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사립대 총장 “수능만으로 변별 어려워…인재 선발 위해 대학 자율성 보장해야”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07.05 17:28

-5일 이화여대서 ‘제3회 미래대학포럼’ 열려

  • 5일 오후 3시 이화여대 ECC이삼봉홀에서 열린 ‘제3회 미래대학포럼’에서 민경찬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학생선발권과 공공성’을 주제로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 / 오푸름 기자
    ▲ 5일 오후 3시 이화여대 ECC이삼봉홀에서 열린 ‘제3회 미래대학포럼’에서 민경찬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학생선발권과 공공성’을 주제로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 / 오푸름 기자

    “수능은 전국의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치르는 시험이라는 점을 고려해 적절한 난이도를 설정해야 합니다. 또한 수능 점수 한 가지로 절대적인 변별력을 기대하기보다는 다양한 전형요소를 같이 활용할 때 우수한 학생을 가릴 수 있습니다.”

    5일 오후 3시 이화여대 ECC 이삼봉홀에서 열린 '제3회 미래대학포럼'에서 민경찬 연세대 수학과 명예특임교수는 이같이 말하며 대학이 학생을 선발할 때 수능 점수를 비롯해 다양한 전형요소를 활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래대학포럼은 지난 2016년 6월 미래 대학 교육의 역할을 논의하기 위해 출범했다. 이날 열린 포럼에는 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숙명여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한국외대 등 8개 대학 총장이 참석했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대학 입시와 대학의 자율화'로, 최근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대입제도 개편과 대학의 자율성 등을 다뤘다.

    ◇“학생 선발에서 ‘다양성’ 중요…수시 전형 우월성 입증돼”

    이날 기조발표를 맡은 민 교수는 수능 시험의 난이도와 변별력에 대한 관점을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그는 "수능 성적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학생들을 동등한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는 점에서 자격기준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이와 동시에 선발 목적에 따라 자격기준, 영역별 점수, 총점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수능 시험의 특성을 살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인재 발굴과 대학의 자율성'을 주제로 발표한 양찬우 고려대 인재발굴처장은 미래 대학의 생존 가능성은 다양성과 밀접한 관계에 놓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고려대의 사례를 들어 학생 선발에 있어서도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도 다단계 평가를 도입하고 10명의 평가위원이 1명의 지원자를 평가하는 등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 처장은 실제 2016~2018학년도 고려대 입학전형 시행 결과를 통해 학생부 위주 전형과 다양성의 상관관계를 설명했다. 그는 "학생부 위주 전형에 대한 논란에 대해 대학은 실질적인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지난해 수시 합격자의 출신 고교 수는 전년 대비 3.8% 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수시 합격자의 출신 고교 유형별 분포를 살펴보면, 일반고 학생들이 전체 수시 합격자 중 60% 가량을 차지하죠. 또, 2018학년도 학생부 위주 전형과 정시 전형의 출신 고교 유형별 분포에서 정시 보다 학생부 위주 전형에서 일반고 출신 학생들이 7% 가량 더 많이 뽑혔습니다. 이 때문에 정시 위주로 학생들을 선발한다면 이런 다양성이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더욱이 2018학년도 수시 등록자 3000명 수준으로 정시 인원을 확대하는 것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선발되는 학생들의 출신 고교의 다양성은 28%나 감소해 다양성 측면에서 수시 전형의 우월성이 입증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성적 위주로 학생들을 선발하는 입시 체제로 돌아간다면 다양성은 물론, 대학이 이때까지 해왔던 인재 발굴에 대한 고민을 더 이상 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 “대입제도 공론화로 대학 자율성 위축”

    이날 토론에 참여한 총장들은 대학의 자율성을 위축하는 상황으로 최근 대입제도 공론화를 예로 들었다. 김인철 한국외대 총장(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장)은 “대입제도가 정권이 바뀔 때면 과거 정부가 도입한 입시제도에 대한 부작용이나 폐해를 개혁의 명분으로 삼고 있어 매번 똑 같은 과정을 반복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앞서 발표한 고려대의 사례를 볼 때 각 대학에 자율적으로 맡겨도 얼마든지 불공정성을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부가 대입제도 공론화 과정에서 제시된 네 가지 시나리오 중 한 가지를 정해 각 대학에 권고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재정 지원이나 행정 처분을 내리는 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학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신입생을 어떻게 잘 선발하고 어떻게 잘 교육할 것인지 크게 두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며 “그런데 사립대학이 재정적인 압박에 시달려 새로운 커리큘럼이나 교육 여건 등을 더디게 마련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학생 선발의 문제에만 초점을 맞춰 논의하고 있는 것은 주객전도”라고 강조했다.

    또한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우리나라 사립대학은 세계 100위권 수준이 될 정도로 성장했는데 자율성이 그만큼 확보되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이 있다”며 “일례로 국가교육회의에서 대입제도에 대한 공론화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대학 총장들은 ‘대학 입시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다. 21세기 고등교육체제에서 대학이 어떤 인재를 뽑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고, 국가에서 정해주는 매뉴얼을 따르라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염 총장은 이어 “대한민국 헌법 제31조 4항에 따르면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보장된다”며 “대학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을 극복하고, 대학의 자율성을 헌법적 권리로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제3회 미래대학포럼’에서 김창수 중앙대 총장, 박종구 서강대 총장, 김용학 연세대 총장, 염재호 고려대 총장, 김혜숙 이화여대 총장, 강정애 숙명여대 총장, 김인철 한국외대 총장, 정규상 성균관대 총장(왼쪽부터)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 오푸름 기자
    ▲ ‘제3회 미래대학포럼’에서 김창수 중앙대 총장, 박종구 서강대 총장, 김용학 연세대 총장, 염재호 고려대 총장, 김혜숙 이화여대 총장, 강정애 숙명여대 총장, 김인철 한국외대 총장, 정규상 성균관대 총장(왼쪽부터)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 오푸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