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각으로 바라본 국내 교육의 현주소와 미래 방향성
김철영 세한아카데미&세한와이즈컨설팅 대표
기사입력 2018.04.19 11:08
  • 매번 바뀌는 교육의 형평성 기준과 정책에 글로벌 인재 양성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2020학년도 수시 및 정시 정책이 표류하고 있다. 교육부에서는 정시 모집 인원의 확대를 독려하고 있으며 여당의 의원들은 수능 및 내신만으로 대학 입시를 재편하자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수시 중심의 대입 정책이 정착된 지 불과 몇 년 만의 일이다. 수시와 정시의 비율을 논하자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짊어지는 미래의 인재들에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집권세력 입장에서의 ‘형평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교육을 줏대 없게 만든 것이다.

    ◇시대, 사회, 기업의 요구에 부응하며 개혁을 거듭하는 해외 교육 정책들


    필자는 전 세계 30개 도시를 순회하며 세미나를 열고 있다. 미래의 글로벌 인재들과 상담하며 미래 비전을 듣는 것은 큰 가치가 있다. 그들의 미래 비전은 단순히 개인적 역량에 기인한 것이 아닌, 학생들이 속한 선진 교육 시스템들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다양한 미래 비전을 보여줌과 동시에 철저한 준비 의식 및 역량을 함께 제공하고 있었다. 각국의 많은 학교는 이미 4차 산업 혁명, 특히 AI 혁명 시대에 대비해 AI 및 첨단산업을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을 프로젝트 중심 수업(Project Based LearningㆍPBL), 즉 문제 중심의 학습을 통해 준비하고 있었다. IBDP(국제 바칼로레아 학위)을 위시해 미국 학제의 Pre-AP, 영국 학제의 Reform, 선진국뿐만이 아닌 개발 도상 국가의 대담한 교육 전략을 전 세계 도시 순회 상담을 통해 체험할 수 있었다.

    특히 IBDP 학제는 현재 세계 교육 시장을 선도하는 학생 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우수한 교육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IBDP가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끊임없이 사회의 변화에 맞게 그 양과 질을 끊임없이 높이려는 노력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2019학년도에도 수학과 언어 부문에서의 변화가 눈에 띄는데, 수학은 단순한 문제풀이 및 난도의 상승이 아닌 논리 및 증명을 토의하고, 서로 의견을 개진하면서 궁극적으로 이러한 이론들이 실생활 및 학문에 어떻게 실용적으로 쓰일지를 탐구하는 분야를 추가한다. 또한 언어ㆍ문학 과목 역시 수업의 범위 및 선택에 학생과 교사들에게 더 높은 자유를 부여함으로써 학생에게 좀 더 깊은 수준의 사고를 요구하도록 하고 있다.

    홍콩의 경우 국가의 교육 체계를 IBDP를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으며, PBL방식의 수업을 기반으로 문제 풀이 및 암기형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아닌 발표, 문제 인식, 논리 구상 등의 창의성 기반 교육을 중심으로 커리큘럼을 개혁 중이다.

    또한 개발도상국인 말레이시아는 기존의 영국 학제의 변형된 교육 커리큘럼에서 IBDP 중심의 커리큘럼으로 거의 모든 국제학교가 바뀌고 있다. 이는 말레이시아 교육부의 주도적인 정책의 하나로, 주변국의 인재를 말레이시아로 불러들이기 위함이다.

    일본의 경우 역시 우리나라와 가장 비슷한 교육, 입시 제도를 가진 나라이지만 현재의 교육 개혁은 가히 혁명적으로, 300여개의 시범학교를 선정해 IBDP를 도입한 일본식 IB를 만들고 있으며, 전국의 모든 학교에 이 커리큘럼을 도입하려고 적극적인 연구를 진행하는 중이다. 일본 대학의 선진화, 국제화와 더불어 일본 글로벌 기업들의 폭발적인 요구의 삼박자가 어우러져 4차 산업에서의 일본은 글로벌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다.

    프랑스 역시 의무 취학 연령을 6세에서 3세로 내리려는 파격적인 교육 정책을 준비 중이다. 이는 어린이집을 보낼 수 없는 가정을 위해 교육불평등을 해소하려는 일환이기도 하며, 4차 산업 혁명을 준비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미국 역시 지금까지의 교육에 보다 스펙트럼을 넓혀 우수한 학생의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대학선이수교과과정이라 불리는 AP(Advanced Placement)과목은 대부분 고2 과정에서 시작한다. 이에 Pre-AP 과정을 신설해 9학년 학생들부터 적극적으로 자신이 좋아하고 가고 싶어하는 분야의 학문을 깊이 있게 공부할 기회를 열었다. 따라서 다양한 학문의 AP수업 조합에 따라 학생들 제각각이 비전 및 미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정책으로 주목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