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대입③] 대입 개편 ‘제자리걸음’에…학생·학부모 "허탈"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08.17 12:47

-교육부, 2022 대입 개편 최종안 발표
-정시 소폭 늘리는 형태…"사실상 현행 유지"
-학생·학부모 ‘정부 불신’만 키운 꼴…사교육 더 늘어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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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DB

    현재 중학교 3학년이 치르는 2022학년도 대입(大入) 개편이 ‘정시 30% 이상 확대’ ‘현행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상대평가 유지’로 결론이 나면서, 학생·학부모 등은 일제히 ‘시간만 낭비한 애매한 결과’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 1년간 다단계 논의 구조를 거치고도 사실상 현행 유지 방향으로 결론이 나자, 무책임한 탁상행정 결과를 비난하는 여론이 거센 상황이다.

    교육부는 1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안의 최대 관심사였던 수능 위주 정시전형 비율은 현재 20% 수준에서 30%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수능 평가방식은 제2외국어·한문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되, 다른 주요과목은 모두 현행 상대평가를 유지한다.

    이러한 교육부 발표에 학생과 학부모들은 대체로 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8월 대입 제도 개편을 1년 미루면서까지 공론화에 부쳐 심사숙고한 결론인데, 결과적으로 별다른 변화가 없이 혼란과 갈등만 부추겼다는 이유에서다. 1년 전 교육부가 변화를 위해서는 의견 수렴 과정이 필요하다며 유예를 결정했는데, 이번 최종안 역시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이유로 ‘급격한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했다는 지적이다. 중3 자녀를 둔 이모(47)씨는 “당국이 지난 1년간 예산 수십억원을 써가며 논의를 거듭했는데도 결국 ‘제자리걸음’”이라며 “아이와 함께 수차례의 정부 발표마다 동동거렸던 게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중2·초 6 학부모 김모(44)씨는 “수능 절대평가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만큼 대입제도 개편의 기본방향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면서 “교육 패러다임이 이렇듯 손바닥 뒤집듯 하는 현실인데, 앞으로 이 같은 ‘큰 그림’이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상임대표는 “국가교육정책 마련에 가장 중요한 '예측가능성'이 깨져버리면, 그 피해는 학생과 학부모가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대입 개편을 하겠다며 현 정부가 보여준 실망스러운 행동을 보면서 신뢰가 많이 깨졌다”고 말했다.

    수험생의 혼란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현 중3 학생들의 대학별 입시전형은 이들이 고2가 되는 2020년에야 발표되는데, 정확히 가고자 하는 대학의 정시가 어느 정도 확대될지 이때가 돼서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3 이지영(가명·15)양은 “이번 개편안을 통해 일반고로 갈지, 특목고에 도전할지 결정할 계획이었다”라며 “하지만 이처럼 논란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돌발변수들이 생겨 입시 정책에 또 다른 변화가 있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정시가 늘어나면서 수능에서의 경쟁이 심화하고 특히 국어와 수학 사교육이 득세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3 자녀를 둔 서울 강남구의 한 학부모는 “동네 아이들과 비교해 썩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어서 중3인 아이가 고교 입학하자마자 내신보단 수능 공부에만 ‘올인’하도록 할 생각”이라며 “주요 과목에 대한 사교육비가 늘겠지만, 정시 확대로 결정이 난만큼 내신이나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경쟁보다 수월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