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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누드 크로키 모델 나체 사진과 더불어 최근 한국항공대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남녀 성관계 동영상까지 SNS상에 퍼지면서,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몰래카메라(몰카)’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이러한 사건이 더는 재발하지 않기 위해선 더욱 강도 높은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1일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 게시판에는 홍익대 회화과 크로키 수업 중 촬영된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홍익대와 학생회 측은 당시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백을 유도했으나 사진 촬영·게시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결과, 11일 당시 현장에 있던 동료 여성 모델이 범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범인으로 지목돼 오던 홍익대 학생들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근거 없는 소문과 악성 비난 등 2차 가해로 피해를 보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같은 사건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현장에 있던 학생들을 다 잡아 넣어라’ ‘몰상식한 학생들이 모인 학교’ 등 홍익대 학생들에 대한 악의적인 댓글이 줄을 이었다. 홍익대 총학생회 측은 11일 성명을 통해 “2차 피해를 본 재학생들을 위한 조처가 진행될 것이며 대학의 명예를 실추시킨 해당 가해자에 대해서도 대응할 것”이라며 “아울러 언론에서 실추된 학교 이미지를 다시 찾기 위한 노력과 범인이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홍익대 미대 출신인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사실 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학생들을 범법자로 단정하는 행태는 옳지 않다”며 “학생들을 용의자로 단정한 언론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항공대 항공운항학과에서도 학생들이 이용하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성관계 동영상이 유출돼 학교 측이 조사에 나섰다. 해당 영상 속에는 남성과 여성의 얼굴이 고스란히 공개돼 동영상은 순식간에 일파만파 퍼졌다. 지난 8일 한국항공대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는 ‘276명이 모인 단체카톡방에 21초 분량의 남녀 성관계 동영상이 올라왔다’는 익명의 제보글을 게재했다. 해당 게시글에 따르면 남성은 항공대 재학생이라고 전해졌다. 제보글 작성자는 “(해당 영상은) 얼굴 위주로 찍은 동영상이며 남자와 여자가 누구인지 확실히 알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하게 찍혀 있었다”며 “남자가 여자의 머리채를 잡아 카메라 쪽으로 얼굴을 돌리게 하는 듯 보이는데, 영상 마지막에 여성이 고개를 카메라 반대편으로 돌리는 것으로 보아 촬영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논란이 된 영상은 현재 삭제된 상태지만, 파장은 컸다. 학내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한국항공대는 “해당 동영상 속 남성은 재학생이고, 여성은 아니었다”며 “양측에게서 ‘촬영에 동의했다’는 말은 들었으며, 유출된 것은 실수라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촬영자 간 의사와 무관하게 배포자의 책임을 묻는 성폭력범죄 특례법에 따라 동영상을 학과 단톡방에 옮긴 행위에 대해서는 사법처리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학측도 남성에 대한 조사를 모두 마치면 다음주 중으로 지도위원회를 열어 징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연이은 사건에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몰카 범죄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경기 소재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신모(27)씨는 “홍대 누드모델 사진 유출에 이어 항공대 성관계 동영상 유포 역시 한 사람 인격을 완전히 짓밟는 사건”이며 “범죄는 대학 차원에서 처리할 일이 아니다. 당장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신속하게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대학생은 “몰카 범죄의 경우 피해자에게 직접적인 신체적 위해를 가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성범죄보다 가볍게 취급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며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몰카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만큼 강도 높은 검열과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13일 오전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이번 사건을 몰카 범죄로 규정해 철저하게 수사하고 처벌해야 한다는 청원이 20만 명을 넘어섰다.
실제로 이 같은 디지털 성범죄(사이버 성폭력) 피해사례는 나날이 급증하는 추세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1년 1523건 정도였던 피해 사례는 5년 만인 2016년 5185건에 달했다. 3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접수된 몰카 등 영상물 삭제 요청 건수는 지난 2016년에만 7235건이다. 피해를 겪고도 남에게 쉬이 이야기하지 못하거나 스스로 인지가 어렵다는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을 감안하면 실제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관계 당국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히 처벌만을 강화한다고 해서 결코 범죄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정부가 지난달 30일부터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개설해 직접 몰카 영상을 삭제하고 피해자를 지원해주는 제도를 개설하는 등 몰카 범죄 방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보다 더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순진 대구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온라인 활동이 활발해진 2000년 이후부터 디지털 성범죄도 오프라인 못지않게 처벌이 강화됐지만, 사이버 공간이라는 제한적인 이유로 수사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처벌이 약하게 느껴진 면이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비단 처벌을 강화하자는 모호한 얘기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더욱 심도 깊은 수사와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해 재판과정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등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몰래 찍히고 퍼질까 무서워요”…대학가 ‘공포’ 확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