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리그 출신 김기영 대표의 IT교실] 중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한국 유니콘기업의 미래를 찾다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8.07.10 10:10
  • 중국 유니콘 기업들의 성장세가 무섭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CB Insight의 2018년 7월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250개 유니콘 기업 중 중국 기업은 무려 29.2%를 차지했다. 같은 기관이 발표한 2015년 조사에서는 톱10에 위치한 중국 기업이 단 2개에 불과했지만, 2018년 현재는 5개로 절반을 차지한다.

    유니콘 기업은 기업가치가 10억 달러(1조원)를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을 지칭한다. 전설 속의 동물인 유니콘처럼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는 의미에서 사용 되어왔다. 그만큼 되기가 어렵다는 말인데, 중국 스타트업들은 이 같이 낮은 확률을 뚫고 단기간에 초고속 성장을 일궈냈다.

    반면 유니콘 클럽 중 한국 기업은 쿠팡, 옐로모바일, L&P 코스메틱 등 3개에 불과하다. 옐로모바일의 경우 최근 실적부진과 내홍으로 시총이 추락하고 있는 상황이니, 전체 유니콘 기업 중 한국 기업은 1%도 채 미치지 못한다.

    왜 중국은 되고 우리는 안되는 것일까? 한국형 유니콘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할까?

    첫째, 창업을 존경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GEM (Global Entrepreneurship Monitor, 국제 비즈니스 조사기관)에 따르면 중국은 54개 회원국 중 창업자 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인 것으로 밝혀졌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취업창업(창업으로 취업한다)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으며, 실제 대학생 중 40% 이상이 창업을 꿈꾼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 당국은 창업을 차세대 경제성장 동력으로 선정하고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리커창 총리는 2014년 다보스 포럼에서 ‘모두가 창업하고, 모두가 혁신하라’는 ‘쌍창정책’을 주장했으며, 시진핑 주석 역시 지난달 당대회에서 “기업가 정신을 불러일으켜 창업과 혁신에 더 많은 주체가 투자하도록 권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스타트업을 위한 투자 생태계가 개선되어야 한다. 한국은 비교적 초기 투자를 받기 용이한 국가이다. 정부 역시 중소 벤처기업부를 신설하여 매년 2조원 이상의 예산을 창업 지원금에 사용하는 등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중국∙미국과 같은 100억 원 이상의 규모 있는 투자는 흔치 않다. 벤처 기업은 기본적으로 10개중 9개는 망한다. 10% 미만의 기업들이 살아남고, 이 중 극 소수만이 유니콘 기업이 된다. 이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기업 경쟁력 뿐만 아니라 충분한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

    셋째, 인재 양성이 시급하다. 지난 칼럼에서도 언급했듯 디지털 시대의 본질은 결국 데이터다.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들은 다양한 용어로 표현되고 있지만,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핵심은 데이터를 수집(collect)하고, 가공(refine)해서, 맞춤화(personalize)하여 분산(distribute)하고 보호(protect)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기업 입장에서는 관련 분야에서 인재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의 척도가 된다. 중국의 터우탸오라는 회사의 경우 AI를 기반으로 뉴스 추천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유니콘 기업인데, 이 업체는 1300여 명의 직원 중 약 800명이 엔지니어다. 그러나 국내의 AI, 빅데이터 인력은 중국 대학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 소프트웨어 정책연구소는 ‘18년 4월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향후 5년간 국내 AI 관련 분야에서 9049 명의 고급인력이 필요하지만, 공급 가능한 인력은 1781명에 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 연구 및 활동이 그나마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KAIST의 경우 전문 AI 연구인력이 200여명 정도 인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는 중국의 주요 대학인 중국과학원(1429명), 하얼빈공대(879명) 등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대한민국은 참 ‘보수적인’ 국가이다. 세계 열강들의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던 19세기 구한말, 조선은 나라의 문을 걸어 잠그는 쇄국정책을 펼쳤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축이 되어야할 청년들은 ‘안정적인 직장’을 잡기 위해 1.8%의 확률에 불과한 공무원 시험에 청춘을 배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한국인들의 탁월함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있다. 울타리 안을 벗어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한번 시작하면 세계 그 어떤 민족보다 더 빨리, 더 효율적으로 발전하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반도체 산업을 들 수 있는데, 후발주자로 글로벌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며 세계 최고가 되지 않았는가.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시작은 늦었지만, 아직 기회는 있다.
    하루빨리 “한국은 스타트업 참 잘하는 나라야” 라는 말을 들을 수 있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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