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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닦지 않으려는 아이를 다그치기보단, ‘양치를 하지 않으면 이가 썩는다’는 현상을 실험으로 직접 보여주세요. 탄산음료에 담가둔 달걀 껍데기가 상한 걸 확인하고 스스로 깨닫도록 말이죠.”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은 대다수 학부모들도 ‘과학’에 대해서만큼은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과학적 용어와 원리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실험을 하는 과정이 복잡할 것이란 생각에서다. 이에 대해 전예름(32‧서울 서래초), 최선미(43‧서울 고은초) 교사는 “과학을 잘 알지 못하는 부모도 간단한 재료와 쉬운 방법으로 유‧초등 자녀와 과학실험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울교대 교육전문대학원에서 초등 과학 교육을 함께 전공한 현직 교사 두 명과 최근 ‘(과알못도 문제없는) 엄마표 과학놀이’를 펴냈다. 어린 자녀를 둔 엄마인 두 교사는 “과학이 어렵다고 생각해 일찍부터 흥미를 잃어버린 학생들을 보면 안타까웠다”며 “어릴 때부터 과학을 놀이로 접하면 자연스럽게 현상을 탐구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상을 관찰하는 하나의 놀이로…“시각적 효과로 관심도 높여”
그들에겐 고민이 있었다. 한 번 했던 놀이를 다시 하면 아이들이 금세 싫증을 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연히 보여준 엄마표 과학놀이에는 큰 관심을 보였다. 학교 과학캠프에서 했던 실험을 아이에게 보여준 것이 계기가 됐다. 전 교사는 매주 월요일을 ‘과학놀이 하는 날’로 정하고 아이와 함께 간단한 과학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아이와 수차례 실험을 하면서 원리를 설명하는 데 집중하기보단 ‘현상’을 관찰하는 하나의 ‘놀이’로 접근하면 어려워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두 교사는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 과학이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최 교사는 “아이들은 평상시에도 엉뚱한 질문을 많이 한다. 이런 질문을 활용해 과학놀이를 할 수 있다”며 “가령, 목욕하길 싫어하는 아이가 ‘눈으로 보면 깨끗한데 왜 매번 씻어야 하느냐’고 물으면 먼지를 후춧가루에 비유한 실험을 통해 직접 경험해볼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살피면, 비눗물을 묻힌 손을 후춧가루가 뿌려진 물에 집어넣어 후춧가루가 가장자리로 밀려나는 과정을 통해 비누의 역할을 깨닫는 실험이다. 전 교사는 “취학 전 아이들에겐 눈으로 볼 수 있는 현상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해주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예를 들어 ‘화산 만들기’ 실험을 할 땐, 아이에게 ‘식초와 베이킹소다를 넣었더니 화산처럼 폭발했다’는 식으로만 얘기한다”며 “쉬운 설명으로 부모와 아이 모두 큰 부담 없이 흥미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때론 관찰할 만한 현상을 의도적으로 보여줄 필요도 있다. 아이의 인지 발달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최 교사는 "예컨대 취학 전 시기의 아이들은 식물은 생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식물을 생명체로 인식하게끔 하려면 다양한 모습으로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꾸준히 관찰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의 관심도를 높이려면 시각적 효과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전 교사는 "최근 딸과 함께 빨간 식용색소를 탄 물에 배춧잎을 꽂아 물관을 붉게 물들이는 실험을 했다"며 "이를 통해 아이가 배추와 같은 식물을 무생물이 아닌 생물로 여기더라"고 했다. -
◇아이와 함께 과학놀이 시작하고 싶다면
이들은 자녀와 과학놀이를 시작하려는 부모들에게 비슷한 재료를 활용한 실험부터 시도해볼 것을 조언했다. 달걀을 이용한다고 가정하면, 상한 달걀과 신선한 달걀을 밀도 차이로 구분하거나 탄산음료에 달걀 껍데기를 넣어 부식시키는 등 여러 가지 실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모와 자녀가 과학놀이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비슷한 원리를 바탕으로 하는 활동을 함께 묶어 시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추천했다. 정규 교육과정에서 과학을 처음 배우는 초등 3학년부터는 발포비타민 로켓이나 직접 만드는 탱탱볼처럼 유아기보다 좀 더 심화한 실험을 선호한다. 초등 고학년의 경우, 만화경 만들기, 드라이아이스를 활용한 실험 등 이전보다 더욱 복잡한 실험도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최 교사는 “복잡한 실험이라고 하더라도 시각적인 변화를 쉽게 관찰할 수 있다면 취학 전 아동이나 초등 저학년 학생들도 흥미로워할 수 있다”며 “아이가 개별적으로 느끼는 흥미 정도에 따라 다양한 실험을 하면 좋다”고 권했다. 특히 두 교사는 아이의 성향을 파악해야만 과학놀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이든 손으로 직접 만지는 걸 좋아하는 아이가 있는 반면, 관찰을 선호하는 아이도 있기 때문이다. 두 교사는 “아이의 성향에 따라 미술, 신체활동 등을 융합하면 아이가 과학에 더욱 흥미를 붙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과학놀이를 하다가 실수나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위축될 필요는 없다. 전 교사는 “실험 물질이 섞이고, 폭발하고, 흘러내리는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을 반복적으로 접한 아이는 낯선 상황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고 말했다. 최 교사는 “실험 도중 생긴 오류가 문제의 해결방법을 탐구할 기회가 되기도 한다”며 “이때 정해진 답을 가르쳐주지 말고 해결책을 함께 찾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했다.
“이젠 집에서 ‘과학놀이’…탐구하는 힘을 길러주세요”
-유‧초등 자녀와 생활 속 과학실험 제안하는 과학 교사 2人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