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유튜브가 바꾸는 공부 풍경, 유튜버 ‘봇노잼’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8.05.29 09:11
  • 한 경찰 공무원 시험 수험생이 있습니다. 매일 7시간씩 공부합니다. 이를 핸드폰으로 찍어서 사람들에게 보여줍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이 유튜브 방송을 제가 글을 쓰는 5월 28일 기준으로 무려 27만 명이 구독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유튜브 하면 그래도 ‘놀이’라는 선입견이 있습니다. 초창기에 ‘바보상자’라고 불렸던 TV처럼 말이죠. 하지만 요즘은 이런 생각도 바뀌고 있습니다. ‘공부 유튜버’들이 등장하는 겁니다. 요즘 학생들은 모르는 문제를 유튜브에 검색해서 물어본다고 합니다. 인터넷에서 모르는 문제를 물어볼 때도 영상을 찾기 시작한 거죠.

    유튜브는 공부하는 환경도 바꾸고 있습니다. 아무런 내용 없이, 그저 자신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유튜브 채널 ‘봇노잼’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겁니다. 그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요?

  • 유튜버 ‘봇노잼’의 유튜브 채널
    ▲ 유튜버 ‘봇노잼’의 유튜브 채널

    시작은 단순했습니다. 한 청년이 본인이 공부하는 모습을 찍어 영상으로 올렸습니다. 혼자 공부하면 딴짓을 하니 영상을 찍어서 남이 감시하는 듯한 효과를 내서 강제로 공부에 집중하는 효과를 노린 거죠. 이런 영상을 ‘캠스터디’라 합니다.

    올해 초 봇노잼은 다시 영상을 꾸준히 올리고,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경찰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는 본인 모습을 찍어 올립니다. 말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소리도 빗소리, 장작 타는 소리처럼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소리를 틀죠.

    ‘봇노잼’은 매우 잘 생겼습니다. 잘생긴 청년이 공부하는 영상의 매력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타고 입소문이 터졌지요. 순식간에 봇노잼은 인기 유튜버가 되었습니다.

    반향도 컸습니다. 인터넷 웹사이트 DC에는 봇노잼 팬 커뮤니티도 생겼습니다. 봇노잼 방송에 대한 감상은 물론, 공부 노하우를 함께 공유합니다. 팬들은 경찰이 돼서 자신을 잡아가 달라고 자신들을 ‘도둑’이라는 애칭으로 부릅니다. 봇노잼은 이제 지상파 방송에서도 출연 섭외가 올 정도의 유명 인사가 되었습니다.

    봇노잼은 단순히 외모를 즐기는 방송만은 아닙니다. 실제로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는 평이 많습니다. 남과 함께 공부하기에 공부하는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거지요. 실제 친구와는 달리 말을 걸거나, 같이 딴짓을 할 수도 없습니다. 할 수 없이 함께 공부하게 된다는 겁니다.

    함께 공부해야 한다. 이는 교육학적으로도 일리가 있습니다. 비고츠키의 ‘인지발달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자신보다 성숙한 구성원과 교류하고, 상호 작용을 합니다. 이를 통해 배웁니다. 함께 공부하되 서로가 감시하는 ‘유튜브 공부법’에도 근거가 있는 셈입니다.

    요즘 세대는 유튜브 세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유튜브로 여가 생활은 물론 검색과 채팅까지 해결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공부마저 바꾸고 있습니다. 영상을 통한 소통으로 혼자 하는 공부조차 함께 하는 ‘사회적 행위’로 바꾸고 있는 거지요. 유튜버 ‘봇노잼’이 보여주는 새로운 공부 패러다임에 관심을 기울여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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