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 입시

'원전 공론화' 처럼… 시민 400명에 大入제도 맡긴다

김연주 기자
양지호 기자

2018.05.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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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화위, 수능 절대평가 전환 등 시나리오 모형 만들고 토론회 개최
비전문가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이 7월 한 달간 학습해 최종안 결정

"건설 재개 여부 물은 원전과 달라 쟁점 복잡… 발상 이해안돼" 지적도

현재 중3 학생이 치를 2022학년도 대학 입시 제도를 19세 이상 시민 400명으로 구성된 시민 참여단의 설문 조사를 통해 결정한다고 국가교육회의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16일 밝혔다. 작년 10월 신고리 5·6호기 원전 공론화위가 건설 재개 여부를 결정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공론화위는 이날 이 같은 내용의 대입 제도 개편 공론화 추진 계획을 확정했다.

◇시민 400명이 결정하는 대입 제도

공론화위는 앞으로 크게 세 단계에 걸쳐 대입 제도 권고안을 내놓기로 했다. 먼저 이해 관계자와 전문가 20~25명을 뽑아 시민들에게 설문할 대입 정책 시나리오(모형) 4~5개를 만들 예정이다. 예를 들어 ①정시·수시 비율 7대3, 수시·정시 통합, 수능 상대평가 유지 ②정시·수시 비율 6대4, 수시·정시 분리, 수능 절대평가 전환 같은 모형들을 여러 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모형을 만드는 과정에는 대입 전문가와 정시 확대, 수시 확대 등 각자 주장을 펼치고 있는 시민단체들이 포함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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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왼쪽)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장과 신인령 국가교육회의 의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한국방송통신대학에 마련된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 사무실 개소식 행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모형을 만든 뒤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현장 토론회, TV 토론회 등을 개최하고, 대입 제도의 이해 당사자인 학생 대상 토론회도 열어 "여기에서 나온 의견들을 모아 시민 참여단에게 '숙의(熟議) 자료'로 전달할 것"이라고 공론화위는 밝혔다.

시민 참여단은 지역·성별·연령을 고려해 무작위로 추출한 전국 19세 이상 국민 2만명을 대상으로 설문해, 참여 의사가 있는 약 400명으로 구성된다. 결혼 여부나 자녀 유무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한 달간 대입 제도 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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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참여단 400명은 올 7월 중에 한 차례 당일 토론과 2박 3일 합숙을 하면서 대입 제도 권고안을 최종 결정한다. 공론화위는 "시민 참여단이 대입 제도에 대해 잘 모를 수 있어 '숙의 자료'를 충분히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각 정책 모형별 장단점과 파장 등에 대한 분석 자료를 대입 전문가들이 만들게 해 이 자료를 토대로 시민 참여단이 학습하게 한다는 것이다.

공론화위 관계자는 "시민 참여단이 토론하는 동안에도 입시 전문가들을 배석시켜 궁금한 점이 생기면 바로 질문하고 답변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시민 참여단은 숙의 과정에서 여러 차례 설문 조사에 참여하면서 최종안을 도출하게 된다. 이희진 공론화위원은 "작년 원전 공론화는 '건설 중단'과 '재개'를 결정하면 됐지만 대입은 훨씬 더 복잡하기 때문에 그것보다 더 여러 차례 설문 조사가 필요할 것"이라면서 "많은 정보를 얻고 남과 토론하고 숙의하면서 참여단의 의견이 바뀌어 가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쟁점 복잡한데…"

국가교육회의는 시민 참여단의 의견을 토대로 만든 대입 제도 개편 권고안을 공론화위에서 제출받아 의결한 뒤 교육부에 최종 권고하게 된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국가교육회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했기 때문에 현 중3의 대입 제도는 시민 참여단이 사실상 결정하게 된다.

김영란 공론화위원장은 16일 "대입 제도 개편은 단기적으로는 학생·학부모·학교의 관심사이지만 우리 교육이 지향해야 하는 기본 방향과 관련돼 있다"며 "따라서 일반 국민과 학생·학부모·교원·대학 관계자 등 이해 관계자와 전문가가 공론화 전체 과정에 참여하도록 해 대입 제도 개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공론화위 관계자는 "원전도 숙의 민주주의를 통해 성공적으로 결정한 만큼, 이번 대입 제도 개편도 공론화 과정을 중립적으로 잘 운영해 성공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건설 재개 여부만 물었던 원전과 달리 쟁점이 매우 복잡한 대입 제도를 비(非)전문가인 시민 400명이 결정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지적한다. 한 입시 전문가는 "정시·수시 등 용어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시민들에게 한 달간 복잡한 대입 제도를 공부시켜서 대한민국 미래와 인재 양성 방향과도 관련된 제도를 결정하겠다는 정부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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