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용수(44·공교육체대입시연구회 회장) 경기 의왕고 체육교사는 일년 내내 바쁘다. 학교에서 체대 입시를 준비시키는 흔치 않은 교사여서다. 여름에는 아이들의 체력을 키우고, 가을·겨울에는 코앞으로 다가온 실기고사 대비를 함께한다. 방과 후와 주말까지 입시 지도에 바친 지 오래다. 체대 입시는 전문 학원에서 준비해야 한다는 게 오랜 통념이지만, 의왕고 학생들은 강 교사 덕분에 학원 갈 필요가 없다. 오랜 시간 체대 입시 지도에 매진한 그는 “체대 입시 시장의 큰 문제는 ‘왜곡된 정보’가 범람하는 것”이라며 “입시 전략의 기본은 ‘정확한 정보’인데, 체대 입시에선 이를 알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체대생 열 명 중 아홉 명은 체대 입시 학원에 다녔을 겁니다. 체대 입시 시장을 독점하는 사교육계에서는 실기를 잘해야 인(in)서울 대학에 갈 수 있다고 말해요. 실기 학원은 공부를 가르치는 곳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학교 교사인 제가 봤을 때 이건 사실과 다릅니다. 체대 입시를 준비하는 아이들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모의고사 성적 분포는 4·5·6등급에 몰려 있어요. 4등급 받는 아이가 실기에서 전부 만점을 받더라도 갈 수 있는 서울권 대학은 손에 꼽습니다.”
◇정시는 필수, 수시는 선택
체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정시’를 노린다. 체대 입시에서 정시와 수시의 비율은 표면적으로는 30 대 70으로, 다른 학과와 비슷하다. 그러나 국제·전국 규모 대회에서 입상한 운동선수를 대상으로 하는 ‘특기자전형’을 제하고 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운동선수가 아닌) 체대 입시생이 마주하는 정시와 수시 비율은 사실상 65 대 35로 역전된다. 정시 선발 인원이 많기에 내신 성적이 좋아 수시에 지원하는 학생이라도 정시를 함께 준비해야 한다. 정시에서는 내신 성적을 반영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내신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도 상위권 대학을 노려볼 만하다. 강 교사는 “내신이 7등급인 학생이라도 내신을 반영하지 않는 학교에 지원하면 된다”며 “대표적으로 서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정시와 달리 수시에서는 내신 성적이 중요하다. 수능 최저학력기준도 거의 적용하지 않는다. 체대 수시의 8할을 차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도 대학이 자체적으로 교과 성적 기준을 적용한다. 비교과 영역이 비중 있게 고려되긴 하지만, 교과 성적이 낮으면 합격이 어렵다. 게다가 수시 학종에는 ‘뒤집기’를 시도해볼 실기고사마저 없다.
또 다른 주요 수시 전형은 ‘교과실기전형’이다. 학생부 교과 성적과 실기고사 성적으로 선발한다. 이 전형도 높은 수준의 교과 성적을 요구한다. 교과실기전형을 진행하는 대학 중 상위권인 동국대, 한국체육대, 인천대 등은 보통 3등급 이상의 교과 성적을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강 교사는 이에 못 미치는 교과 성적을 가진 학생에게도 이 전형에 지원해 볼 것을 권한다. 그는 “수시에서 실기고사를 미리 경험하면 나중에 정시 실기고사를 치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체대 입시생 “수능 국어를 잡아라”
‘수능이 학교를 결정하고, 실기가 합격·불합격을 결정한다’. 체대 정시 전형에서 통용되는 말이다. 목표하는 체대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수능 성적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특히 잡아야 할 수능 과목은 ‘국어’다. 2018학년도 수능부터 영어 절대평가가 도입되면서 국어의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한양대의 경우 2017학년도 40%이던 영어 반영 비율을 2018학년도에 10%로 대폭 줄이고, 국어·수학·탐구 비율을 높였다. 이 가운데 국어 반영 비율이 45%로 가장 높았다. 성균관대는 2017학년도에 영어를 40% 반영했지만, 2018학년도에는 반영 비율 없이 등급별 가산점을 부여하는 걸로 축소했다. 이에 따라 국어 반영 비율이 60%로 올라 국어가 정시의 핵심과목이 됐다. 강 교사는 “만약 모의고사 성적이 가고 싶은 대학에 못 미친다면, 국어 성적을 집중적으로 향상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어 다음으로 중요한 과목은 대학마다 다르다. 다만 상위권 대학의 경우에는 수학을 중요하게 반영하는 경향이 강하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중앙대, 성균관대 등 수도권 9개 대학은 정시에서 수학 성적을 반영한다. 반면 경희대처럼 정시에서 영어나 탐구를 반영하는 대학도 있다. 강 교사는 “정확한 입시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학생과 학부모가 세부 요강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며 “대학별 세부 요강을 확인한 뒤 수능 과목에 우선순위를 정해 공부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
◇실기 종목, 대학마다 달라⋯전문가 도움 필요
실기고사 준비에는 학교 교사나 강사 등 전문가의 도움이 필수다. 실기 종목이 워낙 다양해서다. 한 대학의 실기 종목이 네 가지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여러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의 경우 많게는 이십여 가지 정도의 실기 종목을 준비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각 종목을 학생 혼자 힘으로 준비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같은 종목이라도 학교마다 진행 방식이 달라 정확한 정보를 얻는 게 중요하다. “예컨대 ‘10m 왕복 달리기’를 한다고 하면, 반환점을 도는 방법이 대학마다 달라요. 어느 대학은 버튼을 누르라 하고, 다른 경우에는 목각을 통에 집어넣으라고 하죠.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실기고사에서는 이런 세세한 차이가 당락을 가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정보력 있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최근 공교육 현장에서는 젊은 체육 교사들을 중심으로 학교에서 체대 입시를 지도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강 교사가 지난 2005년 공교육체대입시연구회를 설립한 것도 학교 교사들의 정보력을 향상하기 위해서다. 17년간 체대 입시를 가르치면서 이제는 베테랑이 됐지만, 그도 초창기에는 정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맨땅에 헤딩하듯 대학 학과 사무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입시 정보를 모았다. 지금은 뜻 맞는 체육 교사들과 공교육체대입시 연구회에서 대학별 입시 자료를 분석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최근 ‘Jump! 체대입시’란 책을 펴낸 것도 학생·학부모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의왕고에서 근무한 지 어언 8년째. 이르면 내년에 다른 학교로 전근할 강 교사는 요즘 걱정이 많다. 그가 전근하고 나면 체대 입시를 준비할 의왕고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학원을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학교에서 체대 입시를 온전히 준비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학교 체육 교사들도 정확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를테면 10m 왕복 달리기의 반환점에서 사용하는 게 목각인지 버튼인지 정도는 대학이 공개해야죠. 체대 실기고사 방법이 잘 알려지고 투명해지면, 체대 입시를 열정적으로 지도할 교사가 훨씬 많아질 겁니다.”
“수능 성적이 학교 결정⋯체대 입시생도 공부해야”
-학교에서 체대 입시 지도하는 강용수 의왕고 체육교사 인터뷰