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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가 잠든 사이 어디로 가볼까요?”
초등 1학년 딸을 둔 주부 김모(41)씨는 얼마 전 딸이 즐겨보는 유튜브 영상을 보곤 깜짝 놀랐다. 딸 또래의 아이가 심야에 몰래 집을 나가 편의점에서 음식을 사먹고 돌아오는 영상으로, 엄마에게 들키지 않고 몰래 다녀올 수 있는 일종의 ‘팁’을 알려주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욱 놀라운 것은 영상 끝에 엄마가 사실은 이를 알지만, 모른 척하며 속아 넘어가는 연기를 펼친다는 점이다. 김씨는 “어린 아이가 이런 주제의 영상을 찍는 것도 기함할 노릇인데, 이를 부모가 돕기까지 하다니 기가 막히다”며 “영상을 보자마자 아이에게 ‘이건 연출한 영상일 뿐, 실제론 밤늦게 홀로 돌아다니면 위험하다’고 신신당부했다”고 말했다.
최근 유튜브 동영상을 단순히 시청하는 것을 넘어 직접 찍어 올리는 일명 ‘키즈유튜버’가 많아지면서, 이들의 촬영·제작을 돕는 부모도 많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만 14세 이상부터 구글 계정을 만들 수 있어 아이들이 유튜브에 동영상을 게재하려면 부모의 동의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로 부모가 자신의 영상 제작 능력을 바탕으로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영상을 촬영·제작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하지만 일부 키즈 콘텐츠 채널에서 독자와 조회 수를 올리기 위해 부모와 아이가 함께 다소 자극적이거나 버릇없어 보이는 행동을 연출하는 등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부터 유튜브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주부 이주연(가명)씨는 “다섯 살 난 아들이 마트에서 진열된 물건을 마구 던지는 또래 아이의 영상을 보고 재미있다며 계속 보는 모습에 충격받았다”며 “그런 장면을 찍어 올리는 부모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강승희(가명)씨는 “아빠의 다리를 걸어 넘어지게 하고, 부모 얼굴에 케이크를 던지는 등의 아이 영상을 왜 올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 자식이 이런 버릇없는 행동을 하는데, 부모가 따끔하게 혼내진 못할망정 동조해서 되겠느냐”며 “이런 영상에 노출된 우리 아이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달 아이에게 해로운 장면을 연출한 유명 키즈 유튜브 채널의 운영자인 부모가 경찰에 고발당해 보호처분이 내려진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해당 채널은 딸이 아빠 지갑에서 몰래 돈을 훔치는 상황을 연출하거나, 아이가 실제 도로에서 장난감 자동차를 타고 가는 듯한 장면을 촬영해 올렸다. 고발된 채널 운영자는 아이와 놀아주면서 자연스럽게 찍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법원은 부모의 아동 학대 혐의를 인정하고 아동 보호 전문기관의 상담을 받으라는 보호처분을 내렸다. 유아에게 정신적 고통을 줄 수 있는 자극적인 행동을 했고, 이러한 모습이 담긴 영상이 불특정 다수에게 배포돼 금전적인 이익을 취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영상의 주 시청자층인 유아와 어린이에게도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러한 자극적인 장면이 연출하는 이유는 뭘까. 먼저 ‘화제성’이다.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더 많은 사람이 봐줬으면 하는 바람에 보다 자극적이고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소재를 찾는 것이다. ‘수익 구조’도 중요하다. 대개 동영상 플랫폼은 조회 수가 곧 돈이 되는 수익분배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예컨대, 유튜브의 경우 조회 수와 시청시간 등을 종합해 수입이 발생하며, 이 수익 중 일부를 동영상 게시자에게 배분한다.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일부 키즈 유튜브 채널에서 유아를 이용한 비도덕적 행동으로 광고수입을 챙기고 있다. 이는 엄연한 아동 착취”라며 “채널 운영자의 비윤리적 태도와 더불어, 유튜브가 이를 방관하는 행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부모들은 “어린이의 콘텐츠 생산이 증가하는 만큼 이에 대한 적절한 지침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초등 2·5학년 자매를 둔 조혜은(가명)씨는 “장래희망이 ‘유튜브 크리에이터’라고 말하는 아이가 많을 정도로 유튜브의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이 같은 어린이 콘텐츠 생산자가 계속해 증가할 텐데, 최소한 아이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방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유튜브 관계자는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라인를 통해 사이트 내 허용되는 콘텐츠들에 대한 내용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며 “아이들은 항상 부모의 가이드에 따라 콘텐츠 제작에 참여해야 하며, 반복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는 사용자 계정은 해지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키즈 콘텐츠를 운영하는 부모의 시각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여섯 살 난 자녀를 둔 김준희(가명)씨는 “키즈 콘텐츠에 등장하는 대상, 이를 소비하는 계층도 어린 아이들”이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내 자녀에게 진정으로 유익한 방향이 무엇일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NOW]“유튜브 조회 수 높이려면…” 자극적인 장면 연출하는 부모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