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 이과 가도 괜찮습니다”
최예지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08.30 16:30

-조영호 카이스트 교수가 말하는 진로 선택 방법
-“단점보다는 장점에 집중해 진로 탐색해야”

  • 조영호 카이스트 교수는 진로 선택에서 성적보다 하고 싶은 일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이러한 진로 선택 조언을 담은 ‘이것이 이공계다’라는 책을 퍼냈다./신현종 기자
    ▲ 조영호 카이스트 교수는 진로 선택에서 성적보다 하고 싶은 일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이러한 진로 선택 조언을 담은 ‘이것이 이공계다’라는 책을 퍼냈다./신현종 기자
    청소년들이 진로를 결정할 때 ‘성적’이 중심이 된 지 오래다. 고교 2학년을 앞두고 문ㆍ이과를 선택하거나 3학년 때 어느 전공으로 진학할지 고민할 때 늘 기준이 되는 것은 ‘성적’이다. 수학 성적에 따라 문ㆍ이과를 선택하거나, 내신이나 수능 성적에 따라 대학과 학과를 고르는 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통념에 반기를 든 교수가 있다. 조영호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는 “과목 성적이 진로 선택의 결정적인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며 “수학 성적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이과를 가도 괜찮다”고 조언했다.

    조 교수는 MEMS(초소형 정밀기계기술)분야에서 각종 ‘국내 1호’, ‘세계 1호’라는 타이틀로 유명한 융합형 공학자다. 학계에서는 소름과 스트레스를 감지하는 전자피부와 소량의 혈액으로 암을 쉽게 판별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수학을 못해도 이공계열에 흥미가 있으면 이과에 진학해도 좋다”며 “대학에 잘 가기 위해서는 모든 과목을 잘해야 유리한 현재의 입시구조상 쉬운 선택은 아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나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가 이렇게 주장하는 데는 현대 사회에서 필요한 건 ‘모두 잘하는 인재’가 아닌 ‘전문화된 인재’라는 믿음이 있어서다. 조 교수는 “다 잘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라며 “못하는 분야가 있더라도 특히 잘하는 분야가 있는 인재가 주목 받는다”고 강조했다. 사회가 갈수록 복잡해지며 다른 분야와의 협업이 강조되는데, 협업을 하려면 우선 자신의 강점 분야가 명확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 /신현종 기자
    ▲ /신현종 기자
    “그러니 수학을 못하면 특히 더 잘하는 분야가 있어야 합니다.” 이공계로 진로를 정할 때 수학이 기준이 될 필요는 없지만, 강점화할 수 있는 분야는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예컨대 수학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생물을 잘한다면, 생물 전 단원을 잘하는 건 아니더라도 잘하고 파고들고 싶은 한 단원이 있다면 이를 바탕으로 진로를 선택하면 된다. 성적보다 잘하고 좋아하는 바를 고려해야 하기에, 조 교수는 진로교육에서 육하원칙의 ‘무엇(what)’을 묻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소년기에는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를 찾고 이를 발전시켜야 합니다. 하고 싶은일을 모르겠다면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경험부터 일단 도전해보세요. 그래야 다음 길도 보이는 법입니다. 앉아서 고민만 하면 소용이 없어요.”

    이때 주의할 것은 ‘어디서(where)’라는 물음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진로 선택에서 전공보다 대학을 우선 고민하는 경향이 있지만 조 교수는 ‘대학 간판’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부모의 역할도 강조했다.

    “부모는 자신이 원하는 대학을 아이들이 진학하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인생에는 정해진 지도가 없어요. 부모는 자녀의 목표 대학을 설정하기보다, 아이들이 스스로 길을 찾아나가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그 일을 왜(why) 하고 싶니?’라고 물어봐 주세요. 일의 가치와 목적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대학이나 직업 같은) 크고 작은 목표가 생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