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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블라인드 채용에 명문대생 "학교명 들어간 강의 듣자"

최예지 조선에듀 기자

2018.08.1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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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메일 기재하는 편법 등장…해당 도메인 입력 차단하는 기업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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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DB

#지난주 서울 주요 대학인 A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수강신청 기간을 앞두고 ‘블라인드 채용에 맞춰 대학 이름 들어간 수업 추천한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학교 이름이 들어간 강의를 수강하면 블라인드 채용에서도 출신 대학을 넌지시 알릴 수 있다며, 대학명이 들어간 강의를 추천했다. 게시물에는 ‘해당 수업이 널리 알려지면 수강 신청하기 어려워지니 글을 내려달라’는 댓글이 쏟아졌다.

공공부문에서 블라인드 채용이 의무화되고 일반 기업으로도 확산하면서, 서울 상위권 대학 소재의 일부 명문대생이 강의명으로 출신 학교를 우회적으로 드러내는 편법을 공유하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은 외모, 출신 지역, 학력 등 편견이 개입될 수 있는 정보를 요구하지 않고, 직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등을 평가한다는 취지로 작년 7월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이에 공공기관·지방공기업 입사지원서와 면접에서는 원칙적으로 학력을 요구할 수 없다. 대신 채용직무와 관련된 지식·기술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교육훈련과 과정 등을 명시할 수 있다.

이에 일부 명문대생은 ‘블라인드 채용은 역차별’이라며 반발해왔다.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 지 1년이 넘었음에도 서울 소재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노력하지 않은 사람보다 노력한 사람이 손해 보는 제도’, ‘운으로 들어온 대학도 아닌데 역차별받는다고 생각한다’ 등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대학을 우회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학력 대신 수업이나 교육과정을 명시할 수 있는 블라인드 제도의 특성을 이용해, 대학명이 들어간 강의를 블라인드 채용 지원서에 기재하는 식이다. 구체적으로는 연세대학교의 ‘연세대학합창(랩콰이어)’, ‘근현대 한국사회와 연세’. ‘연세 신학의 이해’, 한양대학교의 ‘한양 CEO 특강’, ‘한양글로벌인재특강’ 등이 있다.

학교명이 들어간 강의를 굳이 찾지 않아도, 필수 이수 과목을 활용하는 편법도 있다. 성균관대는 조선시대 성균관을 계승했다는 학교의 정체성을 반영해 모든 학생이 ‘성균논어’ 과목을 필수로 이수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에 성균관대 커뮤니티에는 ‘성균논어’로 블라인드 제도를 빗겨갈 수 있다는 게시물이 올라온 상태다. 연세대가 RC교육(Residential College)을 전면 실행하며 도입한 ‘RC 101’, 고려대의 ‘사고와 표현’, ‘아카데믹 잉글리시’ 등도 학교를 유추할 수 있는 필수 이수 과목으로 여겨진다.

출신 대학을 드러내는 편법은 이뿐이 아니다. '@snu.ac.kr', '@yonsei.ac.kr', '@korea.ac.kr'와 같이 이메일 주소란에 학교 고유 이메일을 써넣기도 한다. 이러한 편법이 유행하자 블라인드 채용을 하는 일부 기업은 공지에 학교 이메일을 사용하지 말라고 명시한다. 한 공공기관 채용 관계자는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에 맞게 학교명이나 특정 단체명이 드러나는 이메일은 기재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입사지원서 작성 시 대학 메일 도메인인)‘ac.kr’을 입력할 경우 해당 메일을 쓰지 말라고 경고창을 띄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편법이 공유되는 데는 극심한 취업난이 배경으로 보인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경쟁이 심각해 지원자 입장에서는 더 좋은 조건을 드러내며 점수화되길 기대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블라인드 채용 취지상 이러한 편법은 부적절하기 때문에, 이를 운영하는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는 이를 인지하고 나름의 방침을 세우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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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메일을 기입하는 편법이 유행하자 블라인드 채용을 하는 일부 기업은 공지에 학교 이메일을 사용하지 말라고 명시한다. / 모기업 채용 홈페이지 해당 내용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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