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 “우리나라 과학ㆍ수학교육 해외 흐름과 반대…쉬운내용만 배우면 미래 없어”
방종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05.29 16:10

-과총 주최 ‘한국 과학ㆍ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 포럼서 지적 나와

  • 29일 오전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한국 과학ㆍ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 포럼에서 송진웅 서울대 물리교육과 교수가 ‘지속가능발전 미래사회를 위한 수능 과학탐구의 방향’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방종임 기자
    ▲ 29일 오전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한국 과학ㆍ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 포럼에서 송진웅 서울대 물리교육과 교수가 ‘지속가능발전 미래사회를 위한 수능 과학탐구의 방향’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방종임 기자

    “지난 10년간 과학탐구 Ⅱ 응시자는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으로 급감했습니다. 17만5000명에서 2만6000명으로 떨어졌죠. 물리Ⅱ는 1만9000여명에서 2800명으로, 화학Ⅱ는 6만4000여명에서 9100명으로 줄어들었어요. 응시자 감소와 과학탐구 내 불균형 문제를 방치하고 쉬운 내용만 추구해서는 앞으로 이공계 인력 양성에 치명적인 결과로 나타날 것입니다. “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어려워 꺼리는 과학탐구Ⅱ 응시자 감소 현상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학습량을 낮추고 쉬운 내용만 다루면 학생들이 도전을 점차 피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문제제기는 29일 오전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한국 과학ㆍ수학교육의 현재와 미래-제4차 산업혁명시대 대입 수능의 방향: 과학과 수학을 중심으로’ 포럼에서 나왔다.

    송진웅 서울대 물리교육과 교수(한구과학교육학회 회장)은 이는 해외 사례와는 정반대의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AP(Advanced Placement·대학 학점 선이수제) 응시자의 경우 2017년 기준으로 물리(Physics)는 27만5000명, 화학(Chemistry)은 15만9000명, 생물(Biology)은 25만4000명이었다. 반면 2018학년도 우리나라 수능 과탐Ⅱ 응시자의 경우 물리Ⅱ는 2839명, 화학Ⅱ는 3340명, 생물Ⅱ는 9140명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학령인구가 우리나라보다 6배 정도 많다는 수치를 감안하더라도 상당한 차이다. 영국의 A레벨도 비슷한 수준이다. 물리(Physics)는 9.6%, 화학(Chemistry)는 13.7%, 생물(Biology)은 16.0% 수준이었으나, 우리나라는 물리Ⅱ 0.5%, 화학Ⅱ 0.6%, 생물Ⅱ 1.7%였다.

    이 외에도 송 교수는 현재 수능 과학탐구의 문제들이 대학에서 공부할 능력을 평가하거나, 교과의 핵심역량을 잘 반영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계산력을 측정하고, 변별력을 위해 문제를 꼬아서 출제한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PISA를 비롯해 국제적인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지난 10년간 과학을 비롯한 전 영역에서 우리나라의 세계 순위가 추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과학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떨어졌으며, 과학공부에 대한 패배감만 학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향숙 이화여대 수학과 교수(대한수학회 회장) 역시 해외 사례를 소개하며 우리나라 수학ㆍ과학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시사했다. 먼저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가 2061년까지 전 국민의 수학ㆍ과학ㆍ기술적 소양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리려는 목표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 2061'을 소개했다. 이 프로젝트가 현재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이유로는 과학기술계의 의견을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며 ▲표준형 교육과정 제시 ▲수학ㆍ과학 교과서 평가 ▲교사 연수 개발 등의 프로젝트가 연방정부 차원에서 범국가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발제했다.

    이 교수는 “현재 해외 수학ㆍ과학 교육과정 및 대학입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수학ㆍ과학 교육을 더욱 강화하고 심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해 나가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교육과정 개정 시 수학ㆍ과학 교육에 대한 철학이나 시대적 고찰이 필요하다. 여러 교과목의 시수를 조정하고, 학습량 경감을 목표로 하는데 그치는 우리의 교육과정 개정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오남 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한국수학교육학회 회장)을 좌장으로 한 지정토론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쏟아졌다. 금종해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는 “수학ㆍ과학을 왜 쉽게 접근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어려운 분야이지만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고 도전의식을 고취하는 식으로 접근하고 가르쳐야 앞으로 우리나라 이공계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박종석 경북대 과학영재교육원장은 “개인적으로 화학교육과 교수로서 제자들을 보면, 장차 학교에서 화학을 가르치려는 예비교사임에도 고등학교 때 화학Ⅱ를 선택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교육방향을 정하고 이를 따라오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이 있는 대학에 기회를 주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포럼에는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과 박경미(더불어민주당)ㆍ변재일(더불어민주당)ㆍ오세정(바른미래당) 의원을 비롯해 권치순 한국과학교육단체총연합회 회장, 김도한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이학부장, 이재용 한국공학한림원 인재양성위원회 위원장, 조완영 대한수학교육학회 회장 등이 참석해 활발한 논의를 펼쳤다.

  • ‘한국 과학ㆍ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 포럼에서 패널들이 지정토론을 하고 있다. / 방종임 기자
    ▲ ‘한국 과학ㆍ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 포럼에서 패널들이 지정토론을 하고 있다. / 방종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