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메이커 교육과 결합한 게임기 닌텐도 라보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8.05.15 09:27
  • 게임. 아마 학부모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아닐까요? 아이들이 가장 집중하는 놀이이기 때문일 겁니다. 공부나 운동, 친구를 사귈 시간을 빼앗는다는 거죠.

    게임은 아이들에게 희망의 단어기도 합니다. 현재 한국에서 '신흥 부자'의 대부분은 게임 업계 사람들입니다. 스마일게이트의 권혁빈 회장. 넥슨의 김정주 의장. 넷마블의 방준혁 의장. 유일하게 새로운 대기업을 만들 수 있는 분야가 바로 IT. 그중에서도 게임입니다.

    게임 산업이 크다고 게임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조심스럽습니다. 게임을 하는 일과 게임을 만드는 일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죠. 게임은 컴퓨터 프로그래밍부터 복잡한 물리 엔진 구성을 위한 물리학, 미적분까지 가장 어려운 이공계 기술이 들어가는 산업이기도 합니다. 대부분 게임 업계가 서울대학교, 카이스트 등 최고 엘리트 이공계 출신으로 이루어져 있기도 합니다.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도 게임보다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는 셈이죠.

    이 말이 바뀔지도 모르겠습니다. 게임을 하면서 게임 만드는 일, 나아가 코딩과 메이커 교육을 하게 될 수도 있겠습니다. 닌텐도의 새로운 게임, '닌텐도 라보' 덕분입니다.

  • 닌텐도 라보 ‘버라이어티 키트’ 출처: 닌텐도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LWjHVVDpg48
    ▲ 닌텐도 라보 ‘버라이어티 키트’ 출처: 닌텐도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LWjHVVDpg48

    닌텐도는 2018년 1월, '닌텐도 라보'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카드보드를 통해 직접 컨트롤러를 만듭니다. 이를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에 부착합니다. 부착하면 자동차부터 낚싯대, 심지어 피아노까지 다양한 게임을 컨트롤러를 통해 즐길 수 있습니다.

    처음 시작은 간단했습니다. 닌텐도 개발자들은 새롭게 만든 거치형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를 활용해서 어떤 새로운 프로젝트를 할까 고민했습니다. 기존 게임 패드에 하드웨어를 덧붙이는 게 필요하다고 개발자들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문제는 하드웨어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거였죠. 3d 프린터부터 플라스틱 완제품까지, 무엇을 만들어도 지나치게 가격이 비쌌습니다.

    개발자는 '카드보드'에서 해법을 찾았습니다. 종이는 쌉니다. 내구력이 부족한 대신 저렴하고, 얼마든지 종이박스 등을 통해 대체품을 만들 수 있죠. 고무줄 등 실생활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템으로 고정도 가능합니다.

    카드보드를 통해 만든 게임 '닌텐도 라보'는 여지까지 게임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이 게임의 표어는 'Make Play Discover'입니다. 우선 만듭니다. (Make)  직접 카드보드를 통해 게임기를 조립합니다. 다음은 게임을 합니다. (Play) 일반적인 게임의 과정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닌텐도 라보에서는 일부일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발견합니다. (Discover) 닌텐도 라보는 게임기가 직접 만든 카드보드 제품과 함께 어떻게 움직이는지 설명하는 기능을 넣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코딩, 물리 컴퓨팅 지식을 쌓을 수 있습니다. 게임기를 만드는 건 물론, 게임기의 원리까지 알려주는 셈입니다.

  • 닌텐도 라보 ‘로봇 키트’ 출처: 닌텐도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AiFI1g46kZk
    ▲ 닌텐도 라보 ‘로봇 키트’ 출처: 닌텐도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AiFI1g46kZk

    닌텐도 라보는 두 키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버라이어티 키트'는 초보자, 저연령층 용의 간단한 게임기를 만듭니다. 로봇 키트는 상급자 용, 고연련층 대상입니다. 직접 복잡한 구조의 로봇 슈트를 만들어 입고, 고글을 껴서 VR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본인이 직접, 저렴한 카드보드로 만드는 VR 게임기인 셈이죠.

    아직 끝이 아닙니다. 닌텐도 라보는 아예 유저가 '마음대로' 새로운 게임기, 새로운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합니다. 바로 '토이 가라지' 기능입니다. 자신이 카드보드와 간단한 프로그래밍 기술을 통해 자기만에 '닌텐도 라보'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기능입니다. 이미 '기타' 등 유저가 직접 만든 다양한 게임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유저는 직접 자기만의 장난감을 만드는 건 물론, 어떻게 게임을 만들었는지 다른 사용자와 공유하고, 비교해볼 수도 있습니다. 마치 프로그래머 커뮤니티와 같은 생태계를 구축한 셈이죠.

    닌텐도 라보는 교육 콘텐츠는 아닙니다. 제작자는 어디까지나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닌텐도 라보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이 게임은 그 어떤 코딩교육 프로그램 못지않게 교육적입니다. 직접 자기만의 제품을 만들고, 이를 실현해보고, 남과 공유해보는 재미를 정확하게 게임에 담았기 때문입니다. 자유로운 놀이가 그 무엇보다 훌륭한 코딩 교육이 될 수 있습니다. 게임이면서도 훌륭한 메이커 교육 도구이자 코딩 교육 도구인 '닌텐도 라보'에 주목해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