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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학 중심으로 현재 중3이 치르는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탐구영역 내 특정 선택과목을 같게 지정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수능 등급 및 점수대가 비슷한 대학별로 ‘사전 논의’해 특정 선택과목을 동일하게 정하는 방식이다. 대학들은 2022학년도 대입전형계획을 발표하는 2020년 4월 전까지 관련 논의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백광진 서울경인지역입학처장협의회장(중앙대 입학처장)은 22일 “대학들이 수능 탐구영역 내 특정 선택과목을 지정하거나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며 “주요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논의를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2022학년도 수능시험이 문ㆍ이과 구분없이 공통과목에서 선택과목으로 변경된 데 따른 것이다.
최근 교육부는 ‘2022학년도 수능과목구조 및 출제범위’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탐구영역에서는 문ㆍ이과의 구분을 없애 17개 과목(사회 9개, 과학 8개) 중 계열 구분없이 2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문과 학생이 과탐 과목을, 이과 학생이 사탐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특징이다. 문제는 이 같은 변화가 과탐 선택자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입시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난도가 높은 과탐Ⅱ 선택자는 더욱 줄고, 쉽다고 알려진 특정 사탐 과목에는 응시자가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학들 역시 “쉬운 탐구영역 선택과목으로만 수험생이 쏠리면, 꼭 알아야 할 기본 소양을 놓쳐 대학에서 가르쳐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탐 쏠림’ 우려되는데…이공계ㆍ의대 “과탐 한 과목 이상 반드시 포함해야 하나” 고심
이에 주요 대학들이 탐구영역 내 특정 선택과목을 수능 과목으로 지정하거나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백 회장은 “주요 대학이 이공계와 의과대학 중심으로 ‘탐구영역 특정 선택과목 지정’과 관련한 사항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 방법으로는 탐구 영역 중 과학 한 과목 이상을 반드시 선택하도록 지정하거나 특정 선택과목에 가산점을 주는 방식이 고려되고 있다.
“그간 자연계와 의과대학의 경우 수능에서 어려운 일부 과탐이나 과탐Ⅱ를 필수로 지정해왔습니다. 그러나 문ㆍ이과 구분이 없는 2022 수능에서는 상대적으로 어려운 과탐Ⅱ 기피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사탐으로 쏠릴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이럴 경우 자연스럽게 고등학교 이과수업에서도 과학과목의 편성이 줄어들고, 자연계와 의대 신입생들은 기초 과학 내용 등을 고교서 배우지 않고 입학하겠죠. 이때 대학은 신입생 예비과정, 기초과학과목 개설 등 별도 시간과 비용 투자까지 이뤄져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의대가 있는 대학들의 고민은 더 깊다.
“이번 대입개편으로 인해 의대 또한 예외 없이 문·이과계열 구분이 없어졌습니다. 의대를 지망하는 수험생들도 수능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사탐만 선택할 가능성이 있죠. 그러나 과학을 수능시험 과목으로 공부하지 않은 학생이 의대에 진학한다는 것은 ‘난센스’입니다. 생물과 화학 등 의사로서의 꼼꼼히 다져야 할 기초소양을 모르고 의대에 입학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의대가 있는 우리 대학(중앙대)의 경우, 2022 수능에서 과탐을 선택하지 않은 학생은 의대에 입학하지 못하도록 정할 수도 있습니다.”
◇ “점수대 비슷한 대학 간 특정 선택과목 ‘사전 논의’ 해야”
특정 선택과목을 지정하는 방법으로는 수능 등급 및 점수대가 비슷한 대학 간 ‘사전 논의’를 토대로 전형을 설계한다는 계획이다. 이것의 필요성에 대해 백 회장은 한 가지 상황을 가정했다.
“특정 선택과목으로 A와 B를 지정한 대학을 염두에 둔 수험생이 있다고 예를 들어봅시다. 그런데 수험생이 차선으로 생각한 대학은 C와 D를 탐구영역 선택과목으로 지정했다면요? 이 학생은 첫 번째 우선순위 대학에 합격하지 못할 경우 그해 대학 입학을 포기하거나 재수를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기존 탐구영역의 과목이 사회 9, 과학 8개에서 총 17개로 확대됐기 때문에, 대학의 선택과목 미지정 시 수험생들이 골라야 할 과목 조합 경우의 수가 백가지를 훌쩍 넘는다”며 “이 같은 혼란을 막기 위해 특정 선택과목을 같도록 논의가 필요한 것”이라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주요 대학끼리 특정 과목을 지정하며 담합(談合)해 대학 서열화를 고착화한다ㆍ주요 대학이 인기 또는 비인기 과목을 나눈다’고 지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들은 수험생의 편의와 예측 가능한 대입준비를 위해 ‘사전 논의’를 하는 것이고 지혜를 모아야만 대입 혼란을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논의와 함께 대입에서 소외당하는 과학Ⅱ가 의대를 비롯한 일부 상위권 대학의 수능 특정과목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백 회장은 “과탐 심화과목 기피에 대한 대학의 방관이 결국 이공계 신입생의 학력저하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과탐Ⅱ 지정이나 가산점 부여 등의 논의가 필요한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2022 수능 선택과목을 어떻게 수능 전형에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대학 간 논의는 2022학년도 대학별 전형계획이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2020년 4월까지 마무리될 계획이다.
한편 입시전문가들은 수험생이 2022수능 선택과목 준비와 관련해 섣부른 예단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본다. 이영덕 대성학원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학령인구가 계속 줄고 있기 때문에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 입장에서 특정 과목을 반드시 선택하도록 지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또한, 대학별로2022학년도 대입전형계획을 확정해 발표할 때까지 여러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수능 탐구영역 내 특정 선택과목의 지정 가능성’에 연연하기보다는 여전히 수시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내신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에 더 신경을 쓰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2022 수능, 대학별 탐구영역 중 특정 선택과목 같게 지정할 가능성↑
- [인터뷰] 백광진 서울경인지역입학처장협회장(중앙대 입학처장)
- “이공계ㆍ의대, 과탐 한 과목 이상 반드시 포함 논의할 것”
- 대학별 전형계획 나오는 2020년 4월까지 상의 후 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