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초등

'미투 운동’ 묻는 ‘초딩’ 아들,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2018.05.3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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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아들과 매일 ‘성(性)적 대화’ 나눈다는 여성학자 김서화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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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여성학협동과정 박사과정생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김서화씨는 얼마 전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아들을 키우는 엄마들이 보다 쉽게 성교육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페미니스트 엄마와 초딩 아들의 성적 대화’(미디어일다)를 펴냈다. 그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성 가치관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부모의 성 편견부터 깨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수열 기자

“엄마와 아들이 성(性)에 대해 얘기하면 안 되나요? 왜 민망해서요? 방금 머릿속에서 무슨 생각 하셨나요?”

서울대학교에서 여성학 관련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서화(37·사진)씨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이 같이 반문했다. 어떻게 하면 초등 6학년 아들과 매일 성 관련 대화를 나눌 수 있느냐는 기자의 물음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인터뷰 내내 특유의 솔직함과 거침없는 입담을 뽐낸 김씨는 “많은 사람이 성(性)이라고 하면 직접적인 성행위로만 연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단언했다. “성은 단순히 인간의 행동뿐 아니라 이에 대한 태도와 역할, 감정, 가치관, 이해심, 존재 의미 등 모든 것을 포함한 단어예요. 이를 단순히 행위로만 간주해 무조건 아이와 성 관련 대화를 피하는 건 절대 옳지 않아요. 아이들에게 올바른 성 가치관을 물려주고 싶다면, 부모가 먼저 그동안 지녀온 성 편견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 성적 대화 결코 어렵지 않아…일상생활 속 현상부터 자연스럽게 시작

김씨는 아들이 초등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부터 함께 성적인 대화를 나눴다. 이들의 ‘성적 대화’는 생물학적 개념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구성물인 젠더(Gender), 다양한 성적 정체성을 지칭한 섹슈얼리티(Sexuality)까지 포괄적이다. 그는 “대개 ‘여덟 살 난 아이가 얼마나 알아듣겠느냐’고 치부하는 부모들은 자녀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성 학습 시기를 놓치기 쉽다”고 지적했다.

“초등 저학년의 아이들은 어떤 주제든 엄마랑 시시콜콜 얘기하는 걸 좋아해요. 이때를 놓치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성에 대해 알려준다면, 사춘기에 접어들어 입을 꾹 다문 아들과도 수월하게 대화할 수 있습니다. 아무런 배경 없이 고학년 시기에 갑자기 피임기구의 종류와 사용법을 알려주는 등의 성교육을 시작하는 건, 부모와 자녀 모두 부담스러울 수 있어요. 저학년 때부터 눈높이를 낮춰 알려주면서 엄마와 아이 모두 성에 대한 준비 기간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씨는 아들과의 성적 대화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성이 깊숙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명절 때 외가·친가 중 어느 곳을 먼저 가는 것이 좋을지, 부부가 집안일을 어떻게 분배할지 등에 대해 아이들과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성교육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아이들은 부모의 생활을 통해 성 정체성과 역할을 확립해가기 때문에 부모가 먼저 성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아울러 아이가 성에 대해 부정적인 측면만 알고 있으면 긍정적인 것을 알려주고, 긍정적인 부분만 알고 있으면 부정적인 것을 알려주는 식의 균형 있는 성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최근 아들이 뉴스에서 본 ‘미투 운동’에 대해 물은 적이 있어요. 왜 사람들이 뉴스에 나와 울면서 호소하는지에 대해서요. 이때 엄마가 당황하거나 자극적인 내용이니 이런 건 아직 몰라도 된다며 넘겨버린다면, 아이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엄마는 이런 성 지식을 알려주기 싫구나’ ‘성은 숨겨야 하고, 몰래 깨쳐야 해’라고 왜곡해 생각할 겁니다. 다시는 이와 관련해서 묻지도 않겠죠. 민감한 내용이 포함됐을지라도 짧게나마 아이와 소통하며 올바르게 습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준다면, 아이는 훨씬 바른 성 가치관을 확립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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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열 기자
◇ 아이 자주 보는 SNS·유튜브 등도 성교육 소재될 수 있어

김씨는 아들뿐 아니라 여섯 살 난 딸을 키우는 두 아이의 엄마다. 그는 딸의 성교육 역시 아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강조한다. “성교육에서 딸·아들의 성별을 구분해 서로 다른 지식을 알려주는 건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에요. 이를 구분 지어 생각하는 것부터가 편견일 수 있습니다. 일례로 ‘자위’하는 자녀를 목격한 부모를 살펴보면, 성별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여요. 대개 이런 상황 속 아들 가진 부모는 크게 의식하지 않고 넘깁니다. 이와 관련해 주변에서 이미 많은 얘기를 들어왔고, 자연스러운 성장과정이라고 생각하죠. 반면, 딸의 경우엔 대다수 부모가 아주 충격적인 일로 바라봅니다. 그동안 ‘우리 딸은 순수하고 순결해’ ‘절대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죠. 참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성별에 관계없이 자위를 하는 데 말이죠. 딸이든 아들이든 성적 쾌락을 얻고자 하는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으며, 이는 나쁜 일이 결코 아닙니다. 이를 부모가 먼저 명심하고 성별의 편견 없이 바라보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아울러 최근엔 SNS, 유튜브 등 온라인 소통 매체도 성교육의 중요한 소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 유아부터 청소년까지 스마트폰 사용 등으로 인해 매체 속 음란물에 노출되는 빈도가 잦아지면서, 이들이 왜곡된 성문화와 성 의식에 사로잡힐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최근 일부 초등학생 사이에서 성인 남성 인터넷방송 진행자들을 흉내 내 엄마나 여교사 몰카를 찍어 유튜브에 올리는 것이 놀이처럼 번지고 있다는 충격적인 기사를 접했다”며 “이를 막기 위해선 무작정 아이 손에서 스마트폰을 뺏을 게 아니라, 올바르게 매체를 활용법부터 차근차근 알려주는 것도 성교육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처음 가정에 전화기가 보급됐을 때를 돌이켜보세요. 집에서 아이가 전화를 걸어 아무렇게나 말하거나 다른 사람의 전화를 가로챘다고 해서 전화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었나요? 이를 막을 수 있었나요? 결코 아니죠. 오히려 친구 집에 전화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올바른 사용법에 대해 차근차근 알려주는 것이 효과적이었죠. 기기 역시 마찬가지에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현대사회에서 무조건 유해한 콘텐츠를 볼 우려가 크니 스마트 기기 사용을 제재하기보다는, 아이가 이를 올바르게 사용하고 자신의 목적에 맞게 다루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에 나아가 음란물 등을 접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자녀와 충분히 대화를 주고받는 것도 큰 의미에서의 성교육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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