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10명 중 8명 “스쿨 미투, 별일 아니라고 생각해…”
손현경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05.24 11:22

- 학교 내 성희롱·성폭력 근절 위한 정책토론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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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DB
    ‘#스쿨미투’가 연일 터져 나오는 가운데 학생이 교사에게 당한 성희롱 경험을 알리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로 나타났다. 학생 10명 중 8명은 이 같은 이유를 꼽았다는 설문조사가 나왔다. 

    24일 오전 신용현 국회의원(바른미래당)이 주최하고, 바른미래당 ‘민생특위12’ 산하 폭력근절대책특별위원회가 주관하는 ‘#스쿨미투에 대한 응답, 학교 내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위한 정책토론회’서는 이 같은 설문 내용이 발표됐다.

    학교 현장의 실태는 심각하다. 지난 3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초중고 교사에 의한 학생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등학생의 40.9%가 교사들이 성희롱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27.7%가 직접 성희롱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는 지난해 9월 6일부터 같은 달 18일까지 1014여 명의 고등학생(여 814명·남 200명)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그 유형도 ▲지도봉으로 신체부위를 누르거나 찌르는 등의 신체적 성희롱 ▲성적인 비유, 평가를 하는 언어적 성희롱 ▲특정 신체부위를 응시하는 등의 시각적 성희롱 등 다양하다.

    ◇ “‘스쿨 미투, 별일 아니고 나만 당하는 것도 아니고…”

    먼저, 성희롱 경험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던 경우,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가 78.5%로 가장 높았다. 이어 ▲‘행위의 정도가 심각하지 않아서’(67.6%) ▲‘나만 당한 것이 아니어서’(42.3%) ▲‘알려도 해결이 안 될 것 같아서’(19.3%) ▲‘선생님과 껄끄러워지는 것이 싫어서’(17.6%) 등 순으로 나타났다. 즉, 성희롱을 경험한 학생들은 심각하지 않다고 느낄 뿐 아니라 다수가 경험하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알려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고 도리어 교사와의 관계만 껄끄러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 “선생님이 나랑 친하게 지내려고 그러는 것 아닌가?”

    이외에도 교사가 왜 성희롱을 했다고 생각했는지를 질문한 결과, ‘학생들과 격 없이 지내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25.9%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학교) 생활지도 차원에서’가 21.5%, ▲‘선생님의 잘못된 성 관련 생각과 태도 때문에’가 12.7%, ▲그다음은 ‘내게 관심이 있어서(나를 예뻐해서)’가 12.3%, ‘학생들을 재미있게 해주려고’가 11.7% 순이었다.

    성별로는 여학생의 경우 ‘학생들과 격 없이 지내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26.8%로 가장 많았고, ‘(학교) 생활지도 차원에서’가 23.8%, ‘선생님의 잘못된 성 관련 생각과 태도 때문에’가 14.7%, 그다음은 ‘내게 관심이 있어(나를 예뻐해서)’가 12.7% 순이었다. 남학생의 경우 ‘학생들을 재미있게 해주려고’가 23.2%, ‘학생들과 격 없이 지내기 위해서’ 22.1%, ‘내가 잘못한 것이 있어서’ 19.0% 순으로 나타났다. 즉, 남학생들은 여학생들보다 교사들의 행동을 재미있고 격 없는 관계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향을 보였고 교사의 잘못된 성 관련 생각과 태도 때문으로 생각하는 경향은 매우 낮았다.

    ◇ “공정한 처리, 그다지 기대 안 해…생기부에 남을까도 두려워”

    학생들은 스쿨미투에 대한 공정한 처리는 절반 정도는 기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만약 재학 중인 학교에서 성희롱 사건이나 문제가 공론화된다면 얼마나 공정하게 처리될 것으로 생각되는지를 질문한 결과, 응답자의 41.7%가 불공정하게 처리될 것으로 보았다. 성별로는 여학생의 경우 46.2%가 불공정하게 처리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남학생의 경우 23.5%가 불공정하게 처리될 것으로 예상해, 성별 간 다른 입장을 보였다.

    이 외에도 학생들이 교사로부터 성희롱을 경험할 경우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이유는 ‘학생들에게 알려질 수 있어서’가 52.0%로 가장 컸다. 이어 ‘진학 등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서’가 46.8%,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가 46.5%, ‘더 지속적으로, 심한 피해를 볼 수 있어서’가 37.2%, 마지막으로 ‘생활기록부에 기록이 남을 수도 있어서’가 31.2% 순이었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신 의원은 “피해학생들은 학교라는 특성상 2차 피해가 두려워 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교사 대상 성희롱 예방교육에 대한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며 “예방교육이 보다 효과적・효율적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육내용이 보다 교육현장과 밀착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교사에 의한 성희롱 실태와 양상을 반영한 예방교육 콘텐츠를 개발해 교사들에게 보다 직접적인 성희롱 예방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교감, 교장 등 관리직 대상 성희롱 교육이 별도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