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국어 강상희박사의 수능국어 학습법] 기출문제, 완벽히 이해할 때까지 ‘끙끙대며’ 풀어라!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8.05.18 10:25

수험생을 위한 기출문제 공부법

  • 수능 국어 공부에 있어서 기출문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수능 국어를 공부하는 가장 기본적인 교재가 바로 기출문제이기 때문이다. 수능을 먼저 경험한 선배들이나 유명 강사들도 하나 같이 입을 모아 “‘기출문제’를 우선 완벽하게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기출문제 풀이와 관련해 가끔 이런 걱정을 하는 학생이 있다. ‘기출문제를 여러 번 풀어서 답이 외워지면 반복해도 소용없는 것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기출문제는 아꼈다가 한 번 딱 풀어보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 물론 무작정 여러 번 반복해서 푸는 것이 좋은가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기출문제를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기출문제를 공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두 번 풀기’다. 방법은 이렇다. 먼저 초시계를 가져다놓고 수능 시험 시간과 동일한 시간 내에 문제를 풀어본다. 그 다음에 부모님이나 친구에게 채점을 부탁한다. 어떤 문제를 맞히고 틀렸는지만 체크해 달라고 한다. 그 다음 정답을  모르는 상태로 다시 한 번 풀어본다. 이때는 시간을 무제한으로 해서 푼다. 이것이 ‘두 번 풀기’다.

    특히 두 번째 풀 때가 중요하다. 해당 문제의 정답을 골라낼 수 있는 이유를 스스로 완전히 파악했다고 느끼기 전까지는 절대 해설을 보지 않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가령 독서 지문의 경우, 지문을 열 번, 스무 번 읽어도 된다. 발문과 선지를 백 번 읽어도 괜찮다. 혼자 힘으로 정답을 명확히 찾아낼 수 있을 때까지 ‘생각’을 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를 ‘끙끙대는 공부법’이라고 표현하는데, 이 ‘끙끙대는’ 시간에 실력이 부쩍 는다.

    흔히 말하는 ‘수능적 사고력’이 바로 이 ‘끙끙대는’ 시간에 형성된다. 자신에게 정말 어려운 문제를 하나 붙잡고 이해될 때까지 생각을 거듭하는 것이, 자기가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를 100개 푸는 것보다 낫다. 마치 악기를 배울 때 어려운 곡 하나를 여러 번 반복해서 마침내 연주할 수 있게 되면, 그보다 쉬운 곡은 조금만 연습해도 금세 연주할 수 있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렇게 공부하면 기출문제를 두 번 풀어보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대충 여러 번 풀기보다 앞서 소개안 ‘두 번 풀기’ 방법으로 제대로 한 번 보는 것을 더 추천한다. 이 과정을 거친 학생은 시간만 충분히 주어지면 45문항을 모두 맞힐 수 있는 실력을 갖게 된다. 수능적 사고력이 체화되는 것이다. 이 단계를 마쳐야 문제 푸는 속도를 높이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자격이 생긴다.  

    기출문제를 위에 설명한 대로 완벽하게 학습하면, 다음과 같은 효과를 얻는다.

    첫째, 수능 국어 문제의 유형을 익히게 된다. 수능 국어 문제는 매년 새롭게 출제되지만, 그 유형은 상당히 오래 지속된다. 신유형도 사실은 약간의 변형에 지나지 않는다. 수능 국어 문제에 친숙해지는 것이다. 시험에서 이 친숙함은 대단히 중요하다. 자신이 아는 시(詩)가 문제로 나오는 경우와 처음 보는 시가 문제로 나오는 경우, 문제 난도가 같아도 자신이 느끼는 체감 난도는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둘째, 배경 지식과 기본 개념을 갖추게 된다. 수능 국어 등급이 낮은 학생들은 종종 ‘배경지식이 너무 없어서 고민’이라고 푸념하는데, 당장 1년 안에 수능을 치러야 하는 학생에게는 책을 읽으며 배경지식을 쌓을 만한 여유가 없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5~6개년의 기출문제를 집중해서 풀다 보면 자연스럽게 배경지식이 쌓이기 때문이다. 수능에 나오는 문학 작품이나 문제의 선지를 보는 것 자체가 배경지식을 공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문학 문제의 선지를 완벽히 이해한다는 것은 고교과정에서 배우는 문학의 개념을 완벽히 이해한다는 것과 같은 뜻이기 때문이다.

    또한 독서 문제의 지문을 읽다 보면 유사 주제가 많이 등장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기출문제에 나온 지문을 반복해서 읽는 것이 배경지식 공부나 다름이 없다는 점을 기억하자. 어릴 때부터 독서량이 많은 학생이 수능 국어에서 유리한 것은 당연하지만, 책을 많이 읽지 않았다고 해서 수능 국어를 포기할 필요도 없다.

    셋째, 수능에 꼭 필요한 어휘들을 알게 된다. 기출문제를 꼼꼼하게 공부하다 보면 수능에 자주 나오는 어휘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된다. ‘성찰’이라는 단어를 대충 감으로 알고 있어서는 수능 문제 선지에 사용됐을 때 헷갈리기 쉽다. 시나 소설에서 어떤 경우에 ‘성찰’이라는 단어를 활용하는지를 알고 명확히 이해하면, 그만큼 문제를 쉽게 풀 수 있다.

    넷째는  ‘수능적 사고력’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기출문제 반복 학습은 이런 이유로 백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와 같은 기출문제 반복학습은 가능한 고 2 겨울방학과 고 3 3월 모의고사 사이에 하는 것이 좋다. 그 이후에는 기출문제 학습으로 체득한 ‘수능적 사고력’을 바탕으로 문제풀이 속도를 높이는 훈련에 돌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기출학습을 완료하지 못한 학생이라면 가능한 6월까지 끝내도록 하자. 최근의 수능 국어는 난도가 높아져 80분 안에 45문항을 풀어내는 ‘속도 훈련’을 반드시 해야 하기 때문이다. 6월 평가원 모의고사 이후부터는 기출문제와 유사한 수준의 문제를 가지고 문제 적응력을 키우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이처럼 수능 국어의 기본기를 다지는 왕도(王道)는 제대로 된 ‘기출문제 풀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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