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초등

[THE 인터뷰] 선생님에서 동화 작가로 변신한 김규아씨

용인=장지훈 기자

2018.08.07 15:09

해당기사 크게보기 해당기사 작게보기 이메일발송 해당기사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아이 마음 튼튼해지는 동화 그리고 싶어요

동화 이야깃거리 '교실'서 나와
빛나는 유년 시절의 성장 담아
담임 땐 반 학급 시집 펴내기도

김 선생님 반에는 '연필의 고향'이 있었다. 누군가 싫증 나 버렸거나, 소홀해 잃어버린 연필들이 큼직한 머그잔에 모여 살았다. "연필을 소중히 여기자"고 아무리 타일러도 연필의 고향은 늘 빈자리 없이 붐볐다.

오랫동안 '김 선생님'으로 불린 김규아(31) 작가가 최근 동화 '연필의 고향'을 펴냈다. 2010년 처음 초등학교 교단에 선 김 작가는 지난 3월 8년여 만에 교편을 내려놓고 전업 작가가 됐다. 아이들의 '머리'가 아닌 '마음'을 쓰다듬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었다.


기사 이미지
지난 3일 경기 용인 작업실에서 만난 김규아 작가. 직접 그린 그림으로 작업실을 꾸몄다. / 용인=최항석 객원기자

"교실에서 아이들과 쌓은 추억, 계속 꺼내 먹어요"

"너희는 우리를 무책임하게 버렸지.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

연필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단짝 지우개도 동참했다. '연필의 고향'은 초등학교 교실에서 벌어진 연쇄 샤프심 도난 사건을 담았다. 버려진 연필들이 아이들 몰래 샤프심을 훔친다는 내용이다. 너무 흔해서 잊고 지낸 것들의 소중함을 따뜻한 시선으로 일깨운다. 지난 3일 경기 용인 작업실에서 만난 김 작가는 자신의 뿌리가 '교실'에 있다고 말했다.

"작가님이라는 호칭은 아직 어색해요. 선생님이 더 편하죠. 교실은 고향이나 마찬가지예요.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해요. 샤프심 도난 사건도 실제로 있었던 일이에요. '화가 난 연필들이 반항하는 건 아닐까?'라는 상상의 출발점이 됐죠."


기사 이미지
김규아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미술 재료는 색연필이다. 특유의 따뜻한 느낌이 좋아서다. / 용인=최항석 객원기자

아이들이 좋아서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힘들고 지칠 때에도 자신만 바라보는 순진한 눈망울을 보며 피로를 잊었다. 아이들 덕분에 애써 묻어둔 어릴 적 작가의 꿈도 이뤘다. 보여주는 그림마다 "선생님 꼭 화가 같다"며 엄지를 치켜든 아이들을 보고 용기를 냈다.

"교사라는 안정된 길을 버리고 작가가 되겠다고 했을 때 말리는 사람이 많았어요. 교사로 일하면서 책도 쓰면 되는 것 아니냐면서요. 전 아이들을 똑똑하게 만드는 일보다 마음이 튼튼한 사람으로 자라게 돕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 그림과 글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고요."


기사 이미지

'성장' 이야기하는 작가… 반 아이들과 시집 펴내기도

김 작가의 작품을 꿰뚫는 주제는 '성장'이다. 첫 작품인 '물고기가 발걸음을 멈추면'(2016)이 자아를 찾아 나선 꼬마 물고기의 모험을 그렸다면, '연필의 고향'은 연필과 우정을 나누면서 성숙하는 소녀가 주인공이다. "유년 시절은 누구나 겪지만, 다시 돌아갈 수 없죠. 그래서 더 빛나는 소년·소녀의 이야기가 좋아요. 그때 할 수 있는 고민, 그때만 느끼는 미묘한 감정들을 붙잡아 두고 싶어요. 읽는 아이들도 '맞아!' 하면서 공감할 수 있도록요."

김 작가의 두 번째 책 '사사롭고 시시하게'는 제작 과정 자체가 성장기였다. 김 작가는 경기 용인 대청초등학교에 근무하던 2016년, 담임을 맡은 4학년 5반 아이들과 시집을 함께 펴냈다. 3월부터 매주 한 번 모여 시를 지었다. 7개월 뒤에 24명 아이가 쓴 시들이 묶여 책이 됐다. 고사리손으로 그린 그림이 구석구석을 장식했다. 사학년이니까 '사사롭고', 시를 썼으니 '시시하게'를 붙여 책 제목으로 삼았다.


기사 이미지
‘연필의 고향’에 담긴 김규아 작가의 그림. / 김규아 작가 제공

"책을 낸다는 건 특별한 일이잖아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해주고 싶었어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일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기도 했고요. 나중에 들어보니 학년이 바뀌고서도 시집을 들고 다니면서 낭독한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김 작가의 교실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한밤에만 문을 여는 특별한 음악 교실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어요. 이번엔 개구쟁이였던 제자를 닮은 남자아이가 주인공으로 나온답니다."

이메일발송 해당기사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목록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