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초등

“ADHD, 아이 개성으로 볼 순 없을까요?”

최예지 조선에듀 인턴기자

2018.05.3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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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자녀 둔 두 엄마 이야기…“ADHD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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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자녀를 키우는 김정현(왼쪽)·이승주씨는 “ADHD를 편견 없이 아이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김종연 기자

“제 아이는 ADHD입니다. 저는 아이가 ADHD를 자기 개성으로 여기며 살았으면 해요.”

김정현(42)씨와 이승주(33)씨는 ADHD 증세를 보이는 자녀를 키우며 많은 변화를 겪었다. 김씨는 두 자녀가, 이씨는 세 자녀 중 둘이 ADHD 진단을 받았다. ADHD(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는 끊임없이 산만하거나 쉽게 소리 지르고 주위 사람을 때리는 등 ‘주의력 결핍’ ‘충동성’ ‘과잉행동’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아침부터 밤까지 폭주 기관차처럼 흥분 상태인 자녀를 돌보는 일은 남과 비교할 수 없이 고됐다. 두 엄마 모두 양육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던 일을 줄이거나 그만뒀다. 김씨는 남다른 아들을 키우다 심한 우울증을 앓기도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제 “아이만큼 나를 성장시킨 건 없다”고 말할 정도로 단단해졌다. 더 나아가 ADHD를 아이의 개성으로 볼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발벗고 나섰다. 김씨는 ADHD 자녀를 둔 부모로서 자신의 경험을 담은 소설 ‘ADHD, 너를 사랑해’를 펴내고, 독자로 만난 이씨와 ‘ADHD 부모 자조 모임(self-help group)’을 만들어가고 있다.

◇부모도 이해하기 어려운 ADHD…인정하기까지 5년 걸려

부모라고 해서 아이의 ADHD를 받아들이기 쉬웠던 건 아니다. 김씨는 5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첫째인 아들 승민(가명)이가 다른 친구들을 자꾸 때리자,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지인들이 병원에 데려가 보라고 권했다. “병원에서 ADHD 진단을 받았을 때 아이가 미웠어요. 제가 그런 아이를 낳은 게 수치스러웠고요.” 아이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 김씨는 “너는 왜 남들처럼 행동하지 않느냐”고 자꾸 꾸짖었다. (남들처럼)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아이의 자존감이 무너질 대로 무너지고 나서야 ADHD를 아이의 특성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며 “오랜 시간 아이의 편이 돼주지 못한 게 미안하다”고 털어놨다.

한편, 이씨는 병원에 가서야 아이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둘째아이가 두 살 때부터 형을 물기 시작했어요. 구강기가 지나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격성이 심해지더니 친구까지 때렸습니다.” 아이는 때리고 싶어서 때리는 게 아니었다. 뇌에서 절제가 안 돼 공격성이 드러나는 것이었다. “(병원에서 ADHD 증상이라고 했을 때) 저는 수수께끼가 풀린 기분이었어요. 당시 아이가 어려 ADHD 확진을 받은 건 아니지만, 아이 행동을 설명해 줄 가장 적절한 답이었죠. 그동안은 이유를 모르니 해결책도 없어서 힘들었거든요. 이유도 모른 채 원치 않는 행동을 자꾸 했던 아이도 그간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둘째가 치료받던 중, 첫째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자주 부딪힌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혹시나 해서 병원에 데려가 보니 첫째도 ADHD 증상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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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경험을 풀어낸 소설 'ADHD, 너를 사랑해'를 펴낸 김정현씨. / 김종연 기자
◇‘보통’ 사람들과 어울리기 어려운 ADHD 아이와 부모

ADHD 아이와 그 부모는 ‘보통’의 사회에서 어울려 살기 어렵다. 이씨는 어느 모임에도 아이와 나갈 수 없었다. “한 번은 첫째를 지인 모임에 데리고 나갔다가, 대성통곡하며 돌아왔어요. 다른 엄마들은 아이들끼리 어울려 놀게 두고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데, 저는 그럴 수가 없었어요. 아이가 제 통제 범위를 넘어서거든요. 바위틈을 밟고 위로 올라가는 등 위험한 행동을 하기 일쑤죠. 조리원 친구들 만나는 것 같은 보통 엄마들의 육아를 못 했어요. 일반적인 관계 방식에 맞출 수 없어서 가족 전체가 고립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씨도 어느 순간 사람들 사이에서 밀려나면서 마음고생이 심했다. “승민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축구를 시켰어요. 1학년 때 만들어지는 운동 커뮤니티에 속하지 않으면, 엄마가 정보를 얻지 못해서요. 그런데 승민이가 운동 능력이 굉장히 부족해서 의도치 않게 친구들과 몸이 자주 부딪혔는데, 친구들한테 ‘때렸다’는 말을 듣더라고요. 아이가 사회성이 낮아 다른 아이들과 교류가 잘 안 돼 오해가 더 심했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그 모임에서 저와 아이를 빼더군요. 그뿐 아니라 친했던 지인들도 자신의 자녀와 승민이가 앞으로 같이 노는 건 어렵겠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승민이는 학교생활에 적응하기도 어려웠다. 3학년쯤 됐을 땐 친구들에게서 따돌림을 당했다. 승민이가 흥분을 조절하지 못해 강하게 반응하면, 아이들은 그게 재밌어 더 심하게 놀렸다. 어느 날은 승민이가 운동장 구름다리에서 떨어져 죽겠다고 해 소동이 일기도 했다. 학교에는 흥분한 아이를 제어해 줄 사람이 없었고, 그때마다 김씨는 학교로 불려가 아이를 진정시키곤 했다. 친구들은 승민이를 괴물로 봤고, 승민이는 ‘학교에 내 편이 하나도 없다’며 힘들어했다. 결국 중학교에 진학할 때 김씨는 승민이를 대안학교에 보냈다. 승민이는 대안학교에서 중졸 검정고시에 합격, 현재 중학교 2학년 나이로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다. 고교 선택을 놓고도 김씨와 승민이는 고민이 많은 상태다. “저는 아이가 계속 대안학교에 다녔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아이는 일반고등학교에 가고 싶대요.”


