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 입시

"그림책 활용해 토론해보세요…생각이 자랍니다"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2018.08.0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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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토론 강조하는 경기도토론교육연구회 소속 교사 6인 인터뷰
-어렵지 않은 그림책으로 학생 편안하게 토론 참여…질문 스스로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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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토론교육연구회 소속 조승연, 김민경, 권현숙, 김황곤, 김준호, 백지원 교사(왼쪽부터)가 그림책을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들은 "그림책 토론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생각이 깊어지고, 그 생각을 바탕으로 작은 행동이라도 실천하려는 모습을 볼 때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이신영 기자

2015 개정교육과정이 도입됨에 따라 ‘학생 참여 중심 수업’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그림책을 활용한 토론 수업이라는 기발한 방식으로 학생들을 수업에 참여시키는 교사들이 있어 화제다. 토론 교육을 중시하는 경기지역 현직 교사들로 구성된 경기도토론교육연구회 소속 여섯 명의 교사가 바로 그들이다. 2010년에 만들어진 경기도토론교육연구회는 2014년부터 올해까지 경기도교육청 도 단위 교육연구회에 꾸준히 선정됐으며, 매년 전국 토론교육 페스티벌을 여는 등 토론교육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권현숙(50ㆍ경기 호평고), 김민경(41ㆍ인천 고잔중), 김준호(39ㆍ경기 장곡중), 김황곤(41ㆍ경기 영생고), 백지원(49ㆍ인천 부평여고), 조승연(34ㆍ경기 필봉초) 교사는 “그림책 토론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에게는 시시하지 않고,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어렵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림책 토론으로 ‘생각부터 행동까지’ 변화하는 학생들

일반적으로 ‘토론’이라고 하면 대립하는 두 의견으로 나뉘어 논증을 펼치는 장면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그림책 토론 수업은 학생들이 한 권의 그림책을 읽고 직접 질문을 만들어 그것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좀 더 포괄적인 수업 방식이다. 교과서 지문을 활용한 토론에 비해 상대적으로 내용이 어렵지 않은 그림책을 활용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학생들이 편안하게 토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며, 그림과 글을 동시에 해석해야 한다는 점에서 융복합 텍스트를 해석하는 역량을 기를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교사가 구조화된 질문을 하지 않고, 학생들 스스로 호기심을 품고 질문을 만들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김민경 교사는 “반 전체 학생이 한 명도 빠짐없이 수업에 집중하게 하고 싶다는 바람이 컸다”며 “학생들에게 교사가 ‘오늘의 학습 목표는 무엇’이라고 직접 말해주기보다 학생 스스로 학습 목표를 찾아내 이야기하기를 바랐다”고 밝혔다.

“고등학교에서 법과 정치, 사회문화를 가르치면서 학생들이 책을 읽지 않고 수업 참여도도 낮은 것이 고민이었죠. 대안으로 ‘그림책 토론’을 생각했습니다. 처음엔 학생들이 ‘그림책은 유치하다’고 여겼어요. 그런데 한 학년이 끝나고 나서 여러 토론 수업 중에 가장 재밌는 토론을 고르라고 하면 주저 없이 ‘그림책 토론’을 꼽더라고요. 특이한 것은 제일 어려운 토론도 그림책 토론이더라고요. 이전까지는 주입식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식으로 공부했는데, 이와 반대로 질문을 직접 만들라고 하니 어려운 거죠. 하지만 그림책을 활용해 질문을 직접 만들고 토론을 하면서 학생들은 교과서로 배운 지식과 자신의 삶을 자연스럽게 연결짓게 됩니다. 이를 통해 모든 학생이 ‘지식생산자’로 성장할 수 있어요.” (권현숙 교사)

다시 말해, 학생들은 그림책 토론 수업으로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심화학습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을 재정립한다. 대다수 그림책이 자유, 평화 등 삶에서 중요한 가치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학급 친구들과 토론하며 자신의 현재 가치관이 무엇인지, 왜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됐는지 등을 발견한다. 이와 동시에 잘못 형성된 가치관을 수정하거나 사고를 전환하는 계기로 삼기도 한다.

이들은 실제로 그림책 토론 수업을 하고 나서 학생들에게 눈에 띄는 변화가 일었다고 했다. 조승연 교사는 “중고등학생은 물론이고 초등학생 중에서도 ‘틀렸다, 못한다’는 평가에 질려 무기력한 학생들이 있는데, 이런 경우에도 그림책으로 토론을 하면 평가에 대한 공포감이 사라져 참여율이 높아진다”며 “작년에 등교 거부까지 할 정도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던 학생도 ‘돼지책’이라는 그림책으로 토론하고 나서 ‘한 번 더 하면 안 되느냐’고 묻더라”고 말했다.

