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회의, 2022 수능에 '기하' 반영되는 안도 논의해달라"
방종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05.02 12:05

-한림원 주최 ‘대한민국의 수학교육, 이대로 좋은가’ 원탁토론회 열려
-수학ㆍ과학계 “기하는 미래 교육에 꼭 필요한 과목…수능 기하 배제 후속조치 필요” 요구

  • 오늘(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프레스클럽에서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주최로 '4차 산업혁명시대 대한민국의 수학교육,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방종임 기자
    ▲ 오늘(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프레스클럽에서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주최로 '4차 산업혁명시대 대한민국의 수학교육,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방종임 기자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2021 수능 출제범위에서 기하가 빠졌습니다. 교육부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기하가 진로선택과목으로 이동한 상황에서 이를 출제하는 것은 교육과정의 원활한 운영과 수험생 부담 완화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내세운 바 있습니다. 그런데 2015 개정 교육과정 수학 연구정책진들은 개발 당시에 한목소리로 기하가 진로선택과목으로 분류되는 것을 우려했습니다. 이제라도 교육부는 2021학년도 수능에서 기하가 빠진 것에 대한 후속조치를 마련해야 하며,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을 결정하는 국가교육회의는 수능에 기하가 반영되는 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교육부가 ‘2015 개정 교육과정’ 개발 당시 기하를 ‘일반선택과목’으로 넣어야 한다는 연구정책진의 의견을 배제하고 ‘진로선택과목’으로 채택한 것이 알려진 가운데, 수학ㆍ과학계가 2022부터라도 수능 수학 출제범위에 기하를 반드시 포함해달라고 주문했다. 기하는 미래 수학 교육에 반드시 필요한 개념이라는 공통된 전제에서다.

    오늘(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프레스클럽에서 한국과학기술한림원(한림원) 주최로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한민국의 수학교육,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의 제125회 한림원탁토론회가 열렸다. 수학ㆍ과학계의 이슈에 대해 정책토론을 펴는 정기행사인 한림원탁토론회의 이번 화두는 단연 수능 출제범위에서 기하가 빠진 것이었다. 이명철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은 “2015 수학교육 개편 과정에 따른 2021학년도 수능 출제범위에 기하가 제외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맞는 미래세대의 주춧돌이 될 경쟁력 있는 이공계 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심도 있는 논의 자리를 만들었다”고 인사말에서 밝혔다.

    주제발표를 맡은 권오남 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기하가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공간적 개념과 입체적 사고를 통한 논리체계를 갖추게 하고 상상력을 키우게 하는 유일한 과목인데, 이것이 수능에서 빠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며 “이에 지난 19일에 한국수학관련 총연합회는 2022학년도에라도 수능에 기하가 반영될 것을 논의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대학입시제도 수능 과목 구조 논의 관련 수학계 의견서’를 국가교육회의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교육부가 수능 수학 출제범위에서 기하를 배제할 당시 밝힌 이유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학습량 감축에 대해서는 해외 선진국 교육 트랜드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영국, 일본, 호주, 싱가포르, 핀란드, 중국 등 해외 국가의 대학 입시를 살펴본 결과 우리나라보다 심화된 내용이 많았으며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었다”며 “그중 특히 이공계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대학 입시에서 기하를 포함해 상당한 수준과 범위의 수학을 요구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수학과 교수 출신인 박형주 아주대 총장은 “수능 수학에서 기하를 배제한 것은 단순히 기하를 지식적 측면에서 바라봤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기하는 ‘공리와 추론’의 사유방식을 연습하는 가장 중요한 기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사고를 확장시키는 측면에서 기하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그 때문에 고교 과정에서 빠지더라도 대학에서 기하를 배우면 된다는 식의 말은 미래 수학교육 방향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규환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역시 “학습량 경감을 이유로 교과과정 범위를 축소할 경우 사고마저 제한될 위험이 크다”며 "양을 자꾸 줄이니 반복만 하고, 사교육을 통해 답만 얻는 방식을 배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2015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 연구책임자였던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지정토론자로 참가했다. “2015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의 기하 과목은 이차곡선, 공간도형과 공간좌표, 벡터의 세 가지 핵심 개념을 담고 있습니다. 이들은 앞으로 인공지능 연구의 핵심 개념으로서 21세기 수학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죠. 기하를 제외한 2021 수능은 미적분 중심인데, 아날로그 시대의 결정론적 특성을 갖는 미적분학이 디지털 미래 시대에도 수학의 모든 것이어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또한 PISA 2015 에 의하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교 수학 수업시간은 세계 최하위이고, 학교 밖 수학 공부 시간은 압도적 1위인 실정입니다. 즉, 학교 대신 학원에서 공부하는 이러한 현실에 대해 이제는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때입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이명철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을 비롯해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권오남 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 박형주 아주대 총장, 박규환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이향숙 대한수학회장 등과 한림원 회원들이 참가해 의견을 밝혔다.
  • 2일 열린 '4차 산업혁명시대 대한민국의 수학교육,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방종임 기자
    ▲ 2일 열린 '4차 산업혁명시대 대한민국의 수학교육,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방종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