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국어 강상희박사의 수능국어 학습법] ‘공부 괴물’은 독서 지문을 읽을 때 자주 멈춘다.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8.09.14 09:01

- 독서 영역 공부법: 심화편(1)

  • 독서 지문을 읽을 때, 학생들은 마음이 급하다. 그래서 첫 문장부터 끝까지 똑같은 속도로 빠르게 내리 읽어 나간다. 하지만 막상 문제를 풀려고 하면 지금 방금 읽었던 지문이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문제를 풀다가 선지가 맞는지 틀리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지문으로 되돌아가고 또 되돌아간다. 그러면서 시간은 하염없이 흐른다. 이게 수능 국어를 어려워하는 대다수 학생의 모습이다. 

    반면에 각 학교마다 한 명씩은 꼭 있는 '공부 괴물'들은 지문을 읽고 어지간한 문제는 다시 지문으로 돌아가지 않고 척척 풀어낸다. 좀 까다롭다 싶은 문제도 잠깐 지문을 훑어보고 답을 찾는다. 그런 모습을 보고 학생들은 그런 '공부 괴물'은 국어를 잘하는 유전자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고 절망한다. 아니면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서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자신은 늦었다고 포기한다.

    물론 남보다 국어 역량이 조금 더 갖춰진 학생이 있을 수 있다. 또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은 학생들은 당연히 국어를 잘 한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그렇다고 해서 그게 수능국어를 잘 하는 절대적인 조건은 아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국어를 힘들어하는 학생들과 소위 '공부 괴물'들은 지문을 읽을 때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일단 그 첫번째는 '이해'다. 가만히 관찰해보면 '공부 괴물'들은 지문을 읽는 속도가 일정하지 않다. 문장을 읽다가 중요한 개념어를 만나면 속도가 조금 느려진다. 잠깐씩 내용의 이해를 위해 멈추기도 하고 몇 문장 위로 되돌아가기도 한다. 지문을 그냥 읽는 것이 아니고 이해하면서 읽기 때문이다. 

    이게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과학적으로는 매우 중요한 차이를 낳는다. 인간은 이해했을 때 기억을 잘 할 수 있다. 스스로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은 오래 기억하지 못한다. 인간이 그렇게 생겨 먹었다. 그런데 '공부 괴물'들은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지문을 읽을 때 이해하려고 '끙끙대는' 것이다.

    여기서 두 번째 차이점이 나온다. ‘공부괴물’들은 뭐든 공부할 때 끙끙댄다. 이게 큰 차이를 낳는다. 인간은 끙끙대며 접한 것들은 오래 기억한다. 하지만 쉽게 접한 것은 쉽게 잊어 버린다. '이지 컴, 이지 고'다. 경험해 보아서 알겠지만 그냥 눈으로 읽은 것과 그걸 손으로 써본 것은 기억의 강도가 당연히 다르다. '공부 괴물'들은 지문을 읽을 때 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 잠시 멈춰서 끙끙댔다. 당연히 그냥 줄줄 읽은 학생들에 비해 훨씬 지문의 내용이 기억에 많이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문의 내용이 머릿속에 상당부분 저장되게 된다.

    세 번째 차이점은 대부분의 '공부 괴물'들은 한 문단이 끝나면 그 문단에 어떤 내용이 적혀 있었는지 잠깐 멈춰서 읽은 내용을 꺼내본다는 것이다. 이는 일단 문단의 핵심 내용이 무엇인지를 확인함으로써 지문을 더 잘 이해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지문의 내용을 더 잘, 오래 기억하게 만든다. 인지 심리학에서 말하는 '인출' 효과 때문이다.
     

    누군가 불러준 전화번호를 외울 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그 전화번호를 속으로 한 번 외워본다. 그래야 번호를 누르는 동안 그 번호를 까먹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인출'하려고 애쓴 것은 잘 잊어버리지 않는다. 기억강도가 강하게 작동했기 때문이다.

    '공부 괴물'들은 그걸 잘 알고 있다. 한 문단을 읽고 난 다음, 그 문단의 내용을 머릿속으로 요약, 정리하면 그 내용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터득한 것이다.

