하는 ‘이노베이션 아카데미(Innovation Academyㆍ가칭)’와 ‘IBM P-TECH(Pathways in Technology Early College High school)’가 그 예다. 고교와 전문학사 과정을 통합하거나 학위를 수여하지 않는 등 기존 교육제도의 틀을 깨는 새로운 교육 모델로, 단기 현장실습이나 채용 위주의 산학 연계를 넘어 민간 기업 등이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산학 일체형이라는 점이 큰 특징이다. 산학 일체형 교육 모델은 구직자와 업계 사이에 존재하는 기술 격차를 줄여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을 갖춘 인재를 기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ㆍIBM P-TECH 민간 기업 등이 프로그램 운영 맡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내년부터 추진하는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되 운영은 민간이 맡는 형태의 비(非)학위 과정이다. 혁신적인 교육 모델로 평가받는 프랑스의 ‘에콜 42’를 벤치마킹해 ‘한국판 에콜 42’로도 불린다. 2013년 프랑스 통신 재벌인 자비에 니엘(Xavier Niel)이 세운 에콜 42는 교수ㆍ교과서ㆍ학비 없이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실무형 IT인재를 길러내는 미래형 교육기관이다. 구체적으로는 프로그래밍 전문가 5명으로 구성된 학습연구팀이 학생들의 실력과 관심 분야를 고려해 프로젝트 과제를 내주면 학생들끼리 자발적으로 협업해 단계별로 이를 해결하는 등 IT 업계의 빠른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역시 이를 본떠 전공ㆍ학력ㆍ국적 등에 제한 없이 매년 500명씩 5년간 총 2500명을 선발해 최대 2년간 팀 프로젝트 수행 중심 과정을 운영할 예정이다.

최근 과기정통부는 내년도 예산에서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지원 예산으로 350억원을 배정했다. 이를 담당하는 남영준 과기정통부 소프트웨어정책과 사무관은 “도입 초기에는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이지만, 애초 계획에 따라 최대 5년 이내에 민간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비영리법인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프로그램이 현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해 비영리법인으로 전환되면 이후로는 정부 예산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전문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카데미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할 수 있는 민간 기업이 비영리법인 형태를 설립해 해당 프로그램을 운영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이와 함께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뉴칼라(New Collar) 인재 양성을 위한 직업교육 혁신 모델로 손꼽히는 ‘IBM P-TECH'가 전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한국에 도입된다. 지난달 17일 교육부는 한국IBM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에서 ‘IBM P-TECH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한국의 첫 번째 IBM P-TECH, 이른바 서울 뉴칼라 스쿨은 세명컴퓨터고(3년)와 경기과학기술대(2년)를 연계해 통합교육과정(5년)으로 운영된다. 내년 3월부터 한국IBM에서 직접 개발한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전공이 개설되며 2개 학급 52명 규모로 예정됐다.

류수나 한국IBM 커뮤니케이션팀 실장은 “그동안 단기 현장실습이나 채용 위주로 이뤄진 산학 연계와는 달리 5년간 장기적으로 기술 교육과 업무 현장에서 필요한 협업능력을 배운다는 점에서 기존 고등교육 시스템과 차별화된다”고 강조했다. 오는 2022년에는 교원그룹이 P-TECH를 통해 교육에 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석과 같은 첨단 기술을 접목한 에듀테크 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민간 산업체 주도형 교육 활성화될듯…대학 교육시스템도 혁신해야”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업 등 민간 산업체에서 커리큘럼을 직접 개발하고 시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은 더욱 활성화할 전망이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 양성을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기보단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때, 정부는 기업과 학교 등 교육기관을 연결하거나 일부 예산을 지원하는 등 간접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민간 기업 등이 교육 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기관이 실시하는 교육 프로그램의 질을 충분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민수 한양대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교수는 “현재 인공지능‧빅데이터‧블록체인 등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민간 기관 등에 정부가 많은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며 “이 같은 교육을 진행하는 여러 기관에서 적절한 커리큘럼 등을 운영하고 있는지를 정부가 제대로 심사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대학 교육 시스템 역시 산업 현장과 밀접한 구조로 혁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민호 고려대 컴퓨터융합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해외 대학에서는 단순히 전공실습 수업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역량인 ‘융합’을 커리큘럼에 적용해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실무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매사추세츠공과대(MIT)의 경우, 최근 대학 내 커리큘럼의 70%를 융합과목으로 구성하고 나머지 30%를 기초과목 등으로 구성하는 등 커리큘럼의 혁신을 이뤄냈다. 예컨대, 해운ㆍ물류 산업을 주제로 C언어 프로그래밍 실습을 진행한다면 해운ㆍ물류 전문가와 프로그래밍 언어 교수가 함께 투입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전문가들은 미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대학 교육의 자율성을 높이고 기업이 이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황인성 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기획조정실장(현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 사무국장)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올해 봄에 발간한 ‘대학교육’ 200호 미래대학리포트에서 “공교육이 발 빠르게 변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국민은 별로 없다. 대학이 자율적이고 주도적으로 나서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각종 행정규제를 개선하고 학생선발 및 학사운영, 재정운영을 대학 자율로 맡겨야 한다”며 “기업들도 대학 교육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IT전문인력 양성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및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재정 지원을 확충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메일발송 해당기사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목록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