◇상처받기 쉬운 아이들…부작용 감수하며 약물치료

이씨가 가장 힘들었던 때는 아이에게 ADHD 약을 먹일지 말지 결정하는 과정이었다. 약물치료를 하기로 했을 때, 이씨는 남편에게 “우리는 차악(次惡)을 선택한 것”이라고 얘기했다. ADHD 약은 부작용이 심하기 때문이다. 속이 울렁거려 밥 먹기 싫어지고, 이것이 성장 부진으로 이어져 키가 잘 안 크는 경우도 있다. 상담 일에 종사했던 이씨는 이런 부작용을 알면서도 둘째 아이가 5세였던 작년부터 약을 먹였다. “정신과 의사 사이에서도 약물치료에 대한 의견이 달라요. 어떤 의사는 7세 이전에 먹이면 안 된다고 하고, 어떤 의사는 괜찮다고 하지요. 제가 그 분야에 종사하지 않았다면 무척 혼란스러웠을 거예요. 저는 약을 먹이기로 했으니, 의지를 다지고 계속 치료받게 하려고요.”

약물치료는 아이가 더는 상처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제 지인이 초등학교 2학년인 ADHD 자녀에게 행복하냐고 물었더니, 아이가 ‘나는 단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다’고 답하더래요. ADHD 아이의 일상을 생각해 보세요. 선생님한테는 ‘가만히 좀 앉아있어라’ ‘너는 대체 왜 그러니’ ‘그럴 거면 집에 가라’는 얘길 듣고, 친구들한테는 ‘선생님 쟤가 그랬어요. 쟤 싫어요’ 같은 얘길 매일 들어요. 그렇게 8~10세가 되면 이미 상처받은 자아가 형성돼 있죠. 결국 그때 돼서 약을 먹어도 (이미 생긴) 트라우마를 치료하며 시작해야 해요. 저는 차라리 아이가 상처받기 전에 약을 먹이겠다고 선택한 거예요.”

다행히도 이씨의 아이는 약 부작용이 심하지 않고 예후가 좋다. “약을 먹기 전에는 그 누구도 아이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봐주지 않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다른 아이들과 같이 유치원에 다닐 수 있어요. 친구들과 상호작용이 잘 되니까 아이도 행복해 해요. 놀이도 가능하고, 사회성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씨는 자신의 방법을 무작정 따라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신과 의사들도 ADHD의 범주가 넓어 개인별 차이가 크다고 말하고, 약이 맞지 않는 아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이씨는 “(약물치료는) 전문가 조언을 충분히 듣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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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씨와 함께 ADHD 자조모임을 만든 이승주씨. / 김종연 기자
◇“ADHD, 아이 개성으로 봐주는 사회 되길”…부모들이 일구는 작은 변화

아이들이 아직 어리기에, 얼굴을 드러내는 인터뷰를 엄마들도 조금 망설였다. ADHD에 대한 시선이 우호적이지 않아 아이들에게 낙인이 찍힐까 봐 걱정돼서다. 그럼에도 이들이 용기를 내 인터뷰에 응한 것은 ‘우리 사회에서 ADHD가 아이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다. “정신의학 선진국인 캐나다에서는 ‘나 ADHD야. 약 먹어. 내가 충동적으로 행동해도 이해해줄 수 있어?’라고 물으면, 다른 사람들이 ‘그래, 알았어’라고 반응해요. ADHD를 사람의 한 가지 특성 정도로 보는 것이죠. 공황장애의 경우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정받고 있잖아요. 공황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이상하게 보지 않죠. ADHD도 그렇게 인식되는 사회가 되길 바라요.”

이들은 사회 변화를 이끄는 첫걸음으로 ‘ADHD 부모 자조 모임’을 만들고 있다. 자조 모임은 공통의 질병이나 어려움을 가진 사람끼리 서로 지지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조직을 말한다. 치매 가족이나 입양 가족 등에서 활성화돼 있다. “현재 9명의 ADHD 부모가 모였어요. 자조 모임에서 ADHD 자녀를 키우며 힘들었던 점과 노하우를 공유해 책으로도 엮어보려고요. 자조 모임에서 집단 치료로 비용도 절감할 수 있고요. 아이가 사회성 치료를 받을 나이가 됐는데, 지금은 집단 상담을 받을 사람 모으기도 쉽지 않거든요.”

두 사람이 가장 바라는 것은 ADHD를 가진 아이들이 낙인 찍히지 않고, 그 가족이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는 것이다. “아이가 ADHD라고 해서 엄마들이 숨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엄마들이 집과 병원만을 왕복하며 살 게 아니라, 조금 더 용기를 내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어가는 데 함께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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