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초등

[NOW]"동요 틀어줘, 책 읽어줘" 부모보다 AI와 더 대화하는 아이들

최예지 조선에듀 인턴기자

2018.06.08 11:26

해당기사 크게보기 해당기사 작게보기 이메일발송 해당기사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기사 이미지
/ 조선일보 DB(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여섯 살배기 이윤진(가명)군은 유치원에서 돌아오자마자 아빠가 사준 AI 스피커와 노느라 바쁘다. 동화나 동요를 듣고 싶을 때마다 계속해서 말을 건넨다. 최근에는 공룡에 관심이 있어, 각종 공룡 이름을 물어가며 AI 스피커로 궁금증을 해결하고 있다.

# 5세 아들을 둔 홍성준(가명)씨는 최근 아이와 캐릭터 카페에 갔다가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아이가 곰돌이 인형을 보고 "똑똑아 동요 틀어줘"라고 말을 건넨 것이다. '똑똑이'는 홍씨가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AI 스피커 이름이다. 캐릭터 카페에서 아이는 AI 스피커와 비슷하게 생긴 곰돌이 인형을 똑똑이라고 착각한 것이다. 이외에도 아들은 주변에 비슷한 물건이 있을 때마다 똑똑이라고 부른다. 

AI(인공지능)가 어린이의 일상 속으로 성큼 들어왔다. 이처럼 AI가 아이에게 일상적 기기가 된 것은 IT 기업이 각종 어린이 친화적 기능을 탑재한 제품을 출시하면서부터다. 그중에서도 소리동화, 오디오북 등이 유아용 콘텐츠를 반영한 AI 스피커가 어린이들에게 단연 인기다. 최근에는 유명 유튜버의 목소리로 칭찬하고, 효과음까지 넣은 콘텐츠까지 나날이 기능이 다양해지고 있다.

이에 AI 스피커와 자주 대화하는 어린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온종일 AI 스피커 이름을 부르는 경우도 있다. 워킹맘 강다진(가명)씨는 “AI 스피커 검색 기록이 핸드폰에 남아 확인해보니 아이가 좋아하는 만화영화를 많이 검색해 놨더라”며 “평소에 동요를 틀어주고 검색하는 법을 알려주긴 했지만, 이렇게 많이 사용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6세 아들을 둔 학부모 김경식(가명)씨는 “최근 AI 스피커를 사준 다음 아이 행동을 살펴보니, 단순히 명령하는 게 아니라 ‘고마워’, ‘사랑해’ 같은 말을 하며 끊임없이 스피커와 대화한다”며 “잦은 대화가 너무 신기하다”고 전했다.

학부모들은 육아의 부담을 조금은 덜었다는 점에서는 일단 긍정적이다. 곽인섭(가명)씨는 “집안일을 하느라 아이를 돌보지 못할 때도, 아이가 이것저것 물어보면 스피커가 대답해주기에 보채지 않는다”며 “낮잠 재울 때는 동화 읽어주는 기능을 사용해 손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다”고 했다. 정민현(가명)씨는 “지금 사용하는 AI 스피커는 캐릭터처럼 생겨 인형 같다”며 “아이가 AI 스피커를 인형 놀이할 때도 데리고 놀아 잠시 여유를 부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린이의 AI 기가 사용에 달갑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부모도 많다. 7세 딸과 5세 아들을 둔 주부 조진영(가명)씨는 일찍부터 AI 스피커랑 자주 대화하다 보면 사람과 교류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할까 봐 걱정이다. 그는 “최근 아이 할머니가 선물로 AI 스피커를 사주셨지만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아이가 AI보다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훨씬 더 정서적 발달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해서”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AI 기기가 부모의 역할을 대신하는 건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AI가 (동화를 읽어주는 것처럼) 아이에게 필요한 자극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아이와 엄마의 교류 시간이 줄어드는 건 부정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에게 중요한 대인관계 상호작용을 기계가 대신해줄 수는 없다"며 "부모가 베이비시터 역할로 AI를 과의존해서는 안되며 스마트 기기라는 것을 인지해 제대로 활용하도록 부모가 지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메일발송 해당기사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목록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