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초등

[THE 인터뷰] '힙합 선생님' 서진혁

김포=하지수 기자

2018.06.1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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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지겨워" 랩 불렀더니 아이들이 수학과 친해져

"식물의~ 한살이 관찰해, 예(yeah)! 관찰할 때마다 지식을 얻지! 사랑을 줄 때마다 껍질 안에서 떡잎이 나오지! 떡잎이 시들면 본잎이 나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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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유현초에서 ‘랩 수업’을 펼치는 서진혁 교사./김포=이경호 기자
지난 7일 경기 김포 유현초등학교 4학년 동백반. 힙합 모자를 푹 눌러쓴 남학생 셋이 비트에 맞춰 랩을 선보였다. 순식간에 교실이 공연장으로 변했다. 다른 학생들도 차례로 나와 '식물의 한살이'를 주제로 랩 실력을 뽐냈다.

이날 동백반에서는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랩 수업'이 펼쳐졌다. 일주일에 한 번씩 진행되는 랩 수업에서는 자신의 감정이나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을 리듬에 맞춰 표현한다. 꼬마 래퍼들의 랩 스승은 담임 서진혁(31) 교사.

서 교사는 올해로 8년 차 래퍼다. 청주교육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2011년부터 힙합 동아리 활동을 하며 길거리 공연을 펼쳤고, 교사가 된 뒤에도 틈틈이 교외 행사 무대에 올랐다. 그러던 중 2016년 12월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나온 장면이 서 교사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는 "당시 유명 래퍼들과 무한도전 멤버들이 역사를 주제로 노래를 만드는 '위대한 유산' 특집이 방영됐다"며 "힙합을 교육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감명을 받아 수업에 적용해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랩을 어렵게만 느끼는 학생들을 위해 싸이의 '어땠을까' 노래 가사를 바꾸는 시간부터 마련했다.

기존에 있던 가사의 글자 수에 맞춰 내용을 채워넣도록 했다. 그 안에 수학 문제지에 대한 감정도 담게 했다. 학생들은 '가끔 난 수학 종이를 속으로 찢는다' '수학 너 너무 지겨워 내가 널 몰랐으면 행복했을까' 등 쉽게 가사를 써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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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혁 교사와 동백반 학생들이 “스웨그(swag)”를 외치며 랩 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 교사는 "신기하게도 개사를 하면서 수학 문제지를 이전보다 친근하게 느끼는 학생들이 많아졌다"며 "모둠별로 랩을 만들어 한 달에 한 번씩 공연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랩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지켜야 할 딱 한 가지 규칙이 있어요. '가사나 박자는 틀려도 되니 자신감을 갖고 임하기'예요. 가끔은 제가 먼저 다이나믹 듀오와 매드클라운 등 힙합 음악가들의 노래를 부르며 흥을 돋우기도 해요. 처음에는 부끄러워하는 아이들도 있었는데, 지금은 서로 마이크를 잡겠다고 난리죠."

서 교사는 또 다른 도전도 진행 중이다. 교실에서 힙합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다른 교사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힙합 그룹 '구지(Good-E·Good Education의 줄인 말)'를 결성해 활동 중이다. 교사들을 타깃층으로 삼았지만, 학생들이 열렬한 팬이 됐다. 쉬는 시간이면 서 교사가 만든 곡을 따라 부르고,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

"아이들이 '재밌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게 제 목표예요. 책상 앞에 앉아 수동적으로 가르침을 받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마음껏 표현하고 웃으며 지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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