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 입시

항목 삭제·간소화만이 능사 아냐… 객관적 기록 늘려야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2018.04.2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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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개선 시안 논란
교육부, 공정성 강화 방안 발표 "역량 평가 줄어 내신 부각될 것"
대학·고교 부정적인 시각 다수

최근 교육부가 학교생활기록부에서 일부 항목을 기재하지 않거나 글자 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개선하려는 것과 관련해, 주요 대학 입학사정관과 고등학교 진로진학 담당 교사들 사이에서 "지나친 제약"이라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11일 발표한 '학교생활 기록부(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 시안'에서 '수상경력' '진로 희망 사항' 등 일부 항목을 삭제해 공정성을 강화하고 신뢰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특히 사교육을 유발할 수 있는 학생부 내 기재 요소로 '방과후학교'와 '자율동아리 활동' 등을 꼽으며 이를 기재하지 않을 것을 제안했다. 이외에 '봉사활동'에 대한 '특기사항'을 기록할 수 없게끔 했으며 '창의적 체험활동 상황'의 '특기사항'이나 '행동 특성 및 종합 의견'에 입력할 수 있는 글자 수도 크게 줄이기로 했다. 대입에서 자기소개서와 교사추천서를 폐지하는 방안도 권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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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 항목 줄면 '내신' 중요성 커질 것

시안이 발표된 후 서울 주요 대학 입학사정관들과 서울·경기 진로 진학 담당 교사들은 이런 시안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A 대학 입학사정관은 "무조건 학생부 항목을 줄이고 단순화하는 게 공정성을 강화하는 방안은 아니다"며 "일부 부작용 탓에 수상 경력이나 자율 동아리 활동 등이 지닌 교육적 가치까지 부정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B 대학 입학사정관 역시 "지금처럼 논란이 있을 만한 항목을 삭제하면 겉으로는 공정해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공정성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자율 동아리 항목이 삭제된다면 자신이 원하는 정규 동아리가 개설되지 않았을 때 학생이 자기 진로와 관련된 활동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지 난감할 겁니다. (지금도 인기 높은 교내 동아리는 가입 경쟁이 치열한데) 성적 좋은 학생들은 원하는 동아리에 쉽게 들어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이 많다는 점도 문제죠."

기재 항목이 줄면 상대적으로 내신 성적이 중요해지면서 또 다른 관점에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울의 공립고에서 진학 지도를 하는 한 교사는 "이번 시안에 담긴 내용처럼 한꺼번에 여러 기재 항목이 빠지면 점차 내신 성적으로 평가하게 될 것"이라며 "내신 성적은 학교마다 차이가 크기 때문에 실제로 공정성이 높아질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학생부를 평가하는 대학의 입장도 이와 비슷하다. A 대학 입학사정관은 "기재 항목이 줄면서 학생 역량을 평가할 기회도 점점 줄어들 것"이라며 "일례로 학생부 평가의 무게 중심이 학업 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학생부 평가에서 학생 개인보다 학교의 역량이 유효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B 대학 입학사정관은 "학생부에 결과적으로 일부 영역만 남게 되면서 개인이 가진 역량보다 교내 프로그램 자체의 질(質) 등 학교 역량이 더욱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자기소개서와 추천서까지 폐지되면 학생 개인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더욱 줄어들어 학생부에 더 좋은 교내 프로그램이 기록된 학생을 뽑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정 항목을 삭제하거나 간소화하는 방향으로만 시안이 발표되자 "학생부 취지 자체가 훼손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고 진로 진학 담당 교사는 "애초 학생부는 학생 생활을 기록하는 문서인데, 학생의 실질적인 행동을 자꾸 제약하려고 한다"며 "지금도 글자 수를 제한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항목을 더 줄이는 것만을 능사로 여긴다면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이라고 평가했다.

◇교사 주관적 의견보다 객관적인 학생 활동 기록 많아야

앞서 지난 6일 교육부는 '국민참여 정책숙려제' 1호 안건으로 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 최종안은 6월까지 시민정책참여단의 학습과 토론 등을 거쳐 오는 8월 확정된다. 이를 통해 결정된 학생부 개선사항은 내년 3월부터 학교 현장에 적용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학생부에서 교사의 주관적 평가를 줄이고 학생의 교내 활동에 대한 객관적 사실을 기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학생부 내 '교과학습 발달 상황'의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을 하나의 큰 박스로 묶을 것이 아니라 과목별로 칸을 나눠 객관적인 사실만 기록하는 방식으로 바꾼다면, 교사 간 기재 내용의 격차를 줄일 수 있고 작성에 대한 부담도 덜어 실질적인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진학 지도를 담당하는 교사들은 개별 학생의 특성을 학생부에 충실히 반영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경기도의 한 공립고 진로상담부장 교사는 "대학이 변화무쌍한 미래에 잘 적응할 학생을 뽑겠다고 하는데, 그러려면 학생부에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을 최대한 많이 담을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교육 정책이 지엽적인 항목을 자꾸 줄이는 방향으로만 흘러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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