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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버리다 애 잡겠네”… 크린넷 사고에 엄마들 ‘공포’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2018.04.2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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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내 한 아파트 단지에 설치된 생활용 쓰레기 자동집하시설 '크린넷'이 고장나 투입구 주변에 각종 쓰레기가 쌓여 있다. /신혜민 기자

생활용 쓰레기 자동집하시설 '크린넷'에서 작업하던 30대 근로자가 기계 배관으로 빨려 들어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의 근심이 늘고 있다. 성인 남성도 기계가 쓰레기로 인식해 흡수하는데, 하물며 체구가 작은 아이들은 더욱 쉽게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일각에서는 크린넷에 대한 면밀한 안전상의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크린넷은 쓰레기를 통에 넣으면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여 지하에 연결된 수거관을 통해 집하장으로 이동시키는 시설이다. 2009년 스웨덴의 한 쓰레기 자동처리시설을 방문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저탄소 녹색성장'을 강조하면서 도입이 본격화됐다. 이 시설은 세종시, 김포 한강, 성남 판교 등 수도권 2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생활쓰레기 자동처리를 통해 쾌적한 도시환경을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수백억원 들여 설치를 확산해왔다.

논란은 지난 24일 크린넷을 점검하던 조모(38)씨가 수거 배관으로 빨려 들어가 사망하면서 불거졌다. 이날 조씨는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에 설치된 크린넷의 배출밸브를 점검하던 중 진공흡입이 발생해 관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가 하수구 처리업체의 내시경을 장착해 수색한 끝에 사고 두 시간여 만에 투입구로부터 100m 정도 떨어진 배관에서 조씨를 발견했으나, 이미 숨진 상태였다.

이번 사건으로 평소 크린넷을 사용하는 주부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이 주로 찾는 온라인 육아맘 커뮤니티에서는 크린넷 사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주부 장은주(가명·41)씨는 “처음엔 참 신기하고 편리한 시스템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사고 순간이 담긴 CCTV를 보곤 가슴이 철렁했다”며 “아이들이 자주 오가는 아파트 놀이터 옆에 크린넷이 설치돼 있다 보니, 혹시 장난치다 사고라도 날까 봐 겁난다”고 말했다. 아홉살 난 아들과 함께 종종 크린넷으로 쓰레기를 버려왔다는 홍윤희(가명·43)씨는 “크린넷 쓰레기 버리는 곳이 성인 가슴 정도 높이에 있고 전용 카드로 접촉해야 열려서 ‘아이들 사고와는 무관하다’고 여기는 분들이 많은데, 천만의 말씀”이라며 “한창 호기심 많은 아이는 뭐를 밟고 올라가서라도 궁금한 건 꼭 확인해보기 때문에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

툭 하면 막히는 크린넷 고장도 위험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주부 김지민(가명·45)씨는 “뭐가 계속 걸려 있는 등 고장이 잦아 그 안을 슬쩍 들여다보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며 “하지만 이번 사건 이후로 쓰레기를 충분한 거리를 두고 버리는 등 주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부 강윤미(가명·38)씨는 “비싸고 위험한 데다, 고장도 잦아서 주변에 쓰레기가 잔뜩 쌓이게 하는 이 기계를 도대체 왜 계속 사용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다시금 해당 시스템에 대해 확실한 기술 검증 등을 자세히 짚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크린넷에 대한 논란은 도입 직후부터 계속돼왔다. 정부와 지자체가 수백억원을 들여 시설을 구축했지만, 툭 하면 관로가 쓰레기로 막혀 고장이 나거나 음식물에서 새어 나온 물기 때문에 관로가 부식되는 등의 현상이 일어나는 것. 아울러 잦은 고장에 대한 유지보수 책임을 두고 성남, 대전 등에선 해당 지자체, 아파트관리주체, 지역주민 간의 갈등이 심화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전국적인 크린넷 실태점검과 안전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앞서 해당 사건이 일어난 남양주시는 크린넷 자동흡입 시스템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안전대책을 마련 후 재가동할 예정이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경기 남양주을) 의원은 “이번 사고는 누구나 제2의 희생자가 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라며 “크린넷은 남양주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설치된 만큼,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발 더 나아가 엄마들은 아이를 생각한 현실적 방안을 빠른 시일 내에 도입하길 원하고 있다. 인천 서구에 사는 주부 고현지(가명·37)씨는 “어린이는 부모가 아무리 일러준다 하더라도 위험에 대한 인지·대처 능력이 어른들보다 부족할 수밖에 없다”면서 “크린넷 앞에 문이 열렸을 때 머리를 넣으면 위험하다는 푯말을 부착하거나, 위험 요소를 인지할 수 있도록 음성 알림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보다 실질적인 대응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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