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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위주의 성적 중심 사회가 아닌 성장 중심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수능으로 학생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가 가능하려면 제빵도, 프로그래밍도, 음악도 수능 과목에 포함돼야 합니다. 웹서비스개발자를 꿈꾸는 제가 그동안 해온 뜻깊은 활동을 배제한 채, 점수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으로 입시를 치를 중학교 3학년 박준서 학생이 이 같은 제안을 내놓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던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3일 오후 4시 30분 대전광역시 충남대 국제문화회관 백마홀에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국민제안 열린마당(이하 열린마당)’이 진행됐다. 열린마당은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과정의 첫 단계로, 이날 충청권에서 처음 개최됐다. 당초 400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날 학부모, 교사 등이 객석을 빼곡히 채우고도 모자라 객석 뒤에 서 있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현장 의견 수렴은 ▲직접 발언(개인 제안 3분ㆍ단체 종합 제안 5분) ▲메모지 제안 ▲모바일 제안 ▲서면 제안 등 4가지 방식으로 진행됐다.
◇“학종 현행 유지해야”…학생부 간소화 제안도
박군을 비롯해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현행 유지를 주장하는 교사와 학부모들은 학생들이 극심한 경쟁 속에 청소년기를 보내는 것을 우려했다. 세종시의 한 교사는 “수능이 EBS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반복해서 학습할수록 점수따기에 유리한 구조가 만들어졌고 대학진학을 위해 재수, 삼수를 거듭하며 몇년을 허비하는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다”며 “일방적인 여론몰이로 수능 중심으로 대입을 진행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으므로 현행처럼 정시와 수능 비율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학생이 학교생활을 충실히 할 수 있게끔 학교교육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직접 발언에 참여한 세종시의 한 교사는 “도덕 과목에서 봉사활동을 하거나 실과 과목에서 요리하는 등 교과 중심으로 학종을 개편해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발언자인 청주시의 한 중학교 교사는 “학종이 왜곡되고 있는 것은 학생부에서 너무 상세한 내용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학교 수업 내용이나 창의적 체험활동 모두 기록 내용을 간소화하는 대신, 대학에서 자기소개서와 면접 등을 통해 검증하는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 "현 대입에선 내신이 가장 큰 스펙…정시 확대 해야”, “학부모 배제 안 돼”
하지만 학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정시 확대를 주장하는 학부모와 교사들도 만만치 않았다. 이들은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팽팽히 맞섰다. 지난 13~15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조사한 설문결과로는, 학종 축소 또는 폐지 의견은 50.8%로 나타났으며, 수능 위주 정시전형이 높은 비중이어야 한다는 응답이 55.5%를 기록한 바 있다.
이날 열린마당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에서 왔다고 소개한 한 학부모는 “현 대입제도에서 학생에게 가장 큰 스펙은 내신이다. 내신 2등급을 넘어가면 사실상 학종에 지원할 기회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고1인 자녀가 수시에 전략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학교에 진학한 친구를 보면서 ‘나도 전학 가고 싶다’고 할 정도로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며 정시를 확대해야 함을 강조했다.
서로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발제자로 참석한 김진경 대입제도 개편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학종 중심의 선발을 주장하는 분들이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학부모나 시민사회의 참여를 허용하고, 수능 중심 선발을 원하는 분들이 그 전제로 수능의 강력한 개혁을 허용한다면 대립이 아닌 협상과 합의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토론장에서는 국가교육회의 내 대입제도 개편 특별위원회(대입개편특위)와 공론화위원회 구성이 한쪽에 쏠려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종배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대표는 “공정한 대입제도를 마련하려면 대입개편특위와 공론화위원회가 공정하게 꾸려져야 하는데, 친정부 코드인사 등 편파적으로 구성돼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학부모를 대표할 인사가 없다는 것도 교육부의 독단과 오만”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또 “공론화위원 수를 늘려 학부모를 대표할 수 있는 인사를 포함하고, 김영란 공론화위원장은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공론화 의제 결정기준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기 성남에서 온 학부모 김가영(가명‧49)씨는 “대입제도 개편 관련 의사결정과정에서 주체인 학부모들이 배제된 것은 잘못”이라고 전했다.
대입개편 첫 열린마당서 “학종 유지” vs “정시 확대” 입장차만 확인
-3일 오후,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국민제안 열린마당’ 충남대서 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