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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변화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이해관계자들의 고민 필요”

최예지 조선에듀 인턴기자

2018.06.2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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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 수석 연구원 디온 필머, 할시 로저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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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30개국 교육을 분석해 리포트를 발간한 세계은행의 수석 연구원 디온 필머, 할시 로저스. /조현호 객원기자

“중·저소득 국가의 학습 위기 속, 한국의 교육 성장은 좋은 성공사례입니다.”

최근 전 세계 30개국의 교육을 분석해 리포트를 발간한 세계은행(WB)의 수석 연구원들이 한국의 교육 성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동시에, 현재의 대입개편 관련 논쟁에 대한 조언을 건넸다. 세계개발보고서(2018)의 공동 책임자이자 세계은행의 교육 분야 수석 연구원 디온 필머(Deon Filmer)와 할시 로저스(Halsey Rogers)가 지난 19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이 한국교육개발연구원·세계은행과 공동으로 개최한 플래그십 워크숍을 찾아 보고서 내용을 설명했다.

세계은행이 매년 발간하는 세계개발보고서(World Development Report)는 글로벌 개발협력 주제에 대한 현안을 진단하는 것으로, 올해는 경제 성장과 사회 발전의 토대로서 ‘교육’을 다뤘다. 필머 연구원은 “세계은행이 고용 및 경제 성장과 관련해 지속해서 교육에 관심을 가져왔지만, ‘교육’에 온전히 특화된 보고서를 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올해 세계개발보고서는 중·저소득 국가에서 ‘학습 위기’가 일어나고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보고서는 아이들이 단순히 학교에 간다고 모두 학습하는 건 아니라고 지적한다. 학생들이 수년간 학교에 다닌다 하더라도 기초적인 독해력이나 산술 능력이 부재한 경우가 세계적으로 많다는 얘기다. 예컨대 인도의 한 지방에서는 3학년 학생 중 75% 정도가 두 자리 수 뺄셈을 하지 못하며, 케냐 등지에서는 10글자 정도의 간단한 문장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75%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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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개발보고서(2018)의 책임자인 세계은행의 수석 연구원 디온 필머. /조현호 객원기자
이러한 학습 위기 속, 보고서는 한국 교육이 개발도상국에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필머 연구원은 “한국 교육을 보며 ‘할 수 있어’라는 희망을 봤다”며 “국가가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놓였더라도 교육을 통해 성장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과거 한국전쟁 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도 교육으로 발전을 이룬 한국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지금 학습 위기를 겪는 개발도상국이 한국의 사례를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세계개발보고서는 한국이 ‘모두를 위한 학습’을 잘 구현한 국가라고 소개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근무했던 로저스 연구원은 “많은 개발도상국이 엘리트 양성에 급급해 대학 교육부터 투자했던 것과 달리, 한국은 이러한 실수를 하지 않았다”며 “한국은 양질의 초등교육을 모든 학생에게 우선 제공하고, 그 위에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을 쌓아 올렸다. 점진적으로 보편 교육을 확산한 건 매우 적절한 전략”이라고 호평했다.

로저스 연구원은 “현재도 한국은 성취가 높을 뿐만 아니라, 형평성도 상당한 편”이라며 “이는 OECD 국가와 비교해도 양호하다”고 말했다. 2015년도 국제학업성취평가(PISA) 보고서에 따르면, 어려운 환경에도 좋은 성적을 받는 학생(회복력 있는 학생)의 비율이 우리나라는 40.3%로 OECD 국가 평균은 29.2%다. 그는 “교육 형평성이 한국이 빠르게 경제성장을 이루는 데 아주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보고서는 교육이 학습 성과로 이어지려면 모든 이해관계자가 ‘일관된 방향으로 지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을 건넨다. 예컨대, 한때 핀란드 교육 열풍이 불었을 때, 수많은 나라가 핀란드의 우수한 교육프로그램을 우후죽순 따라 했지만 그로 인해 성공을 경험한 나라는 거의 없었다. 자국의 상황을 생각지 않고 무작정 도입해 오히려 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해당 보고서는 최근의 한국 교육에 대해 ‘일관된 방향의 지지’가 부족한 사례로 그린다. 교사가 학생 중심의 새로운 교육과정을 시도하려다가도, 학생이나 부모가 여전히 시험 중심의 교육을 지지해 교육과정의 효과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교육과정은 지식 외에 창의성ㆍ문제해결력 등을 증진하도록 변화했지만, 입시 제도는 달라지지 않아 시험 중심 교육이 되풀이된다는 얘기다. 이에 이들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대입제도 개편은 학교 현장과 교육과정 등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필머 연구원은 “학교 교육과 대입제도가 각기 지향점이 다르면 교육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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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개발보고서(2018)의 책임자인 세계은행의 수석 연구원 할시 로저스. /조현호 객원기자
특히 로저스 연구원은 학부모를 설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영어 ‘크램스쿨(cram school)’ 대신 한국어로 ‘학원’이라 표현하며 “(교육과정에 따라) 학교 현장이 혁신하더라도, 대입제도가 그대로면 학부모는 여전히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겠느냐”며 “학부모를 대입 개편의 주체로 참여토록 해, 교육의 변화에 대해 심도 있게 같이 고민해보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의 현행 대입 제도가 저소득층 학생이 성공할 수 있어 투명하고 공정하다고 여겨진다고 알고 있다”며 “투명성과 공정성이라는 현행 대입제도의 덕목은 그대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개편돼야 한다”고 의견을 말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교육정책관련 논쟁이 끊이지 않는 점에 대해서는, 그만큼 교육에 관심이 많고 다 같이 문제를 고민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들은 “의미 있는 비판은 한국 교육이 발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자문하는 태도는 긍정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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