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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듀 오피니언] “교육감 후보님, 통일교육 공약 ‘어떻게’ 이행하실 건가요?”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2018.06.0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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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교육감 선출 이후 남북관계와 통일부 허가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만…”

6·13 교육감 선거에서 화두로 떠오른 ‘통일·평화교육’을 두고 기자가 공약 이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묻자, 한 교육감 후보 대변인이 꺼낸 말이다. 열흘도 채 남지 않은 이번 선거에서 ‘통일·평화교육’은 새로운 표심잡기 공약으로 떠올랐다. 최근 남북관계 개선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이 같은 공약이 교육감 후보들 사이에서 주요한 주제로 떠오른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교육소통령’이라 불릴 만큼 영향력이 큰 서울시교육감 자리를 둘러싼 선거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번 서울시교육감에 출마한 각 후보의 공약집 등을 살펴보면 지향점 측면에선 후보별 입장과 진영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한목소리로 '통일교육·남북교류 강화'를 주창하고 있다.

재선에 도전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달 1차 공약 발표 당시부터 '평화교육감'을 내세우며 통일교육 강화를 약속했다. 당장 내년 전국소년체전을 '남북청소년체전'으로 확대해 개최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중도성향으로 분류되는 조영달 후보(서울대 교수)는 통일교육 시뮬레이션·실험을 위해 서울학생과 탈북학생, 예비교사가 참여하는 '통일 어울림 학교'를 운영하겠다고 공약했다. 보수성향 시민단체들이 주관한 경선에서 단일후보로 선출된 박선영 후보(동국대 교수)는 직접 교류보다는 '통일체험교육'과 '남북 교사·교육행정 교류'를 약속했다. 이런 공약은 비단 서울뿐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속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공약에서는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쉽사리 찾긴 어렵다. 아무리 남북관계가 평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고 해도 아직 북한은 완전히 비핵화에 동의하거나 이행하지 않았으며, 설령 동의하더라도 이를 실천하기 위해선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거치게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임기 4년 안에 모두 완수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상태다. 이 때문인지 공약들은 대개 모호하거나 명확하지 않은 계획들로 채워졌다. 한 교육감 후보 대변인은 이 같은 질문에 “최근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따라 후보의 입장 고민을 공약 속에 담아 낸 것”이라며 “선출 이후 남북관계 분위기와 통일부 허가에 따라 공약을 이행할 계획”이란 답변을 내놨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일선 교사들은 계획만 남발하지 말고 학교현장 속 통일교육부터 바로 세우라고 주장한다. 현재 교내 통일교육은 주로 사회 교과 시간에 이뤄지고, 수업 시수(교과 4시간·창의적 체험활동 4시간 이상 권장) 자체도 그리 많지 않다. 이마저도 학교 내신이나 대입 준비 등에 의해 밀리기 일쑤다. 최근 기자가 만난 한 초등학교 교사는 “통일은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 성향 등에 따라 첨예하게 대립하는 주제이기 때문에 대개 교사들이 깊게 들어가기 보다는 교과서 읽기, 국가기관 동영상 보기 등과 같은 방법으로 통일 교육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다 내실있는 통일교육을 위해서는 남북 학생 교류 추진보다 시·도교육청에서 명확한 수업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거나, 적극적으로 교사 연수를 시행하는 게 더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현 시점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분위기가 흐른다는 이유로 교육감 후보들 사이에서 ‘선거용 반짝 공약’을 제시한 느낌이 든다”며 “교육감들의 공약이 보다 진정성 있게 느껴지려면, 이목을 끌 만한 ‘표심잡기’가 아닌 구체적인 계획이 잡힌 실현 가능성이 큰 공약을 제시해야 한다”고 전했다.

물론 교육감 후보들이 제시한 통일교육 공약이 부정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통일교육은 제도와 이념 통합의 차원을 넘어 남과 북이 어떻게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 바라봤을 때, 반드시 이뤄져야 할 교육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국민이 차기 교육감에게 진정 바라는 건 이상적인 바람이나 계획의 남발보다는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부족한 점을 개선하는 교육정책이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무리한 공약을 남발하기보단, 하나의 공약에도 구체적인 계획과 생각을 담아 이를 시행하려는 열의를 바란다는 얘기다. 충분한 검토도 없이 이를 쏟아냈다면, 당선 이후 정치적으로 표만 계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선출된 교육감들이 앞으로 어떤 통일교육을 준비해 이끌어 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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