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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하는 동안 논술고사를 열여덟 번 봤어요. 솔직히 말하면, 고 3 때와 재수할 때 논술전형에서 줄줄이 떨어지면서 ‘논술고사’ 자체를 불신했습니다. 대체 어떤 기준으로 채점해 합격자를 결정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못 했거든요.”
2018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논술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한 임윤희(한국외국어대 LD학부 1)씨는 뜻밖의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서울 경기여고를 졸업한 그는 흔히 말하는 ‘강남8학군’ 출신이다. 내신·비교과 실적이 모두 약한 그에게 논술전형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임씨는 “내신도, 교내활동도 경쟁이 너무 치열해 3년간 좋은 성적을 유지하기가 어려웠어요. 학생부중심전형(교과·종합)은 합격 가능성이 작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중심으로 대입을 준비했죠. 그렇다고 해서 여섯 번의 수시 지원 기회를 버릴 수 없으니, 고 3 여름방학쯤부터 논술전형을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결과는 ‘낙방’이었죠.”
◇논술학원 도움 안 돼…“수능 국어 공부가 곧 논술 준비”
고 3부터 재수까지 두 번의 수험생활을 하면서 임씨는 논술전형에서 열두 번 낙방했다. 공부를 안 해서 떨어진 게 아니었다. 그는 “서울 강남에서 내로라하는 논술학원을 여러 곳 다녔고, 그도 모자라 (추석 기간 등에 열리는) 논술 단기 특강 같은 것도 빠짐없이 들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대입에 연이어 실패하자 논술전형 지원 자체에 회의감이 들었다. “왜 떨어졌는지조차 모르니 답답했죠. 학원에서 ‘답안은 이렇게 써라’ ‘이런 사례를 써라’ 같은 지침을 알려줬기에 그대로 하면 합격할 줄 알았거든요. 그게 다 쓸모없는 짓이라는 걸 삼수할 때 알았습니다.”
논술전형에 대한 불신은 여전했지만, 삼수할 때도 수시모집에선 논술전형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논술전형에 대한 기대가 없었기에 삼수하던 작년엔 논술 공부를 아예 하지 않았고, 학원에도 다니지 않았다. 대신 수능 공부에 더 매진했는데, 특히 국어 영역 지문 읽기에 집중했다. 그게 오히려 논술전형 합격에 더 도움됐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전 재수할 때까지 국어 공부를 이른바 ‘양(量)치기’로 했어요. 무작정 문제를 많이 풀기만 했죠. 그래도 국어 성적이 오르지 않기에 삼수할 때 방법을 바꿨죠. 문제를 적게 풀더라도 지문 하나하나를 상세하게 읽으면서 분석했어요. 문제에 나온 모든 보기(선지)에 의문을 갖고 지문과 연결 지어 생각하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했죠. 지문을 읽으면서 단락별로 핵심어(키워드)를 찾고, ‘아, 이 부분에선 이런 문제가 나올 수 있겠다’라고 예상하기도 했어요. 수능 국어에서는 내용의 사실적 이해, 추리·상상적 사고, 논리적 사고, 비판적 사고 등을 평가하는데, 논술고사의 평가 목적도 이와 같아요. 즉, 수능 국어 공부를 철저히 하는 게 곧 논술고사 공부가 된다는 뜻이죠.” -
◇기출문제 통해 지원 대학 논술고사 특징 찾아야
논술고사는 수능일로부터 빠르면 3일, 늦으면 2주 안에 대부분 치러진다. 그래서 초조한 나머지 수능 전인 9~10월에 논술고사 공부에 집중하는 수험생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선택이다. 임씨는 “논술전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통과하는 것”이라며 “논술고사 공부만 하다가 수능 점수를 못 받아 불합격하는 사례를 자주 봤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임씨가 합격한 한국외대 LD학부의 경우, 논술전형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국어, 수학(가·나), 영어, 사회탐구(1과목) 중 3개 영역 등급 합 4 이내’로 매우 높다. 논술전형 응시자 중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통과하는 비율이 40%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수능 성적이 논술전형 당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얘기다.
임씨는 “논술 공부는 수능을 치른 뒤 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실제로 그도 작년엔 수능 후 딱 일주일만 논술을 공부했다. 그 기간에 목표 대학의 논술 기출문제와 모의논술 문제를 집중적으로 봤다. 그는 “한 대학의 기출문제만 보면 그 대학의 특징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여러 대학의 문제를 같이 놓고 보면 대학별 특징이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고 귀띔했다.
“한국외대 논술을 보면 다른 대학보다 문항별 제한글자 수가 적어요. 중언부언하지 않고, 핵심어(키워드)를 정확하게 짚어 간결하게 쓰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죠. 전 우선 최근 3개년의 기출문제를 보되, 한 계열 것만 보지 않고 인문·사회계열 문제를 섞어서 공부했어요. 제가 먼저 답안을 작성한 뒤, 모범답안을 보면서 모범답안에 나온 핵심어가 제 답안에도 있는지를 살펴봤죠. 수능 국어를 공부할 때 지문을 읽으며 핵심어를 찾으려고 노력한 게 여기에서 도움됐습니다.”
