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역사교과서, ‘민주주의’ ‘자유민주’ 섞어 쓴다.
손현경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07.23 10:53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는 빠져…교육부, 집필기준 이달 말 확정

  • 교육부가 지난해 1월 공개한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의 모습.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지하고 이번달까지 새로운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확정해 오는 2020년 교과서부터 반영하기로 했다.  / 조선일보 DB
    ▲ 교육부가 지난해 1월 공개한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의 모습.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지하고 이번달까지 새로운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확정해 오는 2020년 교과서부터 반영하기로 했다. / 조선일보 DB
    교육부가 새 역사교과서에 그간 논란이 됐던 ‘민주주의’와 ‘자유민주’라는 표현을 함께 쓰기로 했다. 또한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표현은 정책연구진의 제안대로 집필기준에서 빠진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이달 말 확정한다고 23일 밝혔다. 집필기준은 서로 다른 여러 출판사가 검정교과서를 제작할 때 기준 역할을 하는 일종의 지침이다.

    애초 교육부는 기존 교과서와 교육과정에서 혼용했던 ‘자유민주주의’와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민주주의’로 일원화하기로 한 바 있다.

    역대 역사과 교육과정과 교과서가 대부분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썼고,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내포하는 자유·평등·인권·복지 등 다양한 구성요소 중 일부만 의미하는 협소한 의미라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논란이 이어지자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을 심의하는 교육과정평가심의회 운영위원회가 ‘민주주의’ 표현과, 헌법에 등장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을 모두 쓸 수 있도록 최종안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진보진영은 ‘자유민주’란 표현이 1970년대 유신헌법에 처음 등장했고, 한때 북한에 대한 체제 우위 선전 구호로 쓰였다며 ‘민주주의’가 더 중립적인 표현이라고 본다. 하지만 보수진영에서는 1987년 만들어진 현행 헌법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언급했고 ‘자유’를 빼면 사회민주주의나 인민민주주의로 해석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새 역사교과서에서는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내용은 집필기준에서 제외했다.

    앞서 교육부는 “국가기록원 자료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유엔 선거 감시가 가능한 지역에서 수립된 유일한 합법정부”라며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라는 옛 집필기준(2009 개정 교육과정)이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한 바 있다. 국정교과서 추진 당시 논란이 됐던 1948년의 의미는 ‘대한민국 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정했다. 현재 교과서에서도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표현했고, 임시정부의 정통성과 독립운동 역사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번 역사과 교육과정 개정을 계기로 역사 교육에서 용어를 둘러싼 불필요한 논쟁이 마무리되길 바란다”며 “다양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학교현장에서 토론과 논쟁, 공감과 합의과정이 어우러진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역사교육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교육부 제공
    ▲ /교육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