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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한국정보올림피아드(KOI)에는 영재발굴 및 양성과 SW인식 확산이라는 목적이 혼재해 있었습니다. 내년부터는 이 두 가지 목적에 따라 대회를 분리해 운영하려고 합니다.”
지난 22일 오후서울 강남구 섬유센터 17층 스카이홀에서 열린 ‘한국정보올림피아드(KOI) 개선방안 공청회’에서 고건 한국정보올림피아드 발전을 위한 대책위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은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공청회는 제35회 KOI 경시부문 지역대회에서 발생한 출제오류의 원인을 분석해 재발을 방지하고 향후 개선방안을 마련하고자 개최됐다. 이날 한국정보올림피아드 발전을 위한 대책위원회 측은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긍정적인 변화를 전망했지만, 객석에 앉은 학부모와 교사 등은 우려를 표하는 등 시각차를 보였다.
◇“난이도 기준 불명확해 출제 오류”…출제진 교체도
이날 발표자로 나선 엄영익 한국정보과학회장(성균관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은 “올해 제35회 대회에서 예년에 없었던 다수의 문제출제 오류가 있었다. 수험생과 학부모님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먼저 드린다”며 “올해 다수의 출제 오류가 발생한 원인을 분석한 결과, 기존의 영재발굴 및 교육 위주 대회에 보편적인 공교육의 취지를 포함하려다 보니 문제출제 난도 등에 대한 기준이 명확히 정립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엄 회장은 “문제 출제진 구성 과정에서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 역시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며 “기존 영재교육 전문가팀과 신규 SW 초중등교육 전문가 간 팀워크가 마비돼 체계적인 협업이 이뤄지지 못한 점도 문제출제 오류의 원인이 됐다”고 덧붙였다.
한국정보올림피아드 발전을 위한 대책위원회 측은 내달 21일로 예정된 35회 KOI 전국대회에서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문제 출제 및 검수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다년간의 출제 경험을 가진 알고리즘 분야 전문 교수들로 출제진을 교체하고, 그 중 박희진 한양대 컴퓨터‧소프트웨어학과 교수가 문제출제위원회 위원장을 맡는다. 엄 회장은 “이의신청이 0건이었던 2016년과 2017년 KOI 전국대회를 벤치마킹해 출제위원들이 3박 4일 합숙을 하며 문제 분석 및 검수를 하는 등 철저한 검증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KOIㆍ한국코드페어 이원화 운영 방침에 학부모ㆍ교사 ‘의문’
뿐만 아니라 한국정보올림피아드 발전을 위한 대책위원회 측은 영재 발굴 및 양성과 SW인식 확대라는 목적에 따라 국가대표 선발 과정과 공모대회를 별도로 분리해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KOI 경시대회의 영재발굴 및 양성 기능은 한국정보과학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국제정보올림피아드(IOI) 한국대표 선발과정으로 통합된다. 이후 IOI 국가대표 선발과정은 KOI로 지칭된다. 이날 한 공청회 참석자가 향후 IOI 선발과정을 구체적으로 묻자, 최종원 한국정보과학회 수석부회장(숙명여대 컴퓨터과학과 교수)은 “KOI가 IOI 선발과정에 통합된다고 했을 때 선발 인원 등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현재 IOI 국가대표 선수 선발 방식은 학교장 추천과 면접으로 40여명을 뽑고, KOI 경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은 학생 10여명을 IOI 대표 선수에 포함하는 식이다.
이제 정부가 아닌 한국정보과학회가 KOI를 주관하면서 대회의 위상도 이전 같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객석에서 응시료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엄 회장은 “전국대회 준비로 구체적인 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정부에서 지원을 받지 않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참가비를 받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보편적인 교육을 통해 SW인식을 확대하려는 방안으로는 ‘한국코드페어(가칭)’가 새롭게 시행될 계획이다. 한국코드페어에서는 기존에 KOI 경시대회를 목적에 맞게 변형한 교과연계형 팀 기반 알고리즘 대회인 ‘청소년 알고리즘 챔피언십’을 진행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사회 현안을 SW융합 기술로 해결하는 ‘SW를 통한 착한상상 공모대회’, 메이커 도구 및 PC를 활용해 SW융합 기술로 주어진 과제에 대한 시제품을 제작하는 ‘SW빌더스 챌린지’를 개최키로 했다. 이 같은 대회로 구성된 한국코드페어는 SW 교육주간에 맞춰 이듬해 10월 개최되며, 이에 대한 세부 추진계획은 올해 전국대회가 치러지고 난 뒤 10월까지 마련될 방침이다.
공청회에 참여한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은 대체로 우려를 표했다. 특히 한 과학고 교사는 “30여년 전통을 지켜온 기존의 정보올림피아드를 왜 축소하거나 변형하는 식으로 바꿔야만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위원회 측은 “기존 대회에서 앞으로의 개선 방향을 밝혔을 뿐, 축소되거나 변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하는 등 같은 개선방안을 두고 뚜렷한 시각차를 보였다. 또한 일부 영재들이 보편적인 SW인식 확산을 위한 ‘청소년 알고리즘 챔피언십’에서 상위권을 독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최두진 한국정보화진흥원(NIA) 디지털문화본부장은 “청소년 알고리즘 챔피언십은 SW교육의 저변을 확대하고 기존의 지역대회를 활성화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실시하는 대회”라며 “좀 더 세밀하게 검토해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한국정보올림피아드, 대회 분리 운영 계획에…교사ㆍ학부모 ‘우려
-잇따른 출제오류에…영재발굴‧양성은 ‘KOI’, SW인식 확산은 ‘한국코드페어(가칭)’로 나눠 진행
-선발 인원 등 구체적 계획은 ‘미정’
-한국코드페어, 10월까지 세부계획 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