최근 대입 논술의 특징은 ‘고교 교육과정 연계’다. 한국외대 역시 논술고사 출제진에 고교 교사를 포함할 정도로 고교 교육과정 연계에 신경 쓰고 있다. 주제는 물론 지문 내용, 도표 등까지 고교 교과서에서 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논술고사를 치르는 수험생 중 다수가 교과서 공부를 소홀히 한다. 임씨는 “요즘은 많은 학교가 수업 시간에 부교재나 자체 제작한 교재를 사용한다”며 “저 역시 고등학교 때 교과서를 제대로 본 적이 없는데, 논술고사 문제는 교과서를 많이 활용하더라”고 말했다.
한국외대는 영어 지문을 내는 것으로도 수험생 사이에 잘 알려졌다. 이에 대한 부담 때문에 지원하지 않는 수험생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임씨는 “부담 가질 필요 없다”고 단언한다. 영어 실력을 평가할 목적으로 내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비교하자면, 수능 영어 영역의 ‘요지 찾기’ 문제와 비슷해요. 영어 해석 능력이 아니라 논리적 사고력을 평가하는 문제죠. 어려운 단어에는 주석이 달린 것만 봐도 이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수능에서 영어 2등급을 받는 학생이라면 무난히 풀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해요.”
지난주까지 대부분 고교가 1학기 기말고사를 치렀다. 이맘때면 많은 고 3 학생들이 본격적인 대입 수시모집 준비에 들어간다. 논술전형에 지원하는 학생도 마찬가지다. 임씨는 고 3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가장 하고 싶을까. “경험자로서 논술학원에 갈 필요 없다는 얘길 꼭 하고 싶어요. 학원 갈 시간에 6월 모의고사(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국어 지문을 철저히 분석하며 읽는 게 수능을 잘 보는 데도, 논술고사를 잘 보는 데도 효과적이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길 바라요.” -
<전형 돋보기>
박지혜 입학처장에게 직접 들었다 ‘한국외국어대 논술전형은…’
한국외국어대는 2019학년도 수시모집 논술전형에서 총 546명(서울 442명·글로벌 104명)을 선발한다. 올해 논술전형은 예년과 달라진 점이 많다. ▲문항 수 감소(4문항→3문항) ▲시험 시간 단축(120분→100분) ▲지문 변화(인문계열: 영어 지문 포함/사회계열 통계·도표 포함) ▲글로벌캠퍼스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 등이다. 지문의 경우 작년까지는 인문·사회계열 모두 영어 지문과 통계·도표를 함께 출제했다. 서울캠퍼스는 논술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데, ‘국어, 수학, 수학(가·나), 사회탐구(2과목 평균) 중 2개 영역 등급 합 4 이내’여야 한다(한국사 4등급 이내). 다만 LD학부와 LT학부는 ‘국어, 수학(가·나), 영어, 사회탐구(1과목) 중 3개 영역 등급 합 4 이내’를 적용한다. 박지혜 입학처장은 “작년까지 한국외대 논술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어렵다는 수험생 의견이 많았다”며 “학생들이 논술고사를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올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외대는 논술고사 출제위원 14명 중 4명을 현직 고교 교사로 위촉했다. 검토가 아니라 출제 단계부터 교사를 참여시켜 고교 교육과정을 반영한 문제를 내겠다는 의지에서다. 박 처장은 “고등학교 교과서를 중심으로 공부하고, (통계 등이 나온) 신문 기사를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비 가능한 수준”이라며 “무엇보다 ‘독해력’ 평가에 중점을 두므로 수능 국어 영역의 비문학 지문을 정확하게 읽는 훈련을 하는 게 도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논술을 공부할 땐 홈페이지에 게시된 기출문제와 모의논술 문제를 활용하는 게 좋다. 특히 변경사항을 반영한 올해 모의논술 문제를 잘 살펴야 한다. 박 처장은 “올해 모의논술에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나온 도표를 출제했는데, 응시자 대부분이 ‘도표를 처음 봤다’고 하더라”며 “교과서가 가장 좋은 논술 교재라는 점을 잊지 마라”고 당부했다.
한국외대는 논술전형을 포함한 다양한 대입 전형에서 논리적인 사고력과 의사결정 및 판단 능력을 갖춘 학생을 선발하고자 한다. 인문계열 논술고사에 나오는 영어 지문도 단순히 해석 능력이 아닌 지문을 읽고 생각하는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박 처장은 “한국외대의 경우 많은 학과가 ‘언어’ 관련 이름을 달고 있어 어학 능력을 중시한다고 생각하는 수험생이 많지만, 사실 각 학과는 해당 지역의 정치·경제·문화 등을 복합적으로 다루는 ‘지역학’ 관련 커리큘럼으로 짜였다”며 “해외 시장이 점점 중요해지는 만큼 해당 지역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입시에서도 이 같은 교육 목표와 인재상을 반영해 학생을 선발한다. 박 처장은 “내달 10일 여는 ‘수시 지원 전략 설명회에서 모의논술 특강을 포함해 자기소개서 작성법 강연, 모의면접 등을 진행한다”며 “한국외대 지원을 염두에 둔 수험생이 자신의 대입 준비 상황을 점검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논술전형 합격 비결, 학원 아니라 ‘수능 국어 지문’에 있었다”
-[나의 대학 합격기] 한국외국어대 LD학부 1학년 임윤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