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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부터 ‘인구론’(인문계 90%는 논다)’, ‘문송(문과라 죄송합니다)’이라는 자조적인 말이 생겨날 만큼 문과생들의 취업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문과생들은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최근 ‘문과에도 길은 있다’를 펴낸 양대천(47)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 답을 “숫자”라고 단언하며 “숫자는 문과생들에게 거리가 먼 단어이지만, 숫자를 가까이할수록 취업에 유리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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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생에게 ‘회계’ 공부는 필수
양 교수는 “지금은 ‘숫자’의 시대”라고 잘라 말했다. 특히 문과생들에게는 더욱 그렇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로 갈수록 특히 숫자가 중요하다”며 “대부분의 문과생 업무 영역은 사실상 CFO(Chief Financial Officerㆍ기업의 최고 재무 책임자) 산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또한 기업이 점점 다국화될수록 단순한 말이 아닌 숫자를 근거로 한 보고가 일반화되고 있다. 이에 기업의 본사에서는 숫자 또는 회계를 기반으로 모든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영기획, 전략, 마케팅, 회계, 성과 관리, 인사, 총무, 대외 협력 등 문과생이 흔히 취업하는 부서에서는 숫자를 다루고 있다. 양 교수는 “기업 업무에서 숫자는 곧 ‘회계·통계’를 의미한다”며 “이과생은 ‘기술’, 문과생은 ‘숫자’에 밝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회계 공부를 대학 내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대학마다 운영하는 관리회계, 재무분석, 중급 회계 등 다양한 회계 강의를 수강신청을 통해 활용하라는 조언이다.
◇ “기업의 ‘3대 교과서’는 읽을 줄 알아야”
문과생들이 숫자를 익혀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기업의 교과서’를 분석하기 위해서다. “기업의 3대 교과서는 취업에 성공하는 열쇠 중 하나”라며 “연차보고서, 사업보고서, 애널리스트 보고서가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마케팅이나 인사 관련 일을 하고 싶다는 경영학과 학생조차도 기업설명(IR) 보고서나 사업보고서를 볼 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해당 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데 면접에서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여기서 연차보고서는 많은 회사가 웹사이트에서 IR 정보로 제공하고 있다. 그는 “연차보고서는 CEO가 회사 주주들에게 경영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알려주는 자료”라며 “경영컨설턴트들이 경영컨설팅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보고서”라고 강조했다. 사업보고서는 회사의 웹사이트나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반영돼 있다.
양 교수는 사업보고서를 읽을 때 ‘회사가 어떤 사업을 하는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지’에 초점을 맞추라고 조언한다. 그는 “애널리스트 보고서는 외부에서 해당 회사를 들여다보고 분석한 리포트”라며 “내부적으로는 놓칠 수 있는 분석을 한다는 점에서 기업 교과서 중에서도 가장 고급”이라고 설명했다. -
◇ 3대 교과서의 ‘숫자’, 면접에서 활용하라.
그는 평소 회계 공부와 기업의 3대 교과서를 잘 익혔다면 면접장에서 두각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한국전력공사는 정부 시책에 따라 실로 엄청난 규모의 지능형 전력 계량시스템을 구축해왔다’라는 문장보다는 ‘한국전력공사는 정부의 전력망 계획에 따라 약 330만 호에 대해 지능형 전력 계량 시스템을 구축해왔다’가 좀 더 전문적이라는 점에서 면접관들에게 긍정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얘기다.
“330만 호라는 숫자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해당 기업에 애정과 관심을 쏟아 입사 준비를 했는지 알 수 있어요. 면접장 분위기를 이끌 수도 있고요. 이러한 수치는 기업의 사업보고서 등 기업 교과서에서 살펴볼 수 있죠.”
그는 이 같은 ‘3대 기업 교과서’와 ‘숫자’로 면접 담당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면, 현장 경험으로 쐐기를 박으라고 강조한다.
“회계 능력 이외에 인턴 경험을 통한 실무 능력을 쌓는 것도 중요합니다. 현장경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아요. 특히 문과생들이라면 직무에 관한 경험을 통해 지원하는 회사에 어필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문과생 취업하려면…"'숫자'와 '기업 교과서' 익숙해야"
- ‘문과에도 길은 있다’ 신간 펴낸 양대천 교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