“그림책 토론 수업으로 학급 분위기도 변합니다. 실제로 자주 말썽을 부려서 같은 반 친구들에게 미움을 받는 아이가 있었어요. 그림책으로 토론하던 중 그 학생이 벌떡 일어나서 발표하더군요. ‘우리 집이 너무 가난해서 내가 제일 불행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나보다 더 어렵게 사는 친구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학급 친구들도, 교사인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토론이 끝나고 나서 그 학생은 국제인권기구 홈페이지에 들어가 난민으로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전해줄 편지를 쓰는 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했어요. 이처럼 학생들이 서로 이해할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변화한 생각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게끔 개별 학생에게 동기를 심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치 있지 않나요?” (권현숙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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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연, 김민경, 권현숙, 백지원, 김준호, 김황곤 교사(왼쪽부터)/ 이신영 기자

◇교사, 교육과정 재구성해 그림책 선정…“학생 스스로 질문 만드는 것이 핵심”

그림책 토론 수업은 교사가 그림책을 간략히 소개하고 책을 생생하게 읽어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물론, 학생이 원하는 경우 교사 대신 학생이 읽어도 무방하다. 이후 브레인스토밍, 마인드맵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탐색하는 활동을 한다. 이를 바탕으로 개별 학생마다 2~3개씩 질문을 만들고, 모둠별로 대표 질문을 선정할 수 있게끔 한다. 다음 단계에선 모둠별 질문을 모아 전체 토론을 위한 학급 대표 질문을 선정해 본격적인 토론 과정을 거친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학급 대표 질문을 토론 논제로 전환해 차시에 심화 토론이나 글쓰기 활동을 진행하는 식이다.

이러한 그림책 토론 수업을 진행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백지원 교사는 “먼저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성취 기준에 맞는 핵심 개념을 추출하고, 이를 담은 그림책을 선정해야 한다. 여기에는 교사의 안목과 전문성이 필요하다”며 “그림책을 읽었을 때 하나의 주제로 선명하게 정의할 수 있는 책보다는 여러 측면에서 토의하고 추론하는 열린 토론이 가능한 책을 선정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효과적인 그림책 토론 수업을 하려면 4인 1 모둠 기준 모둠별로 한 권씩 그림책이 준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승연 교사는 “특히 초등학교에서는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국어‧사회‧도덕 등 과목 간 연계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때 그림책 토론 수업이 유용하다”며 “한 권의 그림책에 여러 주제가 개입될 수 있고, 여러 학생의 경험과 지향점이 담긴 질문을 중심으로 토론을 진행하면서 통합적인 주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기 때문에 그림책은 범교과 수업에 활용하기 좋은 도구”라고 전했다. 여섯 명의 교사들은 그림책 토론 수업의 활용 도서로 ‘뻐꾸기 엄마(이형진)’ ‘100만번 산 고양이(사노요코)’ ‘헨리의 자유 상자(엘린 레빈)’ ‘우리 엄마ㆍ고릴라(앤서니 브라운)’ ‘우리 가족입니다(이혜란)’ ‘생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코비 야마다)’ 등을 권하기도 했다.

이들은 최근 그림책 토론 수업 사례를 모아 신간 ‘생각이 자라는 그림책 토론 수업(학교도서관저널)’을 펴냈다. 교사 연수에서 그림책 토론 수업에 관심을 가진 교사들이 자료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토론 수업을 처음 진행하는 교사를 위해 난도가 높지 않은 토론 방식을 소개했다. 김준호 교사는 “브레인라이팅(6-3-5기법)은 브레인스토밍과 마찬가지로 짧은 시간 내에 여러 생각을 표출하는 토론 기법으로, 6명이 각각 아이디어 3가지를 5분 동안 생성하고 결합ㆍ개선하는 형태”라고 부연했다. 더욱이 분단 형태의 책상 배치를 유지한 채로 진행할 수 있는 토론 방식도 있다. 조승연 교사는 “회전목마 토론은 토론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맞는 방식으로, 모든 학생이 일대일로 토론 발언자 역할을 한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여러 번 반복해서 토론하는 동안 자신의 의견에 대한 상대의 피드백을 들으며 논증 실력을 키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도 그림책 토론 수업의 핵심은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을 만드는 것입니다. 토론 과정에서 교사는 조력자의 구실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학생들의 토론을 듣다가 깊이 있게 고민해봐야 할 지점에서 지도를 해주는 거죠. 토론 질문을 날카롭고 명확하게 다듬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능동적으로 학습하는 법을 익힙니다.” (김황곤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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