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 입시

“학생부 기록 줄어도 ‘교과’ 연계 교내 활동 영향력은 여전”

오선영 조선에듀 기자

2018.05.15 16:08

해당기사 크게보기 해당기사 작게보기 이메일발송 해당기사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창체 활성화 나선 교사 6인에게 듣는 ‘교내 활동 노하우’

기사 이미지
왼쪽부터 신홍규 한양대사범대부속고 교사, 박정준 서울 오산고 교사, 윤윤구 한양대사범대부속고 교사, 김중현 서울 배재고 교사, 장성민 서울 선덕고 교사, 문우일 서울 세화여고 교사. 최근 다양한 창체 활동법을 담은 ‘진로진학 가이드북’을 펴낸 이들은 “교내 활동을 통해 아이들에게 질문하고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주며 스스로 경험하고 공부할 기회를 많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양수열 기자

지난 4월 교육부가 내놓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시안)’을 보면, 기재 요소 가운데 창의적 체험활동상황(창체)이 정비 ‘1순위’로 꼽혔다. 시안에는 ▲자율동아리는 ‘미기재’ ▲소논문(R&E) 활동은 ‘정규 교과 수업 중 지도한 경우만 기재’ ▲청소년단체활동은  ‘학교밖 활동 미기재’ ▲봉사활동 실적은 ‘실적만 기재하고 특이사항은 미기재’ 등으로 돼 있다.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들은 “학생부 기재를 단순화하면 교내에서 창체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면서도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진로를 찾고 역량을 키울 수 있게 하는 건 ‘창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줄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교사들은 특히 2015 개정 교육과정(개정 교육과정)이 도입되면서 창체를 포함한 교내 활동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수업이 과거처럼 일방적인 강의식이 아니라 학생 주도의 활동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입이 수상 실적이나 창체 기록,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 독서 실적 등을 평가했다면, 앞으로의 대입은 원하는 진로·전공 분야에 따라 학생이 선택한 교과 과정, 그리고 이 교과 과정과 연계한 탐구활동을 통해 키운 역량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즉 모든 프로그램의 시작은 ‘교과’여야 한다는 얘기다. 다년간 학교에서 창체 활성화를 주도해온 교사들은 “이런 변화에 따라 창체에서 해온 활동을 어떻게 교과에 접목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중현 서울 배재고 교사, 문우일 서울 세화여고 교사, 박정준 서울 오산고 교사, 신홍규·윤윤구 한양대사범대부속고 교사, 장성민 서울 선덕고 교사에게서 ‘교사·학생을 위한 교내 활동 노하우’를 들어봤다.

◇창체 포함한 교내 활동, ‘교과’ 중심으로 해야

이들은 각자가 속한 학교에서 6~7년 전부터 창체를 포함한 교내 활동을 바꾸는 데 집중해 왔다. 대입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자리 잡으면서 ‘학교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장 교사는 “아이들에게 질문하고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주는 게 바로 ‘창체’”라고 했다. “일례로 저희는 학생들에게 청각장애인인 엄마가 설거지하는데 뒤에서 아기가 우는 장면을 보여줘요. 그 모습만 보여주고 학생들에게 ‘너희가 학교 수업에서 배운 지식을 총동원해서 이런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봐라’고 하죠. 그러면 학생들은 그간 배운 지식을 활용해 ‘울음소리를 감지해 진동하는 팔찌’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냅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도록 실험·연구 계획까지 세우고 실천하면서 심화학습 하게 되죠.”

교사들은 이런 활동이 확대되면서 학생들의 생활모습이 달라진 점을 가장 큰 성과로 꼽는다. 과거엔 1~2등급의 상위권 학생을 중심으로 학교가 돌아갔다면, 지금은 3등급 이하 학생들도 자기 진로에 맞는 활동으로 역량을 키우면서 대학 진학 계획을 세운다고 했다. 문 교사는 “학생들 스스로 창체를 기획하고 활동하게 하면서 학생 역량이 몰라보게 성장했다”며 “이런 경험을 해본 학생들은 대학에 가서도 공부하거나 활동하는 수준이 다르더라”고 덧붙였다. 중요한 점은 활동의 주체가 ‘학생’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신 교사는 “어떤 활동이든 학생이 ‘기획자’가 되고, 교사는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한다”며 “교사는 학생들의 활동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도와주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 가지 장점은 이렇게 교과 중심으로 활동하다 보면 ‘교내 활동’과 ‘학업’이 자연스럽게 균형을 이룬다는 겁니다. 학업 능력 없이는 활동이 잘 안 되거든요. 아이들이 활동 속에서 자신의 부족한 점이나 더 공부할 점 등을 깨달아 교과 공부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한 가지 활동이 다른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확대되는 경우도 많다. 장 교사는 학교에서 실행한 환경 교육을 예로 들었다. “환경 교육은 대부분 학교에서 비디오 시청이나 특강을 듣는 수준에서 그쳐요. 그런데 우리 학교에서는 ‘한 등 빼기’라는 걸 했어요. 한 달 동안 집에서 불필요한 등(전구) 하나를 빼는 거예요. 그런 다음에 지난달과 비교했을 때 전기가 얼마나 절약됐는지를 조사하고 발표하게 했죠. 그리고 이 활동을 학교로 넓혔어요. 학교 전체에서 전등 끄기 운동을 해보고, 전기 사용량이 얼마나 줄었는지 데이터를 비교했습니다. 이후 그 자료를 가지고 (학교가 있는) 서울 도봉구청 앞에서 ‘한 등 빼기’ 캠페인을 벌였죠. 환경 교육에서 시작된 활동이 봉사활동으로 연결된 거예요.

