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리핑 차일드 체크만으론 부족…교사당 아동 수 줄여야”
최예지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07.25 15:38

-25일 오후, 서울영유아교육보육포럼 외 8개 단체 긴급 좌담회 개최
-잇따라 발생한 어린이집 사고에…“미봉책 아닌 구조적인 원인 찾아 대안 모색해야”

  • 서울영유아교육보육포럼 외 8개 단체가 25일 오후 참여연대에서 ‘어린이집 사고, 재발방지 대책은 없는가’를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최예지 기자
    ▲ 서울영유아교육보육포럼 외 8개 단체가 25일 오후 참여연대에서 ‘어린이집 사고, 재발방지 대책은 없는가’를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최예지 기자

    “슬리핑 차일드 체크 시스템 도입만으로는 부족합니다.”(김남희 변호사)
    “반복되는 어린이집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부터 살펴야합니다.”(소라미 변호사)

    서울영유아교육보육포럼 외 8개 단체가 25일 오후 참여연대에서 ‘어린이집 사고, 재발방지 대책은 없는가’를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토론자들은 최근 경기 동두천에서 4세 아이가 통학차량에 방치돼 사망하는 등 어린이집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데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논의했다.

    보건복지부가 24일 국무회의에 보고한 '어린이집 통학차량 안전사고 및 아동학대 근절 대책'에 따르면 앞으로 통학차량 내 '잠자는 아이 확인장치(슬리핑 차일드 체크·Sleeping Child Check)' 설치가 의무화된다. 이에 대해 토론자들은 “슬리핑 차일드 체크의 도입만으로 어린이집 사건사고가 준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며 “보육현장의 목소리와 현실을 충분히 반영했는지 의문이며,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잦은 어린이집 사고의 배경에는 ‘지침 미비’가 아니라, 지침을 준수할 수 없는 ‘근로여건’에 있다고 지적했다. 남봉림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교사회전체대표는 “교사가 아이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구조였는지 의문이 든다”고 입을 열었다. 박은주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는 “사고가 발생한 후에 원인을 쫓아가다 보면 열악한 보육 노동 현장을 마주하게 된다”며 “이번에도 월 28만원에 고용된 운전기사, 참관수업준비에 정신이 없었던 담당교사와 원장 등이 사고의 배경이었다. 보육 노동자들의 인권이 보장 받지 못하면 아동의 인권 실현도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김남희 변호사(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는 “영유아보육법에는 ‘동승자는 영유아를 담당 보육교사에 인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차량 운행할 때 이러한 안전 조치를 준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차량만 타는 교사는 없고, 보육교사가 동승 업무를 한 직후에는 담당하는 반아이들을 정신 없이 챙겨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근로여건에 대한 비판에도 보건복지부가 이를 개선할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남 대표는 “정부에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마련한다고해 보육 교사들도 기대했지만, 근본적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실효성을 발휘할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조성실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교사의 행정업무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대책은 무엇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건지 구체성과 명확성이 부족하다”며 “한 아이가 인간다운 돌봄을 제공 받기 위해 어느 정도의 인력 규모가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는 이번 대책에서도 반영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조교사를 늘리겠다는 정부의 대책이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 변호사는 “보건복지부의 대책에 따르면 보조교사를 확대 지원해 오후시간 전담교사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하나, 보조교사는 대부분 저임금 단시간 일자리”라며 “보육 현장의 단독 책임자가 되는 업무 부담을 지려고 할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서진숙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의장은 “휴게 시간과 안전문제 때문에 정부는 지금까지 보조교사를 1만 2000명 늘리겠다고 했는데, 보조교사와 정교사의 역할은 엄연히 다르다”며 “보조교사는 아이를 단독으로 볼 수 없다. 책임감 있고 책임을 질 수 있는 정교사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보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복수담임제를 시행하고, 교사 1인당 아동 수가 줄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남 대표는 “한 사람의 교사가 장시간 동안 많은 아이들을 돌보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최소한 두 명 이상의 교사가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 의장은 “교사의 아동학대나 실수를 예방할 수 있는 실마리는 또 다른 교사”라고 의견을 같이 했다. 조 공동대표는 “아이들의 안전을 정말로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아이와 교사가 더 많이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예산을 사용해야 한다”며 “영유아보육법을 개정하고 보육료를 현실화해 1인당 아동 수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보육의 공공성을 강화해, 통학버스는 최소한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데도 의견이 모였다. 서진숙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의장은 “슬리핑 차일드 체크 등 차량 관련된 대책은 많이 나왔지만, 정작 차량을 없애는 건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 공동대표는 “가장 좋은 보육 모델은 집에서 가장 가까운 기관에 양육자와 아이가 손을 잡고서 도보로 등하원 하는 것”이라며 “양육자가 직접 아이를 어린이집 실내까지 인계하는 등 반복적인 대면 관계 속에서 교사와 부모 간 신뢰도 싹틀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통학버스는 성인의 편의를 위해 아동의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영유아 대상 보육시설의 통학차량 운행은 장애아ㆍ농어촌 등 불가피한 경우로 최소화하는 원칙이 필요하며, 운영할 경우 엄격한 안전관리와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