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독서 교육에도 '밀당'이 필요합니다"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8.04.20 15:21

- 초4‧7살 딸에게 읽기ㆍ말하기 교육하는 김보영 아나운서 인터뷰

  • 자녀의 읽기 교육에 힘쓰는 김보영 국회방송 아나운서는
    ▲ 자녀의 읽기 교육에 힘쓰는 김보영 국회방송 아나운서는 "때때로 아이들이 읽은 책에 대한 내용을 인용할 때 뿌듯함을 느낀다”며 환하게 웃었다. / 김종연 기자

    ‘우리 아이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가장 잘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아나운서 엄마' 김보영(39ㆍ국회방송 근무)씨는 첫째 아이를 낳고 한동안 이런 고민을 거듭했다. 일과 대학원 공부를 병행할 만큼 바빠 아이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이 이런 고민에 더욱 빠지게 만들었다. 그가 생각한 방안 중 하나는 바로 ‘책 읽기’였다. 매일 밤 아이를 위해 책장에서 책을 한 권씩 뽑아들었다.

    “첫째가 아장아장 걸을 때부터 책을 읽어줬어요. 요즘도 두 딸이 잠들기 전까지 남편과 함께 두어 권의 책을 읽어줍니다. 큰딸은 제법 습관이 잡혀 매일 아침마다 신문까지 찾아 읽고 있어요. 만약 책읽기를 싫어하는 아이가 있다면, 부모가 여유를 갖고 차근차근 책을 읽어주라고 조언하고 싶네요.”

    ◇ “아이와 책 같이 고르고, 매일 짧게라도 시간 정해 읽어주세요”

    뇌에서 언어와 청각 기능을 담당하는 측두엽은 주로 6~12세에 발달한다. 즉, 만 12세 이전에는 '읽기와 쓰기'보다 '말하기와 듣기'가 더욱 발달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초등학생 때까지는 책을 읽을 때 소리 내어 읽는 것이 좋다. 김씨가 초등 4학년인 큰딸에게 지금까지도 소리 내서 책을 읽어주는 이유다.

    "둘째 딸이 곤충이나 공룡이 나오는 자연과학 책을 좋아하는데, 어느 날은 책에 담긴 사진이 징그러워서 건성으로 읽어줬어요. 그 책을 다 읽어주고 나서 '아차' 싶었습니다. 아이가 읽고 싶다고 선택한 책에 대해 존중해주지 않은 것 같아서죠. 그다음부터는 제가 크게 관심이 없는 분야의 책은 남편에게 읽어주라고 하고 있어요."

    아이들은 읽고 싶은 책을 직접 고른다. 그는 "아이들에게 본격적으로 읽기 습관을 들이려면 자신이 읽고 싶은 책부터 읽도록 하는 게 좋다"며 "물론 이때 아이가 고른 책을 한 번 더 꼼꼼히 살펴보는 수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아이가 읽을 수 있는 수준과 분량의 책인지, 비슷한 내용으로 더욱 괜찮은 책이 있는지 등 아이와 함께 자세히 살펴보는 겁니다. 아이가 입고 싶은 옷을 직접 고르면 그 옷을 더 좋아하는 것처럼 말이죠."

    책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김씨는 "아이의 성향에 따라 집중도가 다르기 때문에 독서에도 부모와 아이 간 밀고 당기기가 필요하다"며 "책 읽기를 공부로 여기지 않도록 짧게 자주 읽어주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그는 "아이를 붙잡아 두고 오랫동안 억지로 책을 읽어주기보다 10~15분 정도로 시간을 정하는 것이 좋다”며 “아이의 반응에 따라 추후 시간을 조절하라"고 조언했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것도 좋죠. 이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줄거리를 짧게 설명해주세요. 예를 들어 전래동화 ‘해님 달님’을 읽어주고 싶다면, ‘옛날에 한 오누이가 있었는데, 갑자기 호랑이가 나타난 거야’라고 가볍게 이야기를 시작하는 거죠. 이렇게 얘기하다 보면 아이들이 조금씩 집중해요. 그리고 그날 밤에 ‘아까 그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읽어보자’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아이와 함께 책을 펼치는 거죠.”

  • / 김종연 기자
    ▲ / 김종연 기자

    ◇아이 말하기 능력 기르려면 가족회의‧독서모임 활용해야

    지난해부터 학년별로 차례로 적용되고 있는 2015 개정교육과정의 특징 중 하나는 독서교육의 강화다. 국어 시간에 학기마다 책 한권을 골라 읽고 토론하는 수업도 이뤄진다. 이 같은 교육과정의 변화와 맞물려 자녀의 말하기 실력을 키워주려는 부모가 늘고 있다. 이에 김씨는 평소 말하기 장(場)을 자주 마련하고자 노력한다. 네 식구는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저녁이면 가족회의를 열고 있다. 음식점에서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주말여행 장소, 가족에 대한 건의사항 등을 정하는 형태다.

    가족회의 외에도 한 달에 한 번 온 가족이 모여 책이나 영화를 보고 생각을 나누기도 한다. 거창하지는 않다. 거실에 둘러앉아 과자 봉지를 펼쳐놓고 돌아가면서 감상을 말하는 정도다. 김씨는 "'오즈의 마법사' 속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누구인지,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가족은 왜 스위스로 떠나야 했는지 등을 자유롭게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그의 집 거실에는 6인용 식탁이 자리 잡고 있다. 아이들의 읽기ㆍ쓰기 교육을 위해 낸 김씨의 아이디어다. 그 때문에 주방 옆 좁은 조리대에 네 식구가 옹기종기 모여 식사를 하고, 식탁은 독서 교육을 위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김씨는 “오전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고 싶어서 딸과 함께 신문을 수년째 구독하고 있다”며 “아이들은 부모가 하는 행동을 보고 따라 하기 때문에 식탁 의자에 앉아 신문 읽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큰아이가 처음엔 어린이 신문에 있는 큰 기사 제목만 훑어봤어요. 이를 매일 같은 시간에 반복하니 아이가 한 단락씩 천천히 읽기 시작했습니다. 완전히 습관을 들이는 데에는 3개월 정도 걸렸어요. 신문을 읽고 난 뒤에는 아침밥을 함께 먹으면서 관련된 내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미세먼지’ 관련 기사를 읽었다면, ‘오늘의 미세먼지 농도가 어느 정도인지’, ‘미세먼지가 있는 날에는 어떤 마스크를 써야 하는지’ 등에 관해 질문을 던지는 식이죠. 덕분에 아이와 대화하는 소재가 훨씬 풍부해졌습니다."

    자녀의 말하기 실력을 키워주고 싶은 부모에게는 독서모임을 추천했다. “먼저 아이와 독서모임을 함께 할 친구 두세 명을 집으로 부릅니다. 아이들에게 30분 정도 책을 읽어주거나 스스로 읽게 한 다음 적절한 질문을 던지며 각자 의견을 말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친구들과 함께 독후 말하기를 하면, 다른 관점의 여러 의견을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견에 대해 자연스럽게 반론도 펼칠 수 있어 효과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