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듀 오피니언]교육정책 공론화만 수십 차례…피로감 더하는 '과잉 공론화' 지양해야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07.03 15:01
  • 대입정책포럼, 국민제안 열린마당, 모두의 대입발언대(온라인 플랫폼), 미래세대 토론회, 지역순회 국민대토론회, TV 토론회…

    2022학년도 대입개편 관련 의견수렴은 지난해 12월에 열린 1차 대입정책포럼을 시작으로 이번 달까지 약 8개월간 수십 차례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만들어진 의견수렴 통로만 여섯 가지에 달한다. 이쯤 되면서 대입개편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던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언제까지 의견수렴만 하는 것이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본격적으로 공론화 작업에 착수한 지는 3개월 정도가 흘렀지만, 현장 참석자들을 만나면 한결같이 앞서 진행된 교육부의 의견 수렴과 다를 바가 없어 기시감이 든다고 입을 모은다. 대입제도의 큰 틀조차 확정 짓지 못한 채 의견수렴만 되풀이하고 있어서다. 이런 불만을 반영하듯 오프라인 토론회 참여율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3일 대전에서 진행된 첫 국민제안 열린마당에는 400명을 훌쩍 넘긴 인원이 객석을 가득 채우고도 자리가 부족해 서 있을 정도였지만, 공론화 의제가 설정되고 난 뒤인 지난달 26일 같은 지역에서 열린 국민대토론회 참석자는 100여명 안팎에 불과해 수많은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그렇다면 대입개편 공론화를 통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당초 취지는 제대로 달성할 수 있을까. 여러 쟁점으로 구성된 4개의 시나리오로 만드는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기존 대입 제도의 복잡성은 오히려 더욱 심화했다. 이제는 생업으로 바쁜 학부모들이나 입시 당사자인 학생들이 따라가기 벅찰 정도다. 실제로 지난 26일 미래세대토론회에 참석한 학생 중에는 이번 대입개편에 대한 주요 내용조차 인지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취재과정에서 몇몇 중고등학생들은 "교감선생님이나 담임선생님이 권유해 참석했다"며 "대입개편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각 이해단체의 주장만 나열된 채 하나의 의견으로 수렴되지 않는 대입개편 공론화 작업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만 늘었다.

    이와 비슷하게 공론화 작업을 진행 중인 교육부의 국민참여 정책숙려제를 바라보는 여론은 더욱 뜨뜻미지근하다. 정책숙려제 1호 안건은 '학교생활기록부 신뢰도 제고방안'이다. 교육부는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항목 등에 대한 현장전문가와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열린토론회를 두 차례에 걸쳐 진행했지만, 두 번의 열린토론회 모두 참석자는 40~50명에 그쳤다. 올해 하반기에는 유치원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방안과 학교폭력 제도 개선안도 정책숙려제를 통해 결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무늬만' 정책숙려제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당초 정책숙려제 도입 취지인 정책에 대한 일반 시민의 공감대 형성에 실패할 가능성이 큰 탓이다.

    그럼에도 공론조사는 교육정책 결정 도구로서 한동안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의견 수렴이라는 명분 아래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정책 결정권을 미루고 이에 대한 책임에서 한발 뒤로 물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러한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재선에 성공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올해 하반기에 '교육 공론화 시민참여단(가칭)'을 출범시키고 제1호 안건으로 '두발‧복장 자유화'에 대한 공론화를 진행하겠다고 밝혔고, 최근 뽑힌 시도교육청 교육감들 사이에서도 공론화를 추진하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는 대입개편, 학교생활기록부 개선방안 등 연이은 교육정책 공론화로 피로감을 느끼는 학부모와 학생들에겐 그다지 달가운 제안은 아닐 것이다. 또한 정부가 2022학년도 대입개편 공론화 비용으로 27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고 최근 보도가 나온 만큼 경제적 지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시민들에게 잇따라 교육정책에 대한 책임을 과도하게 떠넘기는 '과잉 공론화'는 마땅히 지양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