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교육 의무화 현장 가보니…“효과 높이려면 충분한 수업시수 관건”
최예지 조선에듀 인턴기자
기사입력 2018.06.28 17:28

-코딩으로 컴퓨팅 사고력·협력적 문제해결력 길러
-부담 없는 수행평가 진행…"사교육 부담 갖지 않아도 돼"

  • 지난 15일 서울 성북구 길음중학교 1학년 1반 정보 수업에서 학생이 교사의 안내에 따라 코딩 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조현호 객원기자
    ▲ 지난 15일 서울 성북구 길음중학교 1학년 1반 정보 수업에서 학생이 교사의 안내에 따라 코딩 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조현호 객원기자

    “선생님, 펜의 색깔을 더 진하게 만들 수 없어요?”

    그림판 프로그램을 만들던 한별(13) 학생이 질문했다. 그러자 교사와 학생들은 코드를 어떻게 구성할지 함께 고민했다. 교사가 “펜의 색깔이 진해지려면 여기 오브젝트(object) 중에서 누가 신호를 받아야 하지요?”라 물으니, 학생들은 고민 후 “연필이요”라고 답했다. 그리고나서는 연필이 받아야 할 코드를 만들었다. 추상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출해야 하는 핵심 요소를 찾아낸 것이다.

    올해부터 모든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은 ‘코딩’을 배운다. 소프트웨어 교육을 포함하는 정보 교과가 중학교 공통교육과정에 반영됐기 때문. 내년에는 초등학교 5,6학년에서도 코딩교육이 의무화된다. 미래 인재를 키워내기 위한 취지로 도입된 코딩 교육, 학교 현장에서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답을 찾기 위해 서울 성북구에 있는 길음중학교 1학년 1반의 정보 수업시간에 참여해봤다. 수업에서는 27명의 학생은 교육용 프로그래밍도구 ‘엔트리’를 사용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현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본 코딩 수업은 정해진 답이 없었다. 이처럼 아이들은 개선하고 싶은 문제가 있으면 바로 코드를 적용했다. 패턴을 디자인하는 2교시 수업에서 이런 모습은 더욱 두드러졌다. 2인 1조의 실습수업에서 아이들은 자기 취향에 맞게 패턴을 디자인하고자 끊임없이 교사에게 질문했다. 학생들은 ‘이 위치부터 패턴이 시작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해야 해요?’ ‘패턴이 나타나는 속도가 너무 빠른 것 같은데, 느리게 하고 싶어요’라고 묻는가 하면 ‘색깔을 파랑으로 하는 게 예뻐서 바꿀래’, '소리는 이걸 넣는 게 좋겠다’며 친구들끼리 대화도 오갔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코드를 제작한 결과 총 13개의 각기 다른 결과물이 나왔다.

    ‘컴퓨팅 사고력’은 코딩 교육의 핵심 역량으로, 컴퓨터가 문제를 해결하듯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하고, 논리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이다. 한정희 길음중 정보교과 교사는 “코딩 교육의 목표는 논리적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향상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아이들이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유도한다”고 말했다. 한 교사가 수업 중 가장 많이 사용한 말은 ‘생각해 보라’, ‘틀려도 된다’였다.

    ‘협력적 문제해결력’도 코딩교육을 통해 기를 수 있는 역량이다. 코딩교육으로 아이들이 혼자가 아닌 함께 의사소통하고 협업해,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영주(13) 길음중 학생은 “친구들끼리 서로 자주 도와준다”며 “저번에 엔트리로 미로를 만들 때는 코드를 모르는 게 꽤 있었는데, 이렇게 친구랑 이야기하다 보면 올바른 코드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함께 문제를 해결해보는 경험은 ‘프로젝트 수업’으로 심화할 수 있다. 한 교사는 “아이들이 모둠별로 주변의 문제를 개선할 수 있도록, 2학기에는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라 말했다. 또한 “잘하는 친구가 부족한 친구를 도와주기도 해 시너지가 좋다”며 “학생들이 시간표 알람, 퀴즈, 게임 등 다양한 종류의 프로그램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아이들의 아이디어를 보며 코딩 기능 활용법을 역으로 배우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프로젝트 수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학교 차원에서 충분한 수업시수가 확보돼야 한다. 현재 정보 교과의 필수 이수시간은 연간 34시간이지만, 길음중은 이보다 두 배 많은 68시간을 이수토록 하고 있다. 한 교사는 “1학기 때 기능을 익히고 2학기에 온전히 프로젝트 수업에 집중하는 형태”라며 “연간 34시간만 이수하는 학교는 프로젝트까지 연계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IT 관계자들은 ‘코딩을 배우고 지필식으로 평가하면 도루묵’이라고 강조한다. 길현영 한국항공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컴퓨터 사고력이나 협업적 문제해결력을 지필식 시험이 측정하기는 어렵다”며 “실습 중심의 평가가 바람직하지만, 이러한 평가방식이 학교에서 정착하기 위해서는 인력이나 교육환경이 확충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장원영 교육부 융합교육팀 연구사는 “정보과목의 경우 평가의 80~90%가 수행평가로 이뤄지며, 지필고사는 개념을 확인하는 경우에만 활용하는 추세”라며 “평가방식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어 정부는 과정중심평가의 기반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학교와 정부는 수행평가 중심의 평가방식에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한 교사는 “수업 중에 끝낼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라 학습 부담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장 연구사도 “초중학교의 경우 수업이랑 연계가 된 경우에만 수행만으로 평가가 가능하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