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 부탁합니다’…‘다짜고짜’ 모니터링으로 학생부 신뢰방안 결정?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06.08 18:43

-‘6월 4~10일 1차 설문조사 실시’ 문자메시지 돌려…학부모들 ‘당황’
-누구나 쉽게 링크 접속해 설문 제출할 수 있어…악용 가능성 제기

  • 지난 7일 한 포털사이트 커뮤니티에 올라온 교육부 국민참여 정책숙려제 설문조사 문자메시지 갈무리. 간단한 설명과 함께 설문조사 링크가 첨부돼 있다. / 학부모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지난 7일 한 포털사이트 커뮤니티에 올라온 교육부 국민참여 정책숙려제 설문조사 문자메시지 갈무리. 간단한 설명과 함께 설문조사 링크가 첨부돼 있다. / 학부모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학교생활기록부 신뢰도 제고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국민참여 정책숙려제 관련 교육정책 모니터링단 1차 설문조사가 구체적인 안내 없이 다짜고짜 진행돼 학부모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4월 6일 국민참여 정책숙려제 제1호 안건인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 마련을 위한 세부 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국민참여 정책숙려제는 시민정책참여단(이하 참여단)이 학습과 토론을 거쳐 교육부에 권고안을 제출하는 형태다. 교육부는 100명 내외로 구성된 참여단 운영과 함께 1만여명 규모의 교육정책 모니터링단 설문조사도 한다고 밝혔다.

    애초 교육부는 교육정책 모니터링단을 통해 학생부 기재와 관련된 당사자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참여단의 심도 있는 토론에 쓰일 참고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모니터링단에는 ▲고등학생 ▲학부모 ▲교원 ▲대학교 교원 및 직원 등이 포함된다. 계획에 따르면 이들을 대상으로 ‘온-교육’ 사이트를 활용해 항목별로 찬성 혹은 반대 의견을 표시하고 그 이유를 서술형으로 답변하는 식으로 1차 설문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모니터링단에게 학습자료를 송부하고 나서 2차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식이다.

    그러나 지난 7일 다수의 엄마들이 가입된 학부모 커뮤니티에는 교육정책 모니터링단 1차 설문조사 안내 문자메시지를 갈무리한 사진과 당황스럽다는 사연이 속속 올라왔다. 사진 속 문자메시지는 지난 4일에 전송된 것으로, “현재 국민참여 정책숙려제(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 관련 교육정책 모니터링단 1차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다(6월 4일부터 6월 10일까지). 메일로 보내드린 웹페이지(메일 내 URL 참조) 또는 휴대전화를 통해 참여하실 수 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린다”며 링크가 첨부돼 있다.

    해당 게시물을 올린 학부모는 “교육부라면서 문자메시지가 왔다. 저와 같은 메시지를 받은 분이 있느냐”며 “따로 메일도 없이 문자메시지로만 연락을 받았는데, 링크에 접속하기가 무서워서 누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다른 학부모들 역시 “개인 휴대폰 번호로 교육부 설문조사가 와서 의심스럽다”거나 “불안한 일이 많은 요즘 세상에 학교에서 알림 메시지라도 미리 보내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 “이렇게 다짜고짜 마구잡이로 의견 모아 결론 내는 거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8일 오후 기준 해당 게시물의 조회 수는 2500여건에 달했다.

    문제는 문자메시지에 첨부된 링크 주소만 알 경우,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자가 문자메시지에 첨부된 링크에 접속해 본 결과, 어떠한 장벽 없이 접근이 가능했다. 해당 메시지를 받은 사람뿐만 아니라 설문조사 페이지 주소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설문에 응답할 수 있는 형태라는 점에서 이를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 4월 이러한 교육정책 모니터링단 조사 내용과 방법, 학습자료 등은 정책 고객 관리 시스템(PCRM)을 통해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사 결과는 참여단에게 기초 자료로 제공된다.

  • 해당 문자메시지에 첨부된 링크에 접속해보니 국민참여 정책숙려제 설문조사 내용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 국민참여 정책숙려제 설문조사 링크 갈무리.
    ▲ 해당 문자메시지에 첨부된 링크에 접속해보니 국민참여 정책숙려제 설문조사 내용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 국민참여 정책숙려제 설문조사 링크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