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리그 출신 김기영 대표의 IT교실] 혁신은 결국 교육에서 비롯된다, MIT 미디어랩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8.05.17 17:37
  • 청년 실업자가 50만명을 돌파하고, 청년실업률은 10%를 넘어섰지만, 중소∙벤처 기업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우리 사회의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중소기업이 살면 중산층이 견고해지고, 중산층이 살면 나라가 산다. 모두가 아는 공식이다. 그렇기에 정부는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법과 제도를 지원했다. R&D 자금도 조 단위로 투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벤처 기업의 입지는 열악하기만 하다. 조금씩 인식이 변해가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우수한 인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대기업 공채를 준비하고 공무원 시험을 위해 노량진으로 모여든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정부의 벤처기업 정책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우리는 이 문제를 지금까지 와는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핵심은 사람이고,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결국 교육이다. 따라서 우리가 던져야 하는 올바른 질문은 “한국 교육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가 될 것이다.  

    필자는 미국의 MIT 미디어랩(Media Lab)에서 의미 있는 힌트를 찾을 수 있었다.  
    MIT 미디어랩은 ‘꿈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유명하다. 터치 스크린, GPS, 웨어러블 등 수 많은 혁신을 만들어낸 곳이다. 인공지능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빈 민스키(Marvin Minsky)와 멀티미디어의 개념을 최초로 제시한 니콜라스 네그로폰테(Nicholas Negroponte) 등이 1985년에 설립했다. 주요 연구 주제는 과학과 미디어 예술을 접목시키는 것이지만, 리서치의 폭이 한정되어 있지 않다. 현재 약 400여개의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며 블록체인, 생명과학, 암호화폐, 가상현실 등 연구 주제가 다양하다.

    미디어랩은 기발하고 상상력이 넘치는 연구로 주목을 받아 왔다. 석박사 통합 과정을 제공하지만, 특별한 전공이나 논문 제출 의무가 없다. 미디어랩의 학생들은 학교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다. 학비와 보험은 물론이고 고액의 생활비(Stipend)가 지급된다. 자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미래지향적인 연구에 집중 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공부가 이루어지는 곳 중 하나인 만큼 입학 경쟁률이 치열하다. 매년 약 50명 가량의 석박사 학생을 선발하고 있는데, 경쟁률은 무려 250대 1에 육박한다. 성적이 우수한 인재들이 대기업, 공무원, 의대, 로스쿨 등으로 모이는 한국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참고로 미디어랩의 어드미션 과정에서는 GRE와 같은 시험 점수를 받지 않는다. 오로지 자기 소개서, 포트폴리오, 그리고 추천서로만 지원자의 역량과 창의성을 평가한다.)

    미디어랩 학생들의 꿈은 교수가 아닌 사업가다. 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고정관념을 깨고 세상을 바꿀 만한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것이다. MIT 미디어랩 출신이자 필자의 지인인 아니루드 샬마(Anirudh Sharma) 역시 마찬가지였다. 인도출신인 그는 공기에 떠 다니는 오염물질을 잡아 친환경 잉크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여 특허를 받았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Graviky라는 벤처 회사를 창업했고, 샬마는 포브즈(Forbes)가 선정한 ‘2017년 가장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기업인’으로 뽑혔다. 그는 다수의 회사와 학계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지만 창업을 선택했다. MIT 미디어랩을 통해 탄생한 그의 작품 Graviky가 사회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고 의미 있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코딩교육 플랫폼인 스크래치 역시 마찬가지다. 2007년 MIT 미디어 랩의 Lifelong Kindergarten Group에서 공식 발표한 교육용 프로그래밍 언어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2700만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스크래치의 공동 설립자 중 한 명인 미첼 레스닉(Mitchel Resnick) 은 젊은 세대들이 디지털 시대에 걸 맞는 창의력을 갖출 수 있도록 코딩 하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학자의 명성이나 엄청난 수익창출에 집중하기보다 미래 세대의 교육을 위해 투자했고, 결국 전 세계 아이들이 무료로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블록코딩 형식의 스크래치를 탄생시켰다. 그의 확고한 철학 덕분에 지금까지 3000만개가 넘는 프로젝트가 전 세계의 미래 과학자들의 손에 의해 끊임없이 제작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 2011년, MIT 미디어랩과 유사한 프로그램을 도입한 바 있다. 몇몇 국내 명문대를 중심으로 ‘한국형 MIT 미디어랩’ 프로젝트를 추진하였지만, 7년이 지난 지금까지 눈에 뛸 만한 성과를 만들지 못했다. 이후로도 여러 차례 유사한 시도가 있었으나 만족스러운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시 말하건대 문제의 본질은 결국 사람이다. ‘제대로 된’ 한국판 미디어랩을 하루 빨리 설립하여, 우수한 청년들이 창업을 두려워하지 않고, 중소∙벤처 기업에서 일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국가는 이를 위해 큰 틀을 잡아주고, 교육 기관들은 이에 맞춰 국가적 인재를 키울 백년대계로 MIT 미디어랩과 같은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인재들이 대기업 및 공공기관에서 안정적인 삶을 도모하는 사회에서, 중소기업이니 창업이니 부르짖어 봐야 소 귀에 경 읽기일 뿐이다. 청년들의 가치관이 변해야 하며, 변화는 결국 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세종 대왕은 한글을 만들기 위해 집현전을 열었고, 독립군∙광복군은 항일을 위해 사관학교를 만들었다. 중소기업∙벤처기업을 강화하고 청년실업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MIT의 성공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진다.
    한국판 MIT 미디어랩,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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