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따라 오락가락하는 통일교육, 패러다임 변화 필요해”
최예지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08.28 16:25

-28일 ‘통일교육의 쟁점과 과제’ 토론회 열려
-“학생 스스로 통일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기회 줘야”

  • 28일 열린 ‘통일교육의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왼쪽부터 간우연 경기 계수초 교사, 김상무 동국대 교수, 김지수 한국교육개발원 통일연구실장, 이금순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장, 문아영 피스모모 대표, 정용민 서울 월계고 교사, 조창완 좋은교사운동 통일교육위원장, 허정문 인천능허대초 교사./최예지 기자
    ▲ 28일 열린 ‘통일교육의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왼쪽부터 간우연 경기 계수초 교사, 김상무 동국대 교수, 김지수 한국교육개발원 통일연구실장, 이금순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장, 문아영 피스모모 대표, 정용민 서울 월계고 교사, 조창완 좋은교사운동 통일교육위원장, 허정문 인천능허대초 교사./최예지 기자
     “요즘 학생들은 통일에 관심이 없습니다. 자신과 상관없는 지루한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하죠. 학생 스스로 통일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어야, 통일교육이 나아갈 수 있습니다.”(김지수 한국교육개발원 통일교육연구실장)

    통일교육 패러다임에 대해 따끔한 비판이 줄을 이었다.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통일교육의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서다. 이 자리는 통일교육의 쟁점을 공론화하기 위해 한국교육개발원, 통일연구원, EBS, 한국통일교육학회가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중성을 균형적으로 인식하는 게 통일교육의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2016년 ‘통일교육지침서’에는 “북한을 교류와 협력의 대상이자 안보를 위협하는 경계의 대상이라는 이중성에 대해 균형 있게 이해해야 한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연구실장은 “북한이 협력의 대상이자 적대적 대상이라는 딜레마가 있다”며 “이런 상황을 학생들이 인식하고 해결할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북한에 대한 인식은 균형적이기보다는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했다는 지적이다. 김상무 동국대 사범대학 교수(교수학습개발센터장)는 “북한에 대한 이해는 정부 성향 또는 정치·사회분위기에 따라 달라지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실장은 “통일교육 기본법이 제정된 지 20년 가까이 됐지만, 정권이 바뀌며 ‘통일교육지침’이 변화하는 등 통일교육이 일관성 있게 진행되지 못했던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간우연 경기 계수초 교사도 “지금은 평화교육이 강조되고 있지만, 정권이 바뀌면 다시 안보를 강조할 수 있다”며 “정권에 따라 변화하는 문제가 지속되면 학교에서의 통일교육은 시늉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주입식 교육 패러다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를 문아영 피스모모 대표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식 통일교육’이라고 칭했다. 김 연구실장도 “통일교육은 공급자 위주로 관련 인식을 주입하면 된다는 관점에서 접근해 학생이 소외돼 왔다”며 “이는 학습자 중심의 교육 패러다임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용민 서울 월계고 교사는 “통일교육은 규범화된 행동과 인식구조를 강요한다”며 “그러니 반복적인 안보 교육이 이뤄지고, 학생이 느끼기에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토론자들은 학습자가 능동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통일교육을 제안했다. 통일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어야, 체감하는 정도가 높아진다는 얘기다. 문 대표는 “학습자들이 남북한의 미래에 관해 토론하고 이견을 조율하는 공론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간 교사는 “북한 관련 역사적 사실도 다양한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이해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자들은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가 좋은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 ‘보이텔스바흐 합의’는 서독의 진보수를 망라하는 교육자, 정치가 등이 모여 합의한 정치교육 원칙으로 ▲이념을 강제하지 않고 ▲논쟁적 상황을 드러내며 ▲정치적 실천능력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김 연구실장은 “보이텔스바흐 합의처럼 교화의 방식을 지양하고 학생들의 의견이 존중되는 방식으로 통일교육이 나아가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서는 ‘교과 내’ 통일교육이 필요하다는 실천적 제안이 나왔다. 2015 개정교육과정은 10개 범교과 학습주제 중 하나로 통일교육을 제시한다. 조창완 좋은교사운동 통일교육위원장은 “통일교육은 창의적 체험활동(창체) 시간에 다루라고 하는데, 이미 다른 교육으로 포화상태인 창체에서 다루라는 건 학교에서 통일교육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나 다름없다”며 “한국지리를 배울 때 북한의 지리를 다룰 수 있는 보조자료를 확충하는 식으로 현존하는 교과 내에서 통일교육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허정문 인천능허대초 교사도 “교과목을 새롭게 만드는 건 학습량을 늘리기 때문에 부적절하다”며 “국어 교과를 배울 때 이산가족의 편지를 배우는 식의 교과 내 통일교육이 필요하다”며 대안을 덧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