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초등

힐링 부르는 소리 'ASMR' 너무 오래 듣지는 마세요

오누리 기자

2018.06.1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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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ASMR에 빠진 초등생들

카메라 앞에 앉은 사람이 포장지를 꺼내든다. 아무 말 없이 포장지를 구기기 시작한다. 바스락바스락…. 이번에는 종이에 연필로 글씨 쓴다. 서걱서걱서걱…. 반복적인 소리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최근 몇년새 유튜브에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이 급격히 번지고 있다. '자율감각쾌락반응'이라는 뜻의 ASMR은 종이가 바스락거리는 소리, 손끝으로 유리잔을 두드리는 소리,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등 규칙적이고 일정한 소리를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콘텐츠를 말한다. 현재 유튜브에 올라온 ASMR 영상은 1200만 개에 달한다. 초등학생 사이에서도 ASMR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과도한 학업 부담, 친구 관계 등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ASMR로 푼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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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나소연
초등생의 일상으로 들어온 ASMR

윤하은(경기 양주 도둔초 6) 양은 요즘 매일 두 시간 이상 ASMR을 듣는다. 1년 전 유튜브를 통해 ASMR 을 처음 접했다는 윤 양은 많을 때는 다섯 시간 이상 들을 정도로 ASMR에 푹 빠져 지낸다. 윤 양은 "친구랑 싸웠거나 시험을 앞두고 불안할 때 잠을 못자고 뒤척거리게 되는데, 그때 ASMR을 들으면 걱정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ASMR은 초등학생 사이에서 일종의 '힐링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잠이 오지 않을 때 ASMR을 듣는 것은 물론 힘든 일이 있거나 푹 쉬고 싶을 때도 ASMR을 찾아 듣는다. 숙제 등을 할 때 아예 ASMR 영상을 켜놓고 공부하는 학생도 많다.

김채린(경기 안성 만정초 5) 양은 "공부할 때 ASMR을 들으면 훨씬 집중이 잘 돼서 항상 틀어둔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 친구들은 모두 ASMR 영상을 본다"며 "서로 좋은 영상을 추천해주거나 이어폰을 나눠 끼고 같이 들으며 힐링한다"고 했다.

ASMR의 힐링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됐다. 2012년 미국 시카고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ASMR의 하나인 백색소음(동일한 주파수가 반복되는 소음)이 스트레스를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50~ 70㏈의 백색소음에 노출됐을 때 스트레스 지수는 약 28% 감소했으며, 집중력과 기억력은 각각 48%와 10% 높아졌다.


지나친 의존은 해로워

ASMR이 인기를 끌면서 직접 제작에 뛰어드는 초등학생도 늘고 있다. 정옥석(서울 영일초 4) 양은 올해 3월부터 유튜브에 ASMR 채널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정 양은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ASMR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10만여 명의 구독자를 가진 유명 ASMR 유튜버 주혜린(서울 우솔초 6) 양도 3년 전부터 유튜브에 ASMR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주 양은 "많은 친구들이 내가 만든 ASMR을 듣고 푹 잤다며 고맙다고 말한다"며 "앞으로도 잠이 잘 오게 하는 소리를 연구해서 녹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SMR을 이용하는 초등생이 늘면서 중독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ASMR을 듣지 않으면 잠을 못 잔다는 초등학생들이 의외로 많았다. 서울에 사는 5학년 최모 양은 "1년 정도 매일 자기 전에 ASMR을 들었다"며 "ASMR이 없으면 잠이 안오고 불안해서 심장이 뛸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ASMR 콘텐츠들의 선정성도 문제다. 성인인증 없이 누구나 시청할 수 있지만, 초등학생이 보기에 부적합한 내용이 담긴 콘텐츠도 섞여있다. 서울에 사는4학년 한모 군은 "분명히 ASMR이라고 해서 들어갔는데 뽀뽀하는 소리가 녹음된 영상이 나와서 놀란적이 있다"면서 "부모님이 아실까봐 바로 껐는데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ASMR을 과하게 청취할 경우 중독·청력 감퇴 등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면서 "한 번에 끊기 어려우면 시청 시간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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