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오늘 아동수당 첫 지급…받으면 ‘씁쓸’, 못 받으면 ‘섭섭’
방종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09.21 10:56

-소득 상위 10% 제외에…“못받아도 좋으니 상위 10% 들고 싶다”는 자조 섞인 농담도

  • /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아동수당 홈페이지 갈무리
    ▲ /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아동수당 홈페이지 갈무리
    #최근 주부 이혜영(가명ㆍ40)씨는 지역구청 여성가족과로부터 아동수당 부적합 판정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속상한 마음에 이런 얘기를 무심코 지인에게 꺼냈는데, 상대방은 자랑하느냐며 부럽다는 반응을 보여 난감했다.

    #며칠 전, 워킹맘 김아름(가명ㆍ37)씨는 부서 회식에서 아동수당 관련 얘기를 꺼냈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 아동수당으로 아이에게 장기 적금에 가입할 계획이라고 하자, 주변 동료는 “맞벌이인데, 아동수당을 받느냐?”, “남편이 얼마 버는데 아동수당 수급자냐?”며 황당한 질문을 했기 때문이다.

    요즘 엄마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는 단연 ‘아동수당’이다. 오늘(21일) 첫 수급일(원래는 매달 25일 기준)을 앞두고 학부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관련 문의 및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엄마들이 삼삼오오 모인 곳이면 아동수당 얘기가 빠지지 않을 정도다. 그중 가장 큰 관심사는 수급 대상 여부다. 정부가 소득 상위 10%를 수급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면서, 결과적으로 수급 여부에 따라 소득수준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아동수당을 못 받으면 소득 상위 10% 이내 가구라는 의미다. 이에 엄마들 사이에서는 자신의 가구 사정과 주변 이웃들의 경우를 비교하며 허탈감을 느끼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애초 정부는 아동수당에 대해 만6세 미만(0~71개월)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지급함으로써, 아동의 건강한 성장 환경을 돕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하려 했지만 입법과정에서 소득인정액 기준 상위 10%는 제외키로 결정됐다. 이때 소득인정액은 월소득과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합산해 정한다. 즉, 소득과 재산을 따져 상위 10%(3인 월 1170만원, 4인 1436만원)이하여야 해당하는 셈이다. 재산만 있다면 3인 가구는 11억2000만원, 4인 가구는 13억800만원을 넘으면 안 된다. 맞벌이 부부는 근로ㆍ사업소득(임대소득 제외)에서 최대 25%를 뺀다(맞벌이 공제). 이런 방식에 의해 9월 아동수당 첫 급여 지급자는 192만명으로 확정됐고, 신청아동 중 2.9%인 6만6000명은 산정 과정에서 탈락됐다.

    5세 아들과 3세 딸을 둔 학부모 김정선(41)씨는 “정치권에서 계속해서 상위 10%를 제외하겠다고 강조해, 아동수당을 받은 사람은 하위 90% 소득 가정이라는 낙인효과가 생겼다”며 “수급 대상자라서 돈을 받아 좋긴 하지만, 찝찝한 마음은 있다”고 말했다. 4세 아들을 둔 주부 최지영(44)씨는 “지난해 국회에서 논의될 때까지만 해도 아이를 둔 가정 모두 받는 줄 알았는데, 지급 방식이 달라져 황당하다”며 “괜스레 주변 엄마들에게 우리 집 소득사정을 알리는 것 같아, 아동수당을 받는다고 먼저 얘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수급 탈락자들 사이에서도 허탈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학부모 이은이(36)씨는 “강북에 작은 집 한 채밖에 없지만, 맞벌이 부부라 탈락한 것 같다”며 “신청하는 과정에서 정부에 개인 소득정보만 넘긴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3세와 2세 연년생 남매를 둔 이근희(35)씨는 “세금은 똑같이 내는데, 누구는 받고 누구는 못 받으니 억울함이 있다”며 “이래저래 애 키우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아동수당 수급제도에 대한 개선을 바라는 국민청원은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실정이다. 아동수당에 관한 다양한 청원은 현재(21일 오전) 600건이 넘게 올라왔다. 학부모 오지현(41)씨는 “엄마들 사이에서는 솔직히 10만원 못 받아도 좋으니 상위 10%에 들고 싶다는 자조 섞인 농담까지 한다”며 “잡음 없이 아동수당이 원래의 목적대로 많은 아이의 복지를 높이는 방향으로 활용되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