    '공부 괴물'들은 지문을 읽을 때 이해하려고 끙끙대고, 그래서 결국 지문을 이해하고, 그런 다음 문단이 끝날 때마다 그 내용을 요약, 정리하며 인출해보기 때문에 문제를 풀 때 지문의 내용이 머릿속에 대부분 남아 있다. 그래서 쉬운 문제가 나오면 지문을 읽으며 이해하고 기억한 내용을 바탕으로, 지문으로 돌아가지도 않고, 풀어낸다. 조금 어려운 문제나 <보기> 문제, 추론 문제가 나오면 지문으로 잠시 돌아가기는 하지만, 여타의 학생들처럼 허겁지겁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미리 좌표를 정하고 지문으로 돌아간다. 

    '아까 지문을 읽을 때 이 내용은 3문단에 있었어. 거기서 정확한 근거를 파악하면 되겠다.' 이렇게 선지의 정·오답 근거를 찾아가는 것이다. 
     
    이렇게 지문 전체의 내용을 이해한 상태로 지문 전체의 윤곽이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 복합 문제나 복합 추론 문제처럼 선지의 정·오답 근거가 지문 곳곳에 흩어져 있어도 그 근거들을 어려움 없이 찾아갈 수 있는 것이다.

    당연히 문제 풀이 속도가 일반 학생들보다 훨씬 빠르다. 사실 지문을 읽는 속도만 비교해보면  '공부 괴물'들이 조금 느리다. 아무래도 이해하려고 끙끙대는 시간, 문단의 내용을 인출해서 요약/정리하는 시간을 더 투여하기 때문에 느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를 푸는 속도는 일반 학생들의 3~4배 이상이다. 지문으로 되돌아가는 횟수가 훨씬 적을 뿐 아니라 지문으로 돌아갈 때 돌아가야 할 지문의 해당 부분을 정확히 찾아가기 때문이다. 
     
    또한 그렇게 지문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문제를 풀기 때문에 망설이는 시간이 훨씬 짧다. 보통 국어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은 정답과 매력적인 오답 사이에서 불필요하게 오랜 시간을 허비한다. '공부 괴물'들은 지문에서 정확하게 선지 근거들을 찾아내기 때문에 그 시간이 무척 짧은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국어를 힘들어하는 학생들과 '공부 괴물'의 결정적인 차이는 DNA에 있는 것이 아니다. 누가 더 과학적으로, 인지심리학적으로 봤을 때 효율적으로 지문을 읽는가라는 방법의 차이다. '공부 괴물'들은 다른 과목들을 공부할 때도 과학적이고 효율적으로 한다. 같은 단어를 연습장 한 바닥씩 쓰면서 외우는 것이 아니라, 잠깐 외우고 다시 인출해보고 또 외우고 반복빈도수를 높여서 기억강도를 강화시킨다. 그래서 동일한 시간을 공부해도 훨씬 높은 효율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부터는 국어DNA가 없다며 공연히 애꿎은 부모님 원망하지 말고, 정확한 공부법을 익히자. 지문을 읽을 때 이해하기 위해 끙끙대며 읽어라. 그리고 한 문단을 읽고 난 다음에 반드시 그 문단의 핵심내용과 주요 문장을 인출하며 정리해라. 수능국어의 지문을 읽을 때, 특히 독서 지문을 읽을 때 자주 멈춰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라. 지문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 멈추고, 문단의 내용을 정리하고 기억하기 위해서 멈춰라. 그렇게 제대로 연습하면 특정 시점에 국어점수가 폭발적으로 비약하는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처음에는 시간이 더 걸릴지 모른다. 훈련이 덜 되었기 때문이다. 원래 처음에 훈련이 덜 되었을 때는 하나하나 다 의식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러나 반복 훈련을 통해 익숙해지면 그때부터 이 방법은 폭발적인 위력을 발휘한다.

    필자가 늘 강조하지만 공부는 과학이다. 특히 수능국어 공부는 과학적으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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