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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인 명문인 하버드에서 정치철학을 전공하고 하버드ㆍ예일 로스쿨에 동시 합격했다. 영국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에서는 석사과정 합격도 모자라 입학조건으로 전액장학금까지 내세웠다. 미국 로스쿨 입학시험인 LSAT(Law School Admission Test)은 상위 1%에 속하는 점수를 받았고, 하버드대 학점도 4.0 만점에 3.9대 중반을 받을 만큼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타고난 영재인 걸까. 주인공 윤소현(23)씨는 이를 극구 부인했다. 선천적으로 지능이 우수하다고 생각하거나 평가받은 적은 없으며, 거대한 목표와 계획을 좇기보다 매일 일상에 충실하다 보니 길이 조금씩 열렸다고 비결을 밝혔다. 현재도 그 길 위에 놓여 있음을 덧붙여 강조했다. 윤씨는 이번 달에 논문 우수상을 받으며 하버드대를 졸업해, 오는 10월 옥스퍼드에서 석사과정을 이수한 다음 2년 뒤 예일 로스쿨에 진학할 예정이다.
◇다양한 경험이 진로선택 도와…세상에 관심 가져야
지난 4년간 윤씨는 그 누구보다 바빴다. 공부하느라 시간이 빠듯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하느라 매일 눈썹을 휘날렸다. 그의 표현으로는 하버드 학부 기간에 ‘이상하고 다양한 활동’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이상하다고 표현한 이유는, 전공과 크게 연관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사회적 기업 대상 콘퍼런스를 만들어 운영하고, 파리기후변화협약 당시에는 인턴기자로 활동했으며, 건축사무소 등에서 인턴으로 일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진 ‘하버드 새벽 4시 반’이라는 책으로 인해 흔히 하버드생들은 공부하느라 매일 날을 샌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아닌 경우가 많아요. 저 역시 공부하느라 날을 샌 적은 4년간 손에 꼽을 정도죠. 대신 운동이나 다양한 비교과 활동에 열정을 가지고 임하느라 시간을 촘촘히 씁니다. 이런 다양한 경험도 학과 공부 못지않게 스스로 성장하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 오전 7시부터 하루 일과를 시작했는데, 오전 수업을 듣고 친구들과 함께 토론하고 정리한 다음 오후에는 거의 비교과 활동을 하면서 보냈습니다. 학부 기간 내내 휴일도 따로 없이 말이죠.”
다양한 비교과 중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애정을 쏟은 활동은 보스턴 내 공립고등학교에 가서 국제관계를 주제로 수업을 진행한 것이다. 신입생 때부터 지금까지 일주일에 한두 차례 매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에 대해서 무지한 미국 학생들을 보고 제대로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수업을 시작했다”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현재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려주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전공 이외의 다양한 분야의 수업도 많이 들었다. 1학년 때는 생물 등 이공계 과목을 많이 접했다. 그는 “하버드대 특성상 전공 장벽이 높지 않아 다른 분야를 편히 마음껏 접할 수 있었다”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내게 맞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깨달았다. 이러한 작은 방황(?)들이 진로를 결정하는 데 크게 도움을 줬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해준 데에는 미국 대학 수업 분위기도 한몫했다. 수업의 대부분은 세미나식으로 진행됐는데, 고전을 읽고 현재의 관점에서 토론하는 형식이었다. 예를 들어, 칸트주의의 관점에서 현재의 다문화 현상을 살펴보는 형태다. 과제나 시험이 없는 경우도 많았다.