◇처음엔 교사가 주도…방향 알려준 뒤엔 학생 손에 맡겨야

이들의 학교에서도 처음부터 활동이 잘 이루어진 건 아니다. 윤 교사는 “처음에는 교사가 학생들을 이끄는 ‘톱(top)-다운(down)’ 방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며 “교사가 활동을 기획하고, 참가 학생을 모집하고, 자료 찾는 법이나 토론하는 법 등도 인내심을 가지고 가르쳐야 한다”고 전했다. 교사가 방향을 보여주면 아이들은 스스로 길을 찾아간다. 그는 “자기가 어떤 책을 읽었는지, 어느 분야에 관심 있는지, 어떤 궁금증을 가졌으며 그걸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등을 계속해서 생각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교에서 특강이 진행되면 보통 ‘시간 때우기’가 되기 십상이에요. 전 제가 맡은 아이들에게 특강 한 번에 책 4권을 읽게 합니다. 특강 듣기 전에 2권, 듣고 나서 2권을 읽게 하죠. 그리고 특강 시간에 강사에게 묻고 싶은 질문 30개를 만들라고 합니다. 그러면 특강 시간에 아이들이 질문을 엄청나게 쏟아내요. 특강 나온 강사가 놀랄 정도죠. 특강이 끝나면 그 주제로 학생 중심의 세미나를 열고, 세미나 후 읽을 만한 책을 또 찾아서 읽게 합니다. 그게 또 다른 세미나로 이어지고요.”

과제를 단계적으로 수행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처음에는 교사의 몫이다. 박 교사는 “온라인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책이나 정보를 찾는 방식도 알려줘야 한다”며 “이를 아는 학생과 모르는 학생은 같은 사이트에서 검색하더라도 찾아오는 자료의 수준이 다르더라”고 했다. “요즘 아이들에게 ‘꿈을 찾아라’고 쉽게 말하지만, 교내 활동을 열심히 한 아이 중에도 꿈을 못 찾는 경우가 수두룩해요. 꿈을 찾으라고 말만 할 게 아니라 먼저 ‘꿈 찾는 과정’을 학생들에게 알려줘야죠. 한 번 꿈을 찾아본 아이는 설령 꿈이 바뀌더라도 금방 다른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들은 학생이 꿈을 구체화하도록 돕는 활동으로 ‘진로-전공 보고서 포럼’을 제안했다. 진로-전공 보고서는 ▲꿈 털기(자기가 하고 싶었던 것 마구잡이로 털어놓는 과정) ▲자신 돌아보기(그 꿈을 갖게 된 계기, 실현 가능성 등을 따져보는 과정) ▲꿈자리 조사하기(하고 싶은 일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등 자신의 꿈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사하는 과정) ▲진로와 관련해 필요한 자질·역량 고민해 보기 ▲진로와 관련해 자신이 해야 할 것과 할 수 있는 것 알아보기 ▲00년 뒤 자신이 구현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무엇일지 상상해 보기 등의 절차를 거쳐 작성하게 된다. 김 교사는 “진로-전공 보고서를 작성하고 발표하는 과정은 자신의 진로를 확신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교내 활동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활동의 기본이 독서와 토론, 논술이라는 점이다. 특히 ‘읽기 자료·추천도서 읽기’ 과정이 활동의 핵심이다. 문 교사는 “어떤 프로그램이든 반드시 추가적인 자료 조사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읽고 토의·토론에 임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스스로 다양한 자료를 탐색하고 토론하면서 전공 분야별로 심화 배경지식을 습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사들은 이러한 학생 중심 활동이 고교 내에 확산하면 ‘부실한 학생부’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예상한다. 김 교사는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하면, 그 안에서 저마다 역할이 다르다”며 “학생부에 똑같은 내용이 적힐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우리 학교에서는 이달에 어떤 활동을 했는지, 누가 참여했는지, 누가 어떤 역할을 했으며 이를 어떻게 기록할지 등을 교사들이 수시로 메모하고, 이를 매월 말 점검합니다. 이 메모를 바탕으로 학기 단위로 학생부를 기록하고요. 활동이 없으면 ‘수학적 역량이 뛰어남’이라고 단편적으로 적었겠지만, 활동이 있으면 ‘자신의 수학적 역량을 활용해 주 1회 점심때에 학급 친구들의 수학 멘토가 돼 질문을 받으며 학업을 도움’이라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쓸 수 있죠. 학생의 관심사나 학급에서의 모습이 학생부에서 잘 드러나는 거예요. 학종의 중심인 학생부가 잘 기록되려면, 우선 이러한 학생 중심 활동이 고등학교에 확산해야 합니다.”



이메일발송 해당기사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목록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