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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세계 최고의 정원 박람회로 꼽히는 영국의 첼시 플라워쇼(Chelsea Flower Show)에서 우리나라 건축 조경 디자이너가 2등상인 실버 길트 메달(Silver Gilt Medal)을 받아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바로 황혜정(계원예술대학교 가구디자인과 97학번)씨다.
영국왕립원예학회(RHS)가 주관하는 첼시 플라워쇼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비롯한 영국 왕실 가족들이 관람하고, 매년 17만 명의 관람객이 몰리는 세계적인 축제다. 첼시 플라워쇼에는 수천 개의 응모작 중 전문 심사위원단이 엄선한 30여 개 작품만 전시된다. 이런 이유로 전 세계 가든 디자이너나 조경 건축가들에게는 꿈의 무대로 통한다. 올해는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열렸다.
황씨는 이번 박람회에서 LG전자와 함께 글로벌 환경 문제로 부상한 미세먼지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 ‘에코씨티가든’을 선보여 각국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주거 형태인 아파트를 염두에 두고 아파트 사이 공간을 이용해 부엌에서도 조망할 수 있게 한 테라스 개념의 정원이다.
아파트 주방과 연결된 공간에 이끼와 고사리, 단풍나무 등을 심어 공기 정화 기능이 가능하게 했고, 정원 둘레에 물고기가 사는 물길을 만든 뒤 이를 순환시켜 주방 벽에서 허브가 자라게 했다. 요리하면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여주는 식물을 공기청정기와 함께 배치하기도 했다.
황씨는 “안개 같은 미세먼지가 서울에 가득 찬 것을 보고 건축하는 사람으로서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어떻게 하면 미세먼지 해결책을 구현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하다가 단풍나무와 이끼를 활용한 디자인을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황씨는 지난 2016년 열린 첼시플라워쇼에서도 ‘The LG Smart Garden’이라는 작품으로 쇼가든 부문 실버 길트 메달을 수상한 바 있다. 당시 박람회장을 찾은 엘리자베스 여왕과 왕실 가족이 황씨의 작품을 보고 “내 어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부드러운 파스텔 색조의 식재 패턴이 참 사랑스럽다”고 극찬해 주목받은 바 있다.
한편 황씨는 계원예대를 졸업 후 영국 셰필드대(Sheffield University)에서 조경건축 석사 학위를 받았다. 건축 조경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현재는 HAYDESIGNS.LTD 대표를 맡고 있다.
계원예대 출신 디자이너 황혜정, 영국 첼시플라워쇼 ‘2위’
-100년 역사의 세계 최고의 정원 박람회…2016년에도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