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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가 현재 중3이 치를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과 관련한 여론수렴과 공론화 과정을 20여번 넘게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교육부 주최 입시 관련 포럼이 4번 진행된 것과 비교하면 횟수로만 5배 이상인 셈이다. 교육부는 최근 2022 대입 개편안과 관련해 ▲신입생 선발 방법 ▲선발 시기 ▲수능 평가 방법 등 어느 것 하나 결정하지 못한 채 국가교육회의에 떠넘겼다. 국가교육회의는 대입제도 개편 특별위원회(대입개편특위)에, 대입개편특위는 다시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에 재재(再再)하청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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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1시 30분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의 첫 회의가 정부서울청사서 열렸다. 공론화위는 지난 29일 구성됐다. 김영란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은 모두발언서 “찬반 양측의 대립이 첨예하던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재개 여부도 공정하고 투명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민주적이고 합리적으로 결정된 바 있다”며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역시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설계되고 운영된다면 훌륭한 대입개편안이 나올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 국가교육회의, 20여번 넘게 국민 의견 수렴 예정
앞서 대입개편특위는 “5월 3일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국민제안 열린마당’을 개최해 대입제도 개편에 관한 국민의 목소리를 폭넓게 수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입개편특위는 총 4번의 전국 여론수렴 투어 과정을 가질 예정이다.
이와 맞물려 공론화위도 최소 16번의 여론 수렴을 계획하고 있다. 먼저 ▲권역별 국민 토론회(3~5회) ▲TV토론회(2~3회)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협의토론회(7~8회) ▲국민 참여 정책숙려제(1~2회) 등 순이다. 국가교육회의 관계자는 “해당 횟수는 최소(가안)”라며 “협의가 되지 않으면 더 늘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론화와 함께 온라인 의견수렴도 받는다”고 덧붙였다. 이 모든 과정은 7월 안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표 참고> -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공론화 방식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 정부가 표방하는 뚜렷한 교육철학과 인재상이 아닌, 여론을 수치화해 비중이 높은 쪽으로 결정 내리는 공론화 방식을 택한 것이 자칫 '인기투표'로 머물 수 있다는 애기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정책 결정까지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입시개편을 공론화로 결정하는 것 자체가 온당한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우연절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평가팀장은 “지난해 8월 수능 개편안 확정을 1년 유예하고서 시중에 나온 방안을 모으는 데만 8개월이 걸렸는데, 이번엔 그 절반도 안 되는 기간에 제대로 된 의견 수렴이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아울러 그 어떤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넘긴 5가지 이송안에 각자 장단점을 판단해 하나를 고르라고 하는 건 갈등만 더욱 부추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 역시 “대입은 어떤 제도가 채택되더라도 수험생마다 유·불리가 나뉘기 때문에 누군가는 불만을 가지기 마련”이라고 꼬집었다.
◇산으로 가는 공론화에 여론은 ‘답답’
학부모들도 미궁 속 공론화에 대해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중3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지금까지 나온 안들이 너무 다양해 어떤 제도가 우리 아이에게 유리한지 계산하느라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며 “정부가 여러 목소리를 들어보고자 한다는 생각에 대해선 높이 살 만하지만, 도대체 언제까지 의견만 듣는 오리무중 행보를 보일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현 정부의 교육철학과 방향이 도대체 무엇인지 도통 모르겠다”며 “결국 교육부 입맛에 맞는 정책을 골라내고 국민 여론으로 포장하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현장교원과 대입전문가가 빠져 있어 국민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을지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대입개편특위와 공론화위원회 위원 20명 가운데 12명이 대학교수로 채워진 반면 학생과 학부모 등 교육 수요자를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 포함되지 않은 바 있다. 심지어 공론화위원회의 경우, 위원장으로 선임된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대입제도와 관련된 활동은 전혀 하지 않은 인물이다. 그는 2012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 당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인 '김영란법'을 발의해 알려졌다. 공론화위 위원들도 여론조사·통계 전문가들로 꾸려졌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대입제도 개편에는 교육자와 학생, 학부모들의 의견이 정확히 반영돼야 하고, 이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선 현장교원과 전문가가 참여해 종합적이고 실효성 있는 공론화를 담보해야 한다. 그런데 발표된 공론화위원 명단엔 모두 갈등관리와 조사통계, 소통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며 “이들이 내신과 학생부종합전형, 수능 등이 복잡하게 얽힌 대입제도를 어떻게 풀어갈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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