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교육의 ‘상식’을 뒤집는 교육 데이터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8.06.12 09:15
  • 오는 13일 지방선거가 열립니다. 교육감 선거도 있는데요. 아쉽게도 북미 정상회담, 여배우 스캔들 등 굵직한 이슈에 시선이 쏠려 교육감 선거에는 큰 관심이 있지 않은 듯합니다. '깜깜이 선거'라는 말도 종종 들립니다.

    교육감 선거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역시 입시입니다. 교육감 선거만 그런 건 아닙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교육에 대해 가장 관심 가는 주제는 역시 입시겠지요. 상식적으로 대학 입시가 인생을 결정한다고 믿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우리 상식이 언제나 맞는 건 아닙니다. 성공에는 '인내'가 중요하다는 상식의 근거가 된 유명 실험인 '마시멜로 실험'을 예로 들어볼까요. 스탠퍼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월터 미셸은 1960, 70년대에 3~5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인내력을 시험했습니다.

    아이에게 마시멜로를 보여줍니다. 10분간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기다리고 있으면 하나를 더 주겠다고 말하고 교사는 학생을 떠납니다. 어떤 학생은 마시멜로를 먹고, 어떤 학생은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10분을 기다려서 하나를 더 받습니다.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살펴보자,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기다리던 학생들이 성공했습니다. 성공에 가장 중요한 건 '인내심'이라는 게 마시멜로 실험의 결론이었습니다.

    최근 뉴욕대학교의 타일러 와츠와 UC 어바인의 그레그 던컨, 호아난 쿠엔은 마시멜로 실험을 다시 진행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부모의 교육수준, 가정환경, 아이의 사회경제적 수준을 고려했지요. 다른 환경을 통제한 후에는 아이가 마시멜로의 유혹을 참아내는지 여부는 성공과 아무 관계가 없었습니다. 마시멜로의 유혹을 이겨낸 아이들은 풍족한 가정환경에서 자랄 확률이 높았습니다. 풍족한 가정환경을 가진 아이들은 인내심과 무관하게 성공할 확률이 높았습니다.

  • 우리가 통념적으로 생각하는 '성공의 조건'이 거짓으로 드러난 예가 또 있습니다. 데이터 과학자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는 검색 데이터로 사람들이 하는 거짓말의 진실을 밝혀내는 책 '모두 거짓말을 한다'를 썼습니다. 이 책에는 교육에 대한 흥미로운 데이터가 나옵니다.

    뉴욕 최고의 공립학교 '써니힐'. 뉴욕의 학생이 가고 싶어 안달이 난 명문 고등학교입니다. 다비도위츠는 데이터를 분석해 정말 써니힐 학교가 학생을 성공하게 만드는지 확인했습니다. 써니힐을 아쉽게 탈락한 학생과 아슬아슬하게 써니힐에 합격한 학생의 이후 성과를 비교해본 거지요. 두 집단의 성적 차이는 거의 없고, 차이는 써니힐에 들어갔느냐 여부 뿐이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써니힐에 들어가느냐 마냐 여부는 성공 여부와 전혀 상관이 없었습니다. 써니힐 입시에 아쉽게 탈락한 학생과 써니힐에 간신히 들어간 학생은 점수 차이가 없었을 뿐 아니라, 이후 진로나 연봉도 비슷했습니다. 공부를 잘 한 학생이라 성공한거지, 써니힐에 합격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다비도위츠는 미국 명문 아이비리그 대학교들을 기준으로도 같은 통계를 확인해봤습니다. 마찬가지로 차이는 없었습니다. 명문학교는 성적이 뛰어난 학생이 있어서 명문 학교일 뿐, 명문 학교에 교육은 별 의미가 없었다고 그는 주장합니다. 도발적인 데이터입니다.

    정말 인내보다는 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더 중요할까요? 정말 명문대 졸업보다는, 명문대에 들어갈 수 있는 성적이 중요하고 명문대 타이틀은 아무 가치가 없는 걸까요? 혹자는 이 데이터는 미국에서 나온 데이터라 한국에 적용할 수 없다고 말할지 모릅니다. 한국에서는 인내가 중요할 수도 있고, 한국에서는 명문대 졸업증이 정말로 성공을 담보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아무도 이런 데이터를 '모른다'는 겁니다. 미국의 상식이 잘못되었듯이, 한국의 상식 또한 잘못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교육 정책을 짤 때, 대부분 사람은 상식에 기초해서 정책을 만들 겁니다. 우리의 상식이 잘못되었다면 정책은 반드시 잘못될 수밖에 없겠지요. 우리의 상식과 다른 교육 통계에 관심을 기울여봐야 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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