“수업 대부분이 딱히 교재가 없었고, 구체적인 범위도 없는 경우가 많았어요. 다양한 분야의 사회 쟁점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이 이뤄졌죠. 즉, 세상에 관심이 많은 학생일수록 학점을 잘 받기 유리했고, 대학 입장에서도 사회로 눈을 돌린 인재를 원하는 거죠. 대부분의 하버드생이 중고등학교 때 다양한 고전을 깊이 있게 접한 경우가 많아서, 이를 전제하고 수업을 진행해요. 이를 바탕으로 현재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거죠. 다행히 저는 중고등학교 때 고전을 많이 읽어둔 덕분에 수업을 따라가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었어요. 만약 그때 고전을 읽지 않았다면 대학에 와서 부랴부랴 독서를 하느라 다른 활동은 전혀 할 수 없었을 거예요. 만약 미국 대학으로 유학을 꿈꾸는 후배들이 있다면 적어도 유명한 정치사상이나 문학 고전은 꼭 읽고, 전 세계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
◇낯선 환경에서도 ‘적응력’으로 극복
그가 자신의 가장 큰 장점으로 뽑은 성격은 ‘빠른 적응력’이다. 덕분에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심리적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윤씨는 일곱살 때 캐나다 토론토로 가서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살았다. 영어를 잘하지 못한 상태로 캐나다에 갔지만 되도록 스트레스받지 않고 일상을 즐겼다. 영어 공부에 대한 압박도 느끼지 않으려 애썼다. 7년간 자연 속에서 마음껏 놀았던 그는 한국에 돌아와 치열한 내신 경쟁 앞에서 적잖이 놀랐다. 그렇지만 한국에 돌아왔으면 현재의 일상에 적응해야 한다고 자신을 토닥였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책상 앞에 앉아서 차근차근 공부하는 습관을 들였다. 기본에 충실하고자 다양한 책을 방대하게 읽었다. 특히 원서로 된 인문학 고전을 매일 읽었다.
용인외고 유학반에 입학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각종 전국 대회에 출전했던 실력을 갖춘 친구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으려 애썼다. 그들과 경쟁하면서 위축되기보다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적응해보고자 노력했다. 무리하게 공부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하루에 정해진 3~4시간의 자습을 충실히 임했다. 부화뇌동하며 여러 대외활동을 하기보다는 평소에 관심이 많은 인권이나 환경문제에 관한 활동에 중점을 뒀다.
“하버드에 입학하고 나서, 입학사정관으로부터 제 합격파일을 건네받아 본 적이 있어요. 그 자료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죠. ‘해당 학생은 스펙을 만들기 위해 활동을 급조하기보다는 열정을 가지고 꾸준히 한 흔적이 보임’이라고요. 사실 저는 제 시험성적이 너무 뛰어나서 뽑혔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SAT 성적도 만점이 아니었고, 외부추천서도 받지 않고 오직 저를 오래 지켜본 학교 선생님의 추천서만 제출했죠. 이번 로스쿨 합격도 마찬가지예요. 그간 열정을 가지고 매일 열심히 살았을 뿐더러, 이를 에세이에 잘 반영한 덕분에 합격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만약 한 번의 시험으로만 평가받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네요.”
하버드에 입학해서도 그의 적응력은 빛을 발휘했다. 낯선 환경 속에서 적잖이 당황한 일이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상대방의 입장과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입학 후 한번은 시험 직전에, 친구가 ‘나 진짜 공부 많이 했어’라고 하는 거예요. 우리나라 같으면 공부를 많이 했어도 다른 사람을 의식해서 자신의 상황에 대해 알리는 것을 꺼리잖아요. 특히 자랑하는 데는 더욱 소극적이죠. 그 얘기를 듣고 처음에는 얼마나 공부를 많이 했으면 저렇게 말하나 싶어서 기가 많이 죽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현지 친구들은 모든 것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표현하고 자신감이 넘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수업 때도 마찬가지죠. 정확히 잘 알지 못해도 의견을 말하는데 망설임이 없어요. 오히려 가만히 있는 사람이 무능력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조금이라도 공부했으면, ‘공부 좀 했어’라고 밝히고 수업 때 손을 드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으려 애썼어요.”
어려움이 있을 때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교수님께 찾아가 상담 요청도 자주 했다. 그는 “미국 대학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얘기하지 않으면 아무도 먼저 살펴주지 않는다”며 “특히 법학전공 흑인 여성인 다니엘 알렌 교수가 소수인종으로서 겪는 저의 고충에 대해 많이 위로해줘서 힘을 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윤씨는 하버드를 졸업하면 10월 석사과정에 입학할 때까지 소수인종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할 계획이다. 2년간 다양한 경험을 하고 나서는 예일대 로스쿨에서 국제적인 인권변호사가 되기 위해 수학할 계획이다.
“저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일찍 사회에 나가는 것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제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구체적인 진로 계획은 좀 더 뒤로 미뤄두고 영국에서 많이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싶어요. “
하버드ㆍ예일 로스쿨 동시합격 윤소현씨 “어제와 내일 생각하기보단, 오늘에 충실”
-영국 옥스퍼드ㆍ케임브리지 석사과정도 합격…하버드대 졸업 후 예일 로스쿨 진학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