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초등

[초등 아고라] '혐오 표현' 우리의 생각은?

오누리 기자

2018.07.1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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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으로 내뱉은 말들… 진짜 혐오로 이어질 수도"

최근 '틀딱충' '김치녀' '맘충'과 같은 혐오 표현이 초등학생 사이에서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 혐오 표현은 '어떤 집단을 차별하거나 폭력을 선동하는 말'이다. 혐오 표현의 대상은 학생과 교사를 가리지 않는다. 지난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여성위원회가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사 63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59.2%에 달하는 375명이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여성 혐오 등 각종 혐오 표현을 들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서울시가 교내에서 다양한 혐오 표현을 금지하는 학생조례까지 만들었지만 무용지물에 가깝다.

지난 5일, '초등 교실 내 만연한 혐오 표현'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 김진규(하남 미사강변초 5) 군, 이명현(서울 언북초 6) 군, 이지수(서울 양재초 4) 양, 조안(서울 숭인초 5) 양, 최지민(수원 다니엘열방초 6) 양이 한자리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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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조선일보 명예기자들이 ‘초등 교실에 난무하는 혐오 표현’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왼쪽부터 최지민(수원 다니엘열방초 6) 양, 김진규(하남 미사강변초 5) 군, 이지수(서울 양재초 4) 양, 이명현(서울 언북초 6) 군, 조안(서울 숭인초 5) 양. / 이신영 기자

초등생에게 일상 언어가 된 혐오 표현

"요즘 주변에서 혐오 표현을 안 쓰는 초등학생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요. 한번은 경비아저씨가 도서관에서 떠드는 아이들에게 주의를 준 적이 있었는데요. 혼난 학생들이 경비 아저씨께 '틀딱충 주제에 말이 많아'라고 말하면서 깔깔 웃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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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민 양은 "요즘 초등학생들은 혐오 표현을 유행어처럼 쓴다"며 "상대의 기분을 나쁘게 하려고 사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초등학생이 자주 쓰는 '○○충'이라는 단어는 특정 대상에 '벌레 충(蟲)' 자를 붙여 비하하는 표현이다. 학생들은 부모 세대를 비하하는 '맘충' '애비충'부터 노인을 낮잡아 이르는 '틀딱충'까지 거침없이 사용한다.

조안 양이 최 양의 말에 동의했다. 조 양은 "몇몇 애들은 선생님이 앞에 계시는데도 '담임충' '김치녀' 같은 표현을 쓴다"며 "선생님이 지적하면 요즘 다 쓰는 말인데 왜 뭐라고 하느냐며 따지기도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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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현 군은 "대부분 학생이 문제의식 없이 혐오 표현을 쓴다"고 지적했다. 이 군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지 않고 그저 많은 사람이 쓰는 말이니까 따라 하는 학생이 많다"며 "유행어를 모르면 친구들과 어울리기 쉽지 않듯 혐오 표현을 쓰지 않으면 대화가 잘 안 통할 정도"라고 말했다. 김진규 군이 거들었다. 김 군은 "자신이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알고 그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유튜브 등 미디어에서 혐오 표현 접해

"요즘 초등학생은 어디서 혐오 표현을 배우는 걸까요?" 최 양이 화제를 돌렸다.

이지수 양은 '유튜브'를 꼽았다. 이 양은 "200만 명 넘는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들도 영상에서 입에 담기 어려운 욕과 혐오 표현을 많이 쓴다"며 "유튜버들이 쓰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검색해봤다가 나쁜 말인 걸 알게 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명현 군은 "유명 래퍼들의 노래 가사에도 여성과 장애인 등을 비하하는 표현이 나온다"며 "초등학생들도 접하는 대중문화에서 혐오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조 양이 "대부분 학생이 유튜브, 인터넷 등 미디어를 통해 혐오 표현을 배우는 만큼 가정과 학교에서 올바른 미디어 사용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의견을 보탰다.

최 양은 강력한 제재를 동원해서라도 혐오 표현 사용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말에는 큰 힘이 있어요. 처음에는 장난으로 여성 혐오적 발언을 하지만 나중에는 정말 여성이 미워질 수 있어요. 여성을 향한 실제 폭력으로도 이어질 수 있고요." 최 양의 일침에 모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혐오 표현

국가인권위원회의 '혐오 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혐오 표현이란 '어떤 개인·집단이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차별하거나 폭력을